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풍선 갈등' 미·중, 뮌헨서 만나나…"블링컨·왕이 회담 타진 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찰 풍선’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는 가운데 중국 방문을 취소했던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독일 뮌헨에서 중국의 외교 사령탑인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회동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이 “미국의 정찰 풍선도 지난해부터 10여 차례 중국 영공을 무단 침입했다”고 주장하는 등 미ㆍ중 간 기 싸움이 더 거세진 상황에서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관련 사안에 밝은 소식통을 인용해 “블링컨 장관이 오는 17~19일 열리는 뮌헨안보회의를 계기로 왕 위원과 만나는 것을 타진 중”이라고 전했다. 두 사람간 만남이 성사될 경우 정찰 풍선 사태 이후 미ㆍ중 고위급 첫 대화가 된다.

지난해 7월 9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당시 왕이 중국 외교부장(현 중앙정치국 위원)을 만나 악수를 청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7월 9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당시 왕이 중국 외교부장(현 중앙정치국 위원)을 만나 악수를 청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앞서 블링컨 장관은 이달 초 중국 베이징을 찾아 친강(秦剛) 신임 중국 외교부장과 처음 만나 지난해 11월 양국 정상회담의 후속 논의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1일 미국 상공에 중국발 정찰 풍선이 나타나면서 블링컨 장관의 방중 일정도 중단됐다.

이후 중국은 “기상관측용”이라고 주장했으나, 미국은 발견 사흘 뒤 미 동부 연안에서 첫 정찰 풍선을 격추하는 등 이번 사태를 두고 양국 간 반목이 본격화됐다. 이뿐 아니라 지난 10일부터 사흘 연속 정체불명의 풍선이 또 미국과 캐나다 영공에 나타나면서 미군 전투기를 동원한 격추가 반복되는 등 사태는 더 악화한 상황이다.

중국의 반격도 시작됐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고고도 열기구(풍선)가 지난해 이후에만 10여 차례 중국 당국의 승인 없이 무단으로 중국 영공을 침범했다”고 주장했다. 단, 중국 측은 미국발 정찰 풍선이 나타났던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 관련 증거 등은 밝히지 않았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에 미국은 즉각 “사실무근”이란 입장을 밝혔다.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13일 트위터를 통해 “미국이 중국 영공에 정찰 풍선 보냈다는 중국의 주장은 거짓”이라며 “중국이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최근 사례”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스파이 풍선’을 ‘기상관측용’이라고 반복적으로 거짓 주장을 펴고 있다”며 “다른 나라의 영공을 침범한 것에 대해 어떤 신뢰할 만한 설명도 내놓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정찰 풍선을 포함한 미확인 비행물체에 대한 탐지ㆍ분석ㆍ처리를 담당할 범정부 태스크포스(TF) 가동을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존 커비 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주도로 국무ㆍ국방장관, 국가정보국장 등이 (TF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첫 정찰 풍선 격추 이후 나타난 풍선들과 관련해 “외계 활동”이라는 근거 없는 소문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외계인 또는 외계 활동의 징후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미군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 동부 연안에서 격추한 중국 정찰 풍선의 잔해를 미 연방수사국(FBI)으로 이송할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 미 해군

미군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 동부 연안에서 격추한 중국 정찰 풍선의 잔해를 미 연방수사국(FBI)으로 이송할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 미 해군

하지만 미 당국은 세 차례 추가로 격추한 풍선들에 대해선 중국발인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 커비 조정관은 “기상 상황으로 인해 격추한 3개 물체에 접근이 안 되고 있다”며 “이들을 회수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이날 MSNBC에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배후를 떠나 미국에 적대적인 세력이 개입해 벌인 일”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스콧 클래시 전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 부사령관은 이날 CNN에 “(미확인 비행 물체는) 미국의 발전된 체계에 대한 적들의 시험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누가 배후인지 결정하기 전까지 신중해야 한다”며 “모든 우리의 적들이 관여됐을 수 있다는 강한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 공군은 이날 “중동 지역에서도 중국의 정찰 풍선이 수차례 발견됐다”고 밝혔다. 중국이 전 세계적으로 정보수집용 열기구를 남발하고 있다는 얘기로 정찰 풍선 사태 이후 중국의 ‘오리발 전술’을 견제하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