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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갈수록 팍팍해지는 국민 살림, 더 면밀히 살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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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공공요금 인상으로 국민 살림살이가 한층 팍팍해지고 있다. 뉴스1

공공요금 인상으로 국민 살림살이가 한층 팍팍해지고 있다. 뉴스1

5년 새 근로소득세 증가율 69% 달해

공공요금 인상, 고금리에 허리 휘어

연초부터 국민 살림살이를 팍팍하게 만들 뉴스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달엔 난방비 폭탄 때문에 보일러조차 제대로 틀지 못했는데, 이달엔 공공요금 인상 소식이 몸을 웅크리게 한다. 물가는 치솟는데 월급은 제자리인 중산층과 서민, 취약층에겐 더없이 추운 겨울이다. 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보다 5.2% 올랐다. 전기·가스·수도가 28.3%나 뛴 것이 크게 작용했다. 다른 공공요금 인상도 줄줄이 밀려오고 있다. 지난달엔 대구시와 울산시가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3300원에서 4000원으로 700원 올렸다. 이달엔 서울시가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 인상했다. 3월엔 경기도가 중형택시 기본요금 인상(3800원→4800원)과 기본거리 단축을 추진 중이다. 4월엔 서울시가 지하철과 버스요금을 각각 300~400원 올리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전국 각지에서 대중교통 요금이 20~30% 뛰는 것이다. 2분기 중 전기·가스 요금 추가 인상도 예고돼 있다.

게다가 많은 국민이 급격한 금리 인상에 허리가 휘고 있다. 2021년만 해도 연 2~3%대였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작년 말 7%대를 넘었다. 이로 인해 30대 대출자들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4.2%, 40대는 41.3%까지 높아졌다는 것이 한국은행 분석이다. 이 수치는 소득의 절반 가까이를 빚 원리금 갚는 데 쓰고 나머지로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많은 하우스푸어(house poor)와 ‘영끌족’의 고단한 일상을 말해 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년여간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가계가 추가로 떠안은 이자 부담이 37조원이다. 은행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세워 성과급 파티를 벌인 돈이 결국 이런 국민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었다.

한편으로 봉급쟁이가 납부하는 근로소득세는 지난해 57조원을 넘어 5년 전인 2017년(34조원)보다 약 69% 늘었다는 자료가 공개됐다. 같은 기간 총 국세 증가율은 49.2%, 자영업자·개인사업자에게 부과되는 종합소득세는 49.4%였다.  ‘유리 지갑’으로 불리는 근로자들 봉급에서 원천징수하는 근소세가 국세보다 훨씬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정부는 이를 근로자 수 증가와 임금 상승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연말정산 때마다 다달이 징수된 세금이 많았다는 사실에 놀라는 봉급쟁이들로선 ‘봉급쟁이가 봉’이라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울 것이다.

공공요금 인상도, 고금리도 불가피한 측면은 있다. 근소세 부담도 국제 비교를 하면 크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경제난에 허덕이는 국민 고충을 살피지 않을 이유는 못 된다. 공공요금 인상 시기의 분산, 이자 추가 부담분에 대한 한시적 세금 공제 등 정부가 다각도로 검토해 볼 만한 사안이 적지 않다. 그런 해법을 모색하는 게 바로 정부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