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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조코비치? 백신 미접종 소신 골퍼 린 그랜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샷을 하는 린 그랜트. AP=연합뉴스

샷을 하는 린 그랜트. AP=연합뉴스

지난해 6월 린 그랜트(23·스웨덴)는 DP 월드투어(구 유러피언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첫 여성 선수가 됐다. DP 월드투어와 LET(유럽 여자 골프 투어)가 공동 주최한 볼보 스칸디나비안 믹스드 토너먼트는 남녀 각 78명이 참가해 성별 구분 없이 우승자를 가렸는데 그랜트는 26언더파를 치면서 2위 헨리크 스텐손에 9타 차 우승했다.

남자 유러피언투어서 우승한 첫 여성 #LPGA 미국 대회 하나도 참가 못해 #사우디서 잃어버린 시간 찾을 기회

남녀 티잉 구역 위치가 다르긴 했지만, 남자 선수들이 경기하는 딱딱한 그린에서 여성이 적응하긴 쉽지 않다. 그랜트는 여자 선수 중 두 번째로 잘한 선수와는 14타 차가 났다.

아마추어 시절인 2018년 그랜트는 US여자오픈 4위를 기록했으며 애리조나 스테이트 대학 시절에도 발군의 활약을 보였다. 2022년 LPGA 신인으로 나서는 그의 활약이 기대됐다.

그러나 지난해 LPGA 투어에서 그랜트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가 미국 대회에 전혀 참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LPGA 토토 재팬 클래식에서 샷을 하는 린 그랜트. AP=연합뉴스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LPGA 토토 재팬 클래식에서 샷을 하는 린 그랜트. AP=연합뉴스

테니스의 노바크 조코비치는 지난해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소신 때문에 호주 오픈과 US오픈에 참가하지 못했다. 그랜트도 같은 이유였다.

그랜트는 지난해 “당연히 LPGA 투어에 참여하고 싶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미 접종자의 미국 입국 제한이 있어 미국 대회 출전을 고려하지 않는다. 내가 미국에서 뛰지 않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걸 알고 있고, 그들의 생각을 존중한다. 다른 사람들도 내가 접종을 받지 않은 이유를 존중해주기를 바란다. 접종을 받지 않는 이유는 내 가족과 팀이 지키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월 열린 스칸디나비안 믹스드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린 그랜트가 남자친구이자 캐디인 사무엘슨과 키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해 1월 열린 스칸디나비안 믹스드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린 그랜트가 남자친구이자 캐디인 사무엘슨과 키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그랜트는 미국 밖에서 열린 대회에는 나갔다. 유럽 여자 투어에서는 4번 우승했다. LPGA 투어에서는 한국에서 열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을 포함, 6개 대회에 참가해 8위 안에 4번 들었다.

그랜트는 지난해 여자 골프에서 가장 돋보이는 신예 선수 중 하나였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혹은 백신 관련 가족의 신념으로 인해 2022년의 절반을 잃어버렸다. 올 첫 메이저대회인 셰브런 챔피언십에도 나가기 어렵다.

조코비치는 지난해 백신 신념 때문에 그랜드슬램 대회 4개 중 2개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으나 지난해 윔블던과 올해 호주 오픈 우승으로 이를 만회했다.

그랜트가 조코비치처럼 잃어버린 시간을 찾을 수 있을까. 16일 사우디아라비아제다 인근 킹 압둘라 경제도시의 로열 그린 골프장에서 열리는 LET 아람코 레이디스 인비테이셔널에 참여한다.

LET 대회지만 사우디의 오일머니가 후원해 빅 이벤트다. 상금이 500만 달러로 메이저 대회와 LPGA 최종전을 제외하곤 여자 대회 중 최고액이다.

주최 측이 리디아 고, 전인지, 김효주, 아티야 띠티꾼 등을 초청했다. 세계랭킹 20위 이내 12명, 메이저 우승자 11명이 참가한다. 그랜트가 골프계에 자신의 존재를 알릴 좋은 무대다.

그랜트는 접종 관련 논란 때문인지 대회 인터뷰에는 참가하지 않는다.

린 그랜트의 할아버지는 스코틀랜드에서 골프 선수를 했으며 스웨덴으로 이민했다. 아버지는 스웨덴 투어에서 뛰었고 시니어 투어에서 7승을 했다.

제다=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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