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그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유착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의 중점이 대북송금 규모와 방법에서 쌍방울그룹 비자금의 사용처 규명으로 이동하고 있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지난 11일 태국에서 압송된 김성태 전 회장의 금고지기 김모 전 쌍방울그룹 재경총괄본부장에 대해 지난 12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회장과 사기적 부정거래 등 자본시장법위반과 회사자금 횡령, 비상장 회사에 대한 부당지원 등 배임, 대북송금을 위한 외국환거래법위반 등을 공모했다는 혐의가 적용됐다. 김 전 본부장은 “수사에 협조하고 반성한다”는 의사를 법원에 밝히고 13일 오후 예정된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했다. 검찰은 김 전 본부장의 신병이 확보되면 본격적으로 비자금 용처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지난 3일 김 전 회장을 기소하면서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비자금(횡령·배임 액수)은 총 592억여원이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에 걸쳐 김 전 회장이 쌍방울그룹 계열사에서 빼돌리거나 손해를 입힌 자금으로 43억원, 그룹 임직원 명의로 만든 비상장 회사 5곳에서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빼돌렸다고 본 536억여원, 비상장 회사에 부당하게 자금을 지원하며 그룹 계열사에 손해를 입힌 11억원 등이 포함된 액수다. 비상장 회사 5곳은 김 전 회장이 차명으로 100% 지분을 보유한 사실상 1인 회사다.
김 전 회장은 592억원에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북한과 맺은 스마트팜 비용 대납 용도로 500만 달러, 이 대표의 방북비용조로 북측에 건넨 300만 달러가 포함됐다고 진술했지만, 그 이외의 유용은 없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쌍방울그룹 관계자는 “자기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개인이 대출을 받을 수 없으니 1인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대출을 받은 것”이라며 “기업 인수 합병 시기 등 급한 돈이 필요할 때마다 비상장 회삿돈을 가져다 쓰다 결국 다 갚았다”고 말했다. 일종의 대출 돌려막기 과정에서 횡령액이 부풀려졌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검찰은 김 전 본부장을 상대로 김 전 회장의 이 같은 진술을 정밀 검증할 계획이다. 김 전 본부장은 비상장회사를 통해 자금을 조성하고, 김 전 회장의 비자금을 만든 페이퍼컴퍼니 사이의 서로 물고 물리는 차입·대여금의 연결 고리와 돈세탁의 처음과 끝을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앞서 검찰은 3일 기소 당시 김 전 회장이 비상장 계열사에서 대표이사 단기 대여금 명목으로 수백억원을 빼낸 뒤 수표로 발행해 그룹 임직원들의 계좌로 이체를 반복하는 등 세탁해 그 일부를 유흥비, 외제차 구입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쌍방울그룹 계열사에 허위직원 10명을 등재한 뒤 급여로 총 13억여원을 지급한 혐의도 공소장에 포함됐다.
김 전 본부장은 영장청구에 앞선 검찰 조사 과정에서 비자금 조성 과정에 해당하는 배임·회령 혐의 상당부분에 대해 김 전 회장 회장과의 공모사실을 시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본부장의 입장이 김 전 회장과 다를 수 있다는 점도 검찰이 비자금 용처 규명과정에서 기대를 거는 요소다.
쌍방울그룹 관계자는 “재경총괄본부장은 해외로 도피하기 1년 전, 김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 이전에 이미 퇴사한 상태였다”며 “회사 도움 없이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의 지인은 “김 전 본부장의 김 전 회장의 요청에 따라 귀국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라고 말했다. 한편 김 전 본부장은 김 전 회장을 변호하는 법무법인 광장, 쌍방울그룹 임직원들 사건을 맡은 법무법인 태평양 대신 수원 광교에 터를 잡은 로펌 소속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하는 등 김 전 회장, 쌍방울그룹과 다소 선을 긋는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