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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A 우회하는 포드…시장 1위 中 CATL과 美에 배터리 공장 짓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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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포드사의 픽업 트럭 F-150 라이트닝. AP=연합뉴스

미국 포드사의 픽업 트럭 F-150 라이트닝. AP=연합뉴스

미국 자동차회사 포드가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인 중국의 닝더스다이(寧德時代·CATL)와 손잡고 미국 본토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 지난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서명하며 강력한 중국 제조업 견제에 나섰지만, 정작 미국 업체는 법안을 우회에 중국 배터리 회사가 북미 시장에 진출한 발판을 마련해 준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포드는 13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마샬에 35억달러(약 4조5000억원)를 들여 배터리 공장을 세울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공장은 포드와 CATL이 합작해서 세운다. 포드는 “우리는 포드 차량에 CATL의 기술을 기반으로 한 배터리 개발을 연구 중으로 북미 생산을 현지화할 계획”이라며 “2026년부터 생산을 시작할 예정인 이 공장에선 약 2500개의 신규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포드 100% 지분으로 IRA 피해

지난해 9월 미국 미시간주 디어본의 포드 자동차 공장에서 F-150 픽업트럭 전기차 모델이 조립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9월 미국 미시간주 디어본의 포드 자동차 공장에서 F-150 픽업트럭 전기차 모델이 조립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CATL과 합작해 만드는 형식이지만 공장 지분은 포드가 100% 갖는다. 리사 드레이크 포드 전기산업화 담당 부사장은 “CATL과 협력해 공장을 만들지만, 배터리 공장은 자회사 형태로 포드가 온전히 소유한다”고 말했다. CATL은 지분을 갖지 않되 배터리 기술 및 노하우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공장 운영에 참여한다.

IRA를 우회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해 8월 제정된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에만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16만원)의 보조금을 세액공제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이로 인해 자국 전기차 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차별적 피해를 받게 된다며 한국·일본·유럽연합이 반발했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IRA를 통해 견제하려는 중점 대상은 중국이었다. IRA 규정에 따르면 북미에서 제조·조립된 부품이라도 ‘해외 우려기업’이 만든 배터리는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사실상 중국의 배터리 기업을 겨냥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미시간 공장은 IRA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CATL이 자본을 투입하는 방식이 아니라서다. 마린 그자자 포드 전기차 부문 최고고객책임자(CCO)는 “미시간 공장에서 생산된 전기차는 IRA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가절감 위해 CATL과 손 잡아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가 13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로물루스에서 포드와 중국 CATL과 함께 미시간주 마샬에서 건설할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가 13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로물루스에서 포드와 중국 CATL과 함께 미시간주 마샬에서 건설할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포드가 우회 전략을 쓰면서까지 중국 배터리 기업과 합작하려는 이유는 전기차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배터리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65%)에 이어 2위인 포드(7.6%)는 전기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포드는 2026년까지 1년에 20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선 생산비 절감이 중요하다. 포드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전문인 중국 CATL과 합작 생산공장 건립을 지난해부터 논의해 왔다. LFP 배터리는 미국과 유럽에서 사용되는 니켈코발트(NMC) 배터리보다 성능은 떨어지지만 생산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합작의 목표는 전기차 생산비를 낮추는 것”이라며 “LFP는 가장 저렴한 배터리 기술”이라고 말했다. 앞서 포드는 전기차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올해부터 LFP 배터리를 머스탱 마하-E SUV 모델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포드는 내년부터는 F-150 픽업트럭 전기차 모델에도 LFP 배터리를 장착할 예정이다.

‘정찰 풍선’에도 中과 협력

포드의 발표는 지난 4일 중국산 ‘정찰 풍선’을 미국이 전투기로 격추해 미·중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이뤄졌다. 뉴욕타임스(NYT)는 “풍선 사건은 중국이 지난 3년간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끝내고 더 많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려는 중국의 노력을 방해한 것으로 보이지만, 포드는 CATL의 기술만 받는 형식으로 미·중 간 긴장 관계를 피해 갔다”고 전했다.

그레첸 휘트머 미국 미시간 주지사가 13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로물루스에서 포드와 중국 CATL의 미시간주 마샬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 발표 현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레첸 휘트머 미국 미시간 주지사가 13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로물루스에서 포드와 중국 CATL의 미시간주 마샬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 발표 현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은 일자리 확보 등 경제 활성화가 우선인 주 정부 목표와 충돌하고 있다. 포드는 당초 버지니아주에 새 공장을 지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공화당의 유력 대통령 후보 중 한명인 글렌 영킨 주지사가 CATL을 미국 자동차 산업을 약화할 ‘트로이 목마’로 부르며 공장 설립에 반대했다. 이에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가 영킨 주지사의 입장을 “정치적 결정”이라며 비판했고 포드는 회사 본사가 있는 미시간주로 공장 설립 장소를 바꿨다.

韓 기업과 경쟁 불가피

지난 2016년 중국 푸센성 닝더에 있는 CATL의 R&D센터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16년 중국 푸센성 닝더에 있는 CATL의 R&D센터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포드와 손을 잡은 CATL은 지난해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CATL의 시장 점유율은 37%다. CATL은 중국 등 아시아와 유럽에 모두 13개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미국에 공장을 세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북미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국내 배터리 회사들과 CATL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미 제너럴모터스(GM)과 오하이오주에 세운 공장에서 배터리를 생산 중이다. SK온은 포드와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설립하고 켄터키·테네시주에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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