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 균주(보톡스) 도용을 둘러싸고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6년여에 걸친 민사소송 첫 판결이 나오면서 시장 판도에 대한 예측이 엇갈리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메디톡스와 민사소송 1심에서 패한 대웅제약이 ‘시장 다독이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날 “보톡스 주력 의약품인 ‘나보타’ 수출에 영향이 없다”고 발표하면서 대웅제약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00원(0.4%) 오른 12만4700원에 마감했다. 지난 10일 1심 판결 때 2만9800원(19.4%) 급락했다가 진정세를 보인 것이다.
앞서 재판부는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에 영업비밀을 침해당했다며 낸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대웅제약에는 관련 기술 사용금지, 손해배상금 40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웅제약은 나보타 매출(연 1400억원)의 60~70%를 차지하는 미국·유럽 시장에서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미국 파트너인 에볼루스-메디톡스 간 합의에 따라 이번 재판 결과는 나보타 사업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에볼루스는 2021년 자사 주식 676만 주를 메디톡스에 양도하는 조건으로 현지 소송에 합의한 바 있다. 다만 법원의 강제집행정지 여부에 따라 국내 시장에 타격이 있을 수도 있다.
국내에 보톡스 업체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휴젤 등이 있다. 메디톡스와 휴젤은 지난해 매출이 2020년 대비해 각각 30% 늘었다. 나보타는 같은 기간 3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다. 기존 미용·성형 의료에서 뇌성마비, 전립선 비대증 등 다양한 질병 치료에 쓰이면서 올해 세계 시장 규모가 10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보톨리눔톡신마켓리서치는 전 세계 보톡스 수요는 2019년 51억2840만 달러에서 2025년 107억460만 달러(약 13조6270억원)로 20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최종 판결까지는 4~5년이 걸리는 만큼 업계가 수혜를 볼 듯하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관계자는 “법원이 기술 유출로 판단한 만큼 (대웅의) 해외 영업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