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자신의 탄핵심판 법률 대리인으로 법무법인 율촌의 윤용섭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윤 변호사는 2004년 헌법재판소의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함께 노 전 대통령을 대리했던 12명의 변호인단 중 한 명이다. 당시 헌재의 탄핵 기각 결정을 이끌어냈던 ‘노무현의 방패’가 이젠 이 장관의 탄핵을 막아내야 할 ‘이상민의 방패’가 된 셈이다. 윤 변호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 역시 그때처럼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율촌에서 오랜 기간 몸 담았던 이 장관이 윤 변호사에게 직접 법률 대리를 요청했다고 한다. 윤 변호사는 “이 장관과는 오랜 기간 인연을 맺어온 사이”라고 말했다. 정치적인 이유나 배경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이 장관의 법률 대리인 선임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과거 노 전 대통령의 대리인이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소추에 맞서는 모습 자체가 이 장관 탄핵의 부당성을 드러내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지난 8일 국회 본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이 장관은 신분상 권한은 유지되지만, 직무상 권한은 정지된 상태다. 사실상 장관이란 직책만 남아있을 뿐이라 헌재 심판 과정에서 정부로부터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한다. 변호사 선임 비용 역시 직접 부담해야 한다.
이 장관 탄핵 심판의 주심은 무작위 전자 배당 방식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동기인 이종석 재판관이 맡았다. 2018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지명한 이 재판관은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헌재는 180일 내에 탄핵 심판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은 64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은 92일이 걸렸다.
대통령실은 앞서 이 장관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뒤 “의회주의 포기이다. 의정사에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란 짤막한 입장을 밝혔다. 반면 탄핵을 주도한 민주당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이 장관에게 엄중한 문책을 내린 것”이란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