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승에 만족하지 않는 '용진이 형', "야구판 키운다"

중앙일보

입력

1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 SSG 랜더스 캠프를 방문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 SSG 랜더스

1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 SSG 랜더스 캠프를 방문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 SSG 랜더스

"야구판을 키우고 싶다." SSG 랜더스 구단주인 정용진 부회장은 우승에 만족하지 않았다. 프로야구가 산업으로서 성장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1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 베로비치 재키로빈슨 트레이닝센터를 방문했다. SSG 선수단은 지난 1일부터 이곳에서 2023 시즌 준비중이다. 미식가인 정 부회장은 음식 재료 하나하나 신경을 써 만찬을 준비하기도 했다.

정용진 부회장은 14일에도 훈련장을 찾았다. 캐주얼한 옷차림의 정 부회장은 선수들과 격의 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김광현, 최정, 최지훈과 1~2년차 신인급 선수, 외국인 선수에게는 따로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WBC 대표팀에 합류할 김민재 코치(왼쪽부터), 최지훈, 최정, 김광현을 격려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가운데). 사진 SSG 랜더스

WBC 대표팀에 합류할 김민재 코치(왼쪽부터), 최지훈, 최정, 김광현을 격려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가운데). 사진 SSG 랜더스

정용진 부회장은 야구단에 대한 생각과 철학을 직접 털어놓았다. 창단 이후 정 부회장이 취재진과 인터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 부회장은 "창단 후 해외 전지훈련은 처음이라 당연히 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떤 시설과 분위기 속에서 우리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는지 궁금한 점이 많았다"고 했다.

SSG는 2021년 1월 인천을 연고로 한 SK 와이번스를 인수해 창단했다. SSG는 곧바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선수단 전력을 강화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추신수와 역대 최고연봉(27억원)에 계약했다. 이듬해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뛰던 김광현을 복귀시켰다. 샐러리캡(연봉 합산 제한) 시행을 감안한 2022년 연봉은 무려 81억원. 추신수의 기록을 가뿐히 넘어섰다.

비(非) FA(자유계약)인 선수들에게도 과감하게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연봉 총액(외국인 제외)은 227억원으로 압도적인 1위였다. 2위 삼성 라이온즈는 98억원, 한국시리즈 상대인 키움 히어로즈는 56억원이었다.

정 부회장은 후발주자인 SSG가 선한 영향력을 끼치길 바란다. 그는 "'통 큰 투자'라고 생각되는 것 자체가 아쉬운 일이다. 앞으로 우리 구단의 투자가 '통 큰 투자'가 아닌 '최소 투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른 구단들도 투자를 늘리면 그만큼 야구계에도 좋은 일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이 프로야구에 뛰어든 건 2021년이지만, 야구단 창단을 준비한 건 2018년부터다. SK 외에도 여러 구단을 접촉해 인수를 타진했다. 신세계와 정 부회장이 야구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선수단과 기념사진을 촬영한 정용진 SSG 구단주. 사진 SSG 랜더스

선수단과 기념사진을 촬영한 정용진 SSG 구단주. 사진 SSG 랜더스

정 부회장은 "야구장에 오는 팬과 우리 기업의 고객이 동일했다. 아침엔 스타벅스에 가고, 오후에 이마트에서 쇼핑을 하고, 신세계푸드 식품을 먹는다. 야구는 유통업과 직접적인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종목이다. 시간을 점유하고, 소비자 접점이 크다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스포츠가 야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한국시리즈 포함 홈 경기(76경기) 중 절반이 넘는 42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원정 경기까지 합하면 45번이나 야구장을 찾았다. 정 부회장은 "우리의 진정성과 우리 기업의 상품성이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되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둘째로는 선수들이 어떤 환경 속에서 뛰는지 확실히 알아야만 내가 경기력을 높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있다. 그래서 야구장 직관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TV 밖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게 있다"고 말했다.

2022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팬들에게 인사하는 정용진 구단주. 뉴스1

2022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팬들에게 인사하는 정용진 구단주. 뉴스1

프로야구는 1982년 정부의 독려로 시작됐다. 국내 최고 인기 종목의 위치를 점유했지만, '돈이 되는 사업'은 아니다. 관중 수입, 중계권료, 상품 판매 수익이 구단 운영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신세계가 변화시키고 싶은 것도 이 부분이다.

정 부회장은 "프로야구가 기업의 홍보도구로 시작했으나, 결국 가야 할 길은 산업화다. 하지만 구단들의 열정이 식어가면서 산업화로 가는 길이 희미해지고, 어려워진 것 같아 안타까웠다. 야구판을 선도해서 야구의 산업화에 일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구단주의 역할은 선수들이 더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응원하는 것, 야구 산업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SSG는 지난해 개막 첫 날부터 마지막날까지 1위를 지켰고, 한국시리즈까지 제패해 통합우승을 거머쥐었다. 우승 뒤 헹가래를 받은 정 부회장은 "한 번 더 헹가래를 받고 싶다"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정용진 구단주를 헹가래치는 SSG 선수단. 뉴스1

정용진 구단주를 헹가래치는 SSG 선수단. 뉴스1

정용진 부회장은 "우승이 목표가 아닌 팀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사실 작년에 우승후보가 아니었다. 내부적으로 시즌 전 3위 정도로 예상했는데 우승했다. 선수들이 다른 팀보다 이기고 싶은 집념이 강했고, 선수단 내 믿음이 강해서다"라며 "올해도 3강 4중 3약 중 '4중'으로 꼽히고, 전력도 지난해와 비슷하다. 하지만 작년처럼 선수들이 해준다면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 부회장이 올해 야구단에 기대하는 목표는 '고객 확보'다. 지난해 SSG는 10개 구단 중 관중동원 1위(98만1546명)를 차지했다. 2년 연속 우승만큼이나 2년 연속 관중 동원 1위를 하고 싶다는 열의가 강하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우승 소감 때 홈 관중 1위가 제일 기뻤다고 말씀드렸다. 올해도 가장 욕심나는 타이틀이다. 이왕이면 100만 관중을 넘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