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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오르한 파묵의 분노 "튀르키예 정부는 어디 있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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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튀르키예 작가 오르한 파묵이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튀르키예 지진 발생 이후 정부의 늑장 대응을 비판했다. 그는 정부의 구호 작업이 늦어져 피해자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썼다.

2006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튀르키예 작가 오르한 파묵. [사진 민음사]

2006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튀르키예 작가 오르한 파묵. [사진 민음사]

파묵은 11일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지진 발생 후 이틀이 지나서야 구호팀이 도착했다. 구호는 늦었고 미약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생존자와 나머지 국민은 무기력함만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지난 6일 새벽 4시 규모 7.8의 강진이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이후 이재민들의 절망적인 상황을 전한 것이다.

그는 "도로가 폐쇄되고 통신망이 먹통이 된 상황에서 지방 소도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 트위터와 소셜미디어에서 몇몇 마을이 완전히 파괴되었다는 소식을 들을 뿐"이라고 썼다.

파묵은 또 "1999년 1만70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마르마라 지진을 겪은 당시의 느낌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마르마라 지진 이후 황폐해진 마을을 찾아 잔해를 치우는 작업을 도우려고 했지만 결국 아무도 돕지 못했다"며 "그날의 좌절과 슬픔은 오랫동안 내 마음 속에 남았다"고 했다. "이 잔상들은 새로운, 하지만 너무나 익숙한 재난 앞에서 흐려지고 있다. 무력감이 사람들을 짓누르고 있다"면서다.

지난 6일 새벽 4시 규모 7.8의 강진이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했다. EPA=연합뉴스

지난 6일 새벽 4시 규모 7.8의 강진이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했다. EPA=연합뉴스

파묵은 구호품이 도착한 당시의 상황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구호품을 실은 트럭은 폐쇄된 도로에서 몇 시간 동안 꼼짝하지 못했다"며 "모든 것을 잃은 사람들은 경찰차, 관용차를 막고 항의하기 시작했다"고 썼다. 그에 따르면 재난 발생 이틀 후 빵과 음식을 나눠주는 밴이 나타났지만 사람들의 분노는 가시지 않고 있다.

한편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은 12일(현지 시간) 기준 사망자 수가 2만9605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튀르키예와 국경을 맞댄 시리아에서는 최소 3574명이 숨지고, 5276명이 다친 것으로 나타났다. 두 국가를 합친 총 사망자는 3만3179명으로 2003년 이란 대지진(사망자 3만1000명)의 피해 규모를 훌쩍 뛰어넘었다. 시리아는 내전으로 인해 정확한 사상자 집계가 어려워 실제 사망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의 늑장 대응을 비판하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대선을 앞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심판론에 직면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10일 동남부 아디야만을 방문해 "너무 많은 건물이 파손돼 신속하게 개입할 수 없었다"며 강진 발생 후 처음으로 정부 잘못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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