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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연일 김주애 마케팅…실체는 김정은 띄우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김주애

김주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사진)가 지난해 11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후 석 달 새 다섯 차례나 등장했다. 지난 8일 건군절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는 김 위원장과 나란히 주석단에 올랐다. 급기야 12일 공개된 열병식 녹화중계에선 김 위원장의 백마를 이어 김주애의 백마가 공개되면서 후계 논란에 불을 지폈다.

북한은 그간 김씨 일가의 정통성과 권위를 나타내는 상징물로 백마를 활용해왔다. 언뜻 이 장면만 보면 김 위원장의 뒤를 이은 후계 구도를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영국 BBC는 최근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이 죽기 1년 전 후계자로 공식화돼 이후 권력기반을 다지는 길이 험난했기 때문에 딸에게는 ‘더 쉬운 길’을 제공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관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대체로 ‘김주애 후계자설’ 보다는 ‘김정은 띄우기’ 쪽에 무게 중심이 가 있다. 김 위원장은 26살 때인 2010년 9월 제3차 조선노동당 대표자회의에서 후계자로 공식화됐다. 그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은 1974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후계자로 내정했지만 38살 때인 1980년이 돼서야 공식화했다. 그런데 김주애는 이제 10살(2013년생 추정)이다.

또 2022 통일부 발간 『북한 주요 인물정보』에 따르면 북한 사회는 주요 인물 중 여성이 4.6%(323명 중 15명)밖에 안 되는 가부장적 사회다. 공식 직책에서 해임됐거나 최근 활동이 확인되지 않은 인물을 제외하면 9명으로 줄어든다. 익명을 원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위원은 “일부 고위 탈북자들과 인터뷰를 해 보면 ‘김정일 없는 김경희(김정일의 여동생)’, ‘김정은 없는 김여정(김정은의 여동생)’의 위상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선 후계자설보다는 북한이 백두혈통의 권위를 재확인함으로써 김 위원장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13일 “최근 움직임을 보면 후계구도와 관련해 직접적인 언급 없이 김 위원장의 딸 앞에 높임말(존귀하신 등)을 붙여준 것일 뿐”이라며 “김주애를 등판시킨 이유는 백두혈통을 강조해 궁극적으로 김정은 자신의 권위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분석했다.

유럽 왕실에서 새로 태어난 왕손이나 나이 어린 왕자와 공주를 대중에 노출해 왕실에 대한 권위와 애정을 높이듯이 김주애라는 일종의 ‘마스코트’를 공개해 백두혈통의 권위를 강화하려 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스위스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도 “김정은의 권력 강화를 위해 김주애도 하나의 상품으로 포장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번 열병식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는 점에서 김주애 마케팅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3년간의 코로나19 국경 봉쇄로 경제난과 리더십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노 마스크’ 열병식과 천진난만한 표정의 김주애 등장을 통해 김 위원장이 강조해온 국방 분야에서의 성과를 극대화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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