ADVERTISEMENT

尹 울컥하게 한 사람…여당이 야당 출신 '노무현' 소환한 까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1월 김근태 당의장, 김한길 원내대표 등 열린우리당 당직자들과 함께 자신의 개헌 구상을 설명하기 위해 함께 오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1월 김근태 당의장, 김한길 원내대표 등 열린우리당 당직자들과 함께 자신의 개헌 구상을 설명하기 위해 함께 오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요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름이 다시 정치권에 오르내린다.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한 쪽은 그가 뿌리를 둔 더불어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이다.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당정 분리를 처음 도입한 분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는데, 그 이후에 노 전 대통령도 ‘이 문제는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고 얘기하지 않았느냐”며 당정 협력을 강조했다. 같은 날 친윤계 박수영 의원도 페이스북에 “노 전 대통령이 시작했다가 후회했던 소위 당정분리,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여당에서 노 전 대통령을 거론한 건 노 전 대통령의 2007년 발언 때문이다. 그해 6월 노 전 대통령은 한 행사에 참여해 “당정 분리를 재검토해야 한다. 당이 대통령 흔들어 놓고 대통령 박살 내 놓고, 책임 없는 정치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재임 초반에 자신과 같은 뿌리였던 민주당 의원들에게 탄핵을 당했고, 재임 말기엔 자신이 창당을 주도한 열린우리당에서 대규모 의원 탈당사태가 벌어지자 일종의 회한 섞인 토로를 한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친윤계 그룹에선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일체가 되어야 한다는 ‘당정일체론’까지 내세우고 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을 나서는 도중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을 나서는 도중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여당이 정치적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야당 출신의 대통령까지 동원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여당 의원들이 노 전 대통령을 거리낌 없이 거론하는 건 윤 대통령 개인의 특징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주요 정치적 현안과 관련해 노 전 대통령을 처음 거론한 건 사실 여당이 아닌 대통령실이었다. 지난해 11월 민주노총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대통령실은 “업무개시명령은 노무현 정부가 국민의 피해를 방지하고자 도입한 제도”라는 입장문을 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이 업무개시명령을 도입했다는 건 윤 대통령이 참모진에게 먼저 언급했던 사안”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도 주변에 ‘노무현 정신’이란 말을 자주 해왔다고 한다. 지난해 2월 제주 해군기지를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뇌에 찬 결단을 하셨다”며 눈물을 삼킨 건 유명한 일화다. 한 여당 초선 의원은 “대선을 뛰어 본 의원들은 윤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을 특별히 여긴다는 걸 알고 있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이 비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이 민주당 출신이라 야당의 공격을 방어하는 데 효과적인 방패가 된다는 분석도 있다. 엄경영 소장은 “여당이 노 전 대통령을 내세우면 야당 입장에선 다소 난처한 측면이 있다”며 “여당에서 노 전 대통령을 거론하는 또 다른 이유 아니겠냐”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