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프닝 이후 중국 명품 소비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최근에는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등 1선 대도시뿐 아니라 지방 도시로 명품 시장이 확산하는 추세다.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뷔통, 샤넬) 등 글로벌 주요 명품 브랜드의 신규 입점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매장에서는 매출 신기록을 잇달아 경신하며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사진 界面新闻
2023년 1월, 중국 허페이(合肥) 인타이센터(银泰中心) 내 루이뷔통 매장은 월 매출 1억 위안(약 184억 5500만원)을 돌파하며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하루 평균 320만 위안(약 5억 9000만 원) 이상의 제품이 판매됐다는 얘기다. 중국판 인스타 샤오훙수(小红书) 등 SNS에는 해당 매장에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의 인증샷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제로 코로나 정책 해제 이후 처음 맞이하는 명절에 중국인의 소비가 집중됐다. 특히 지난 1월, 위안단(元旦·중국의 양력설)과 춘제(春节·중국의 음력 설) 연휴가 겹치면서 명절 선물 등 소비 수요가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매년 연초 진행되는 명품 브랜드의 가격 인상 전에 제품을 사려는 소비 심리도 함께 작용했다.

사진 루이뷔통 중국 홈페이지
올해 중국인의 명품 소비는 일명 베이-상-광-선(北京-上海-广州-深圳)이라 불리는 4대 대도시를 넘어 각 지방 도시로 확산하는 추세다. 춘제 등 명절을 앞두고 백화점 명품관 앞에 줄을 서는 장면이 올해에는 허페이 등 지방 도시에서도 판에 박힌 듯이 똑같이 연출됐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지방행’이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보고 있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안후이(安徽)성 허페이에 진출한 명품 브랜드는 루이뷔통뿐이 아니다. 지난해(2022년) 상반기, 허페이 인타이 센터가 3개 명품 브랜드의 임시 매장(팝업 스토어)을 열어 주목받았다. 각각 스페인 로에베(LOEWE), 프랑스 프레드(FRED)와 셀린(CELINE)은 이를 계기로 안후이 성에 처음 상륙했다.

사진 界面新闻
2022년 연말에는 동일 백화점 2호점이 개업하면서 마르니(Marni), 반클리프 아펠 등 브랜드가 입점했다. 반클리프 아펠의 경우, 앞서 정저우(郑州) 데니스 데이비드 플라자(丹尼斯大卫城)에 1호점을 냈는데, 이 백화점은 2022년 이후 에르메스, 루이뷔통, 디올이 문을 연 데 이어 샤넬이 입점을 준비 중으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샤넬은 명품 브랜드 중에서도 신규 매장 결정에 신중하기로 유명하다. 현재 중국 대륙 11개 도시에 16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3개가 베이징과 상하이에 위치한다. 만약 정저우에 매장을 신설한다면 허난(河南), 후베이(湖北), 후난(湖南) 3개 성을 포함하는 화중(华中) 지역의 첫 번째 샤넬 매장이 된다.
리오프닝 후 중국의 명품 소비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얼마 전 LVMH그룹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 회장은 1월 중국 시장 매출이 긍정적이었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버버리 줄리 브라운(Julie Brown) 최고재무책임자(CFO)도 향후 중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사진 界面新闻
앞서 언급했듯 주요 명품 브랜드들은 이제 중국 대도시를 넘어 지방 도시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대도시의 경우 새로운 컨셉으로 기존의 매장을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허페이, 정저우, 청두(成都), 우한(武汉), 시안(西安) 등 지방 도시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1선 대도시에서 기반을 닦은 백화점과 고급 쇼핑센터가 중국 내 명품 브랜드의 지방 확산에 촉진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중국 매체 제몐신원(界面新闻)은 보도했다.
코로나 팬더믹의 영향으로 2022년 중국 고급 쇼핑몰의 매출은 대체로 하락세를 보였다. 상하이 명품의 성지라 불리는 헝룽 플라자(恒隆广场)는 매출 10%가 줄었다. 반면, 우한, 다롄(大连), 우시(无锡) 쿤밍(昆明) 등 지방에 위치한 헝룽 플라자는 매출이 6-52% 늘었다. 다롄과 쿤밍 점의 경우 연내 글로벌 브랜드의 추가 입점을 예고하기도 했다.
베이징-상하이-광저우를 벗어나다(逃离北上广)
중국에서 포화 상태의 대도시를 떠나 지방으로 향하는 사회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고급 쇼핑몰 체인과 더불어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도 중국 지방 도시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있다. 리 오프닝 이후 중국인의 명품 소비 회복이 기대되는 가운데, 지방 도시가 소비의 불씨를 더욱 키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