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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초 수출 늘었지만…반도체·중국 '한겨울', 적자도 50억 달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서 컨테이너 선적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뉴스1

지난 1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서 컨테이너 선적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뉴스1

이달 초 수출이 '반짝 증가'했지만, 무역의 봄이 오기엔 멀었다. 반도체·중국발(發) 수출 한파가 여전한 데다 에너지 수입도 급증해서다. 무역수지 적자도 열흘 만에 50억 달러 가까이 쌓였다.

13일 관세청에 따르면 2월 1~10일 수출액은 176억2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9% 증가했다. 수입액은 225억9000만 달러로 같은 기간 16.9% 늘었다. 통계상 수출이 늘었지만 반등으로 보긴 어렵다. 조업일수(지난해 6.5일, 올해 8.5일)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4.5%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와 달리 지난해 2월 초엔 설 연휴가 끼어있었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늘면서 무역적자 행진은 이어졌다. 이달 초에만 49억7000만 달러(약 6조3000억원) 규모로 무역적자가 났다. 이 추세가 월말까지 지속하면 지난해 3월(-2000만 달러)부터 1년째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된다. 올해 누적 무역적자도 176억2000만 달러로 늘었다. 역대 연간 최대치였던 지난해 무역적자(477억8000만 달러)의 36.9%가 두 달도 안 돼 쌓였다. 지난달에는 월간 기준 최대인 126억5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품목별로는 승용차와 자동차 부품, 석유제품 등이 수출 실적을 견인했다. 특히 승용차 수출은 1년 전보다 166.8% 급증하면서 호조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수출 버팀목인 반도체 시황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 메모리 가격 하락 속에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7% 감소했다. 지난달 수출이 44.5% 줄어든 데 이어, 새로운 달에도 반등 요인을 못 찾고 있다. 이번 달 반도체 수출이 줄면 7개월 연속 역성장이다. 또한 10대 수출품목 중 반도체를 비롯해 가전제품(-32.9%), 무선통신기기(-8.3%) 등 5개의 수출이 감소했다.

‘1위 수출시장’ 중국도 계속 흔들리고 있다. 대(對) 중국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3.4% 줄었다. 미국(48%), 유럽연합(EU·53.3%) 등 다른 주요국으로의 수출이 증가세를 보인 것과 대조된다. 지난달까지 8개월째 대중 수출이 줄어든 가운데,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효과가 아직 크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수출 증가 속에서도 큰 폭의 무역적자가 난 건 에너지 수입 때문이다. 원유(44.9%), 가스(86.6%), 석탄(60.3%) 등 3대 에너지원 수입 모두 1년 전보다 크게 늘었다. 셋을 합친 수입액만 66억4000만 달러에 달한다.

정부는 올해 ‘수출 플러스’ 달성을 내세웠지만, 연초부터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수출 부진과 무역적자 확대가 개선되지 않으면 경상수지 악화 등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이 휘청일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올해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은 경상수지인데, 이를 흑자로 맞추려면 최대한 수출을 늘릴 수밖에 없다. 정부가 수출 기업에 세제·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수출선도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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