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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00억원 들인 ‘온통대전’, 대형점포만 더 혜택봤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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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2020년 허태정 전 대전시장 등이 온통대전 출시를 축하하고 있다. 대전시는 온통대전 발행에 3년간 4700억원을 썼다. [사진 대전시]

2020년 허태정 전 대전시장 등이 온통대전 출시를 축하하고 있다. 대전시는 온통대전 발행에 3년간 4700억원을 썼다. [사진 대전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며 4700억원을 쏟아부은 지역 상품권 ‘온통대전’이 오히려 소상인 간 매출 격차와 지역 간 불균형을 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시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온통대전 예산으로 4701억원(국비 1896억원·시비 2805억원)을 투입했다. 사업 첫해인 2020년 775억원이던 예산은 2021년 2112억원, 2022년 1814원으로 늘었다. 2022년에는 국비가 541억원으로 줄었지만, 대전시 부담은 1208억원에서 1273억원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대전시는 2020년 5월 온통대전 사업을 시작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얼어붙은 지역경제를 살리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돕겠다는 취지의 사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관계기관 분석 결과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온통대전 사용 매출 비중을 조사한 결과, 연 매출 5억원을 넘는 가맹점(매장) 수는 전체 20%였지만 결제 비중은 55%가 넘었다.

연간 매출이 10억~30억원인 매장은 비중이 5%(3357개)에 불과했지만, 이들 매장에서의 사용 금액은 15%(1668만건), 30억원을 초과하는 매장 3971곳(6%) 결제 비중은 16%(1956만건)를 차지했다. 사용액을 기준으로 하면 매출 10억원 이상 매장(전체의 11%)에서 사용한 돈은 39%(8230억원)나 됐다. 대형·인기 점포를 중심으로 온통대전을 사용했단 의미다. 업계에서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했단 이야기도 나온다.

대전시가 강조했던 원도심 활성화도 역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2년 1년간 5개 구(區)별 온통대전 사용 분포를 보면 서구와 유성구가 각각 34.4%(7382억원)와 29.2%(6270억원)로 전체 62.6%를 차지했다. 동구와 중구·대덕구 등 3개 구(區)는 모두 합해도 35.1%에 불과했다. 원도심인 동구·중구·대덕구와 서구·유성구의 격차가 더 벌어진 셈이다.

온통대전을 사용하면서 적립되는 인센티브(캐시백)도 소득 격차에 따라 불균형이 가속했다. 2022년 1~6월 온통대전 결제 비중을 보면 매달 40만원 이상 결제 비율이 52%나 됐다. 반면 10만원 이하는 13%, 10만~20만원은 12%에 불과했다. 소비 여력이 낮은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혜택에서 소외되는 구조다.

온통대전 관련 예산으로 2805억원을 투입한 대전시 재정은 악화했다. 2019년 5591억원이던 채무가 2021년 8476억원, 2022년엔 1조43억원까지 늘어났다. 부채 비율 역시 2019년 8.83%이던 게 2022년엔 12.8%까지 치솟았다. 1인당 상품권 발행(2022년 기준)의 경우 대전(127만5000원)은 광주광역시(61만5000원)의 2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지난해 7월 취임 직후 온통대전 폐지를 주장했다. 온통대전을 폐지하면 4년간 1조원의 재원이 생기고 이 돈을 소상공인이나 저소득층을 위한 다른 사업에 사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배재대 행정학과 최호택 교수는 “온통대전이 출발과는 다르게 가진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고 표심을 구하는 수단이 됐다”며 “대전시도 이를 정확히 알리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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