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형마트 일요일 영업…시민 “편하다” vs 상인 “생계 걱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8면

대구 지역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변경되면서 지난 12일 대규모 점포 17곳과 준대규모 점포 43곳 등 지역 마트 60곳이 정상 영업을 했다. [뉴스1]

대구 지역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변경되면서 지난 12일 대규모 점포 17곳과 준대규모 점포 43곳 등 지역 마트 60곳이 정상 영업을 했다. [뉴스1]

지난 12일 오후 대구 서구 한 대형마트. 11년 만에 의무휴업일이 완전히 풀린 첫 일요일이었다. 계산대 앞은 기다리는 고객들로 긴 줄이 만들어졌다. 푸드코트 등은 발 디딜 틈 없었고, 주차장은 ‘만차’였다. 40대 워킹맘 김지은씨는 “(전에는) 마트 문을 여는지 날짜를 확인하고 장을 보러 와야 했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져 편하다”며 “주말에 아이들 반찬을 미리 사둔 덕에 다음 주를 한결 수월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시가 광역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인 월요일로 전환하면서 지역 마트 60곳(대규모 점포 17곳과 준대규모 점포 43곳)이 이날 정상 영업을 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은 2012년 도입됐다. ‘지역 상권을 살리자’는 취지였다. 이후 대구시 내 마트는 이에 맞춰 그간 매월 둘째·넷째 주 일요일에 휴업해 왔다.

하지만 대구시와 시내 8개 구·군은 의무휴업일 평일 변경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대구시와 지자체들은 의무휴업일을 변경하면, 온라인 쇼핑 등으로 인한 지역 내 소비 순유출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를 거쳐 평일 휴무와 관련한 내용을 담은 지자체 고시가 지난 10일 이뤄졌고, 12일부터 대구 지역 마트는 매월 둘째·넷째 주 월요일에 쉬게 됐다.

대구시 관계자는 “의무휴업일 변경으로 지역 유통업의 경쟁력이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또 대형마트의 지역 기여도 확대로 이어지면, 지역 경제에도 순기능 효과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같은 날 전통시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서구 서부시장에서 20년 넘게 참기름 집을 운영해온 김선옥(69)씨는 “당장 체감되지는 않지만, 앞으로 손님이 줄까 봐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대구에서 가장 큰 서문시장은 평소 주말처럼 시민들로 붐볐다. 아직 의무휴업일 변경에 따른 영향이 나타나진 않은 분위기다. 하지만 이곳 상인들도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수제비를 파는 60대 상인은 “(상인) 모두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면서 “대구시에서 지역 상인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대책을 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지역 상인과의 상생방안을 마련 중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를 주기적으로 열어 대형마트, 지역 상인들과 상생협력 방안을 고민하기로 했다”며 “지역 전통시장 활성화와 소상공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마트노조는 ‘쉴 수 있는 일요일을 빼앗겼다’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이하 마트노조)는 “의무휴업일 변경으로 주말에 쉬지 못하게 됐다”며 “이는 결국 노동자 건강권과 휴식권을 빼앗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트노조 측은 앞서 10일 각 구·군에서 의무휴업일 변경 지정 고시를 공고하자 대구지방법원에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소송을 맡은 이동민 변호사는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에 따르면 의무휴업일을 공휴일이 아닌 날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이해당사자와의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을 모두 찬성한 대구 8개 구·군별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는 마트 노동자를 뺀 채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법원 판단까진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일단 마트는 12일 정상 영업했다. 마트노조는 13일 오후 대구시청 앞에서 의무휴업일 변경에 따른 규탄집회를 열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