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그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유착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의 중점이 대북 송금 규모와 방법에서 쌍방울그룹 비자금의 사용처 규명으로 이동하고 있다. 수원지법 김경록 영장전담판사는 지난 11일 태국에서 압송된 김성태 전 회장의 금고지기 김모 전 쌍방울그룹 재경총괄본부장에 대해 13일 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판사는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김 전 회장과 사기적 부정거래 등 자본시장법 위반과 회사 자금 횡령, 비상장 회사에 대한 부당 지원 등 배임, 대북 송금을 위한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을 공모했다는 혐의가 적용됐다. 김 전 본부장은 “수사에 협조하고 반성한다”는 의사를 법원에 밝히고 13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했다. 검찰은 김 전 본부장의 신병이 확보됨에 따라 본격적으로 비자금 용처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지난 3일 김 전 회장을 기소하면서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비자금(횡령·배임 액수)은 총 592억원이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에 걸쳐 김 전 회장이 쌍방울그룹 계열사에서 빼돌리거나 손해를 입힌 자금으로 43억원, 그룹 임직원 명의로 만든 비상장 회사 5곳에서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빼돌렸다고 본 536억여원, 비상장 회사에 부당하게 자금을 지원해 그룹 계열사에 손해를 입힌 11억원 등이 포함된 액수다.
김 전 회장은 592억원에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북한과 맺은 스마트팜 비용 대납 용도로 500만 달러, 이 대표의 방북비용조로 북측에 건넨 300만 달러가 포함됐다고 진술했지만 그 이외의 유용은 없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쌍방울그룹 관계자는 “자기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아야 하는데, 개인이 대출받을 수 없으니 1인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대출받은 것”이라며 “기업 인수합병 시기 등 급한 돈이 필요할 때마다 비상장 회삿돈을 가져다 쓰다 결국 다 갚았다”고 말했다. 일종의 대출 돌려막기 과정에서 횡령액이 부풀려졌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검찰은 김 전 본부장을 상대로 김 전 회장의 이런 진술을 정밀 검증할 계획이다. 김 전 본부장은 차입·대여금의 연결고리와 돈세탁의 처음과 끝을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김 전 본부장은 영장 청구에 앞선 검찰 조사 과정에서 비자금 조성 과정에 해당하는 배임·회령 혐의의 상당 부분에 대해 김 전 회장과의 공모 사실을 시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쌍방울그룹 관계자는 “재경총괄본부장은 해외로 도피하기 1년 전, 김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 이전에 이미 퇴사한 상태였다”며 “회사 도움 없이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의 지인은 “김 전 본부장의 김 전 회장의 요청에 따라 귀국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라고 말했다. 김 전 본부장은 김 전 회장을 변호하는 로펌과는 다른 로펌 소속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하는 등 김 전 회장, 쌍방울그룹과 다소 선을 긋는 자세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이 수사하던 정자동 호텔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은 성남지청으로 이첩됐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시절인 2015년 베지츠종합개발이 정자동 부지에 관광호텔을 지으면서 성남시로부터 용도변경 등 각종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지난달 31일 한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가 이 대표를 직권남용과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