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지갑’ 직장인이 내는 근로소득세가 5년 새 69% 늘었다. 지난해 57조원으로 처음 50조원을 넘어섰다.
13일 기획재정부 ‘세목별 국세 수입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는 근로소득세로 57조4000억원을 거둬들였다. 1년 사이 10조2000억원(21.6%) 늘었다. 5년 전인 2017년과 비교해 23조4000억원(68.8%) 증가했다.
2017년 34조원이던 근로소득세수는 2018년 38조원, 2019년 38조5000억원, 2020년 40조9000억원, 2021년 47조2000억원으로 빠르게 늘었다. 40조원을 돌파한 지 불과 2년 만인 지난해 50조원대로 올라섰다. 정부는 월급을 받고 일하는 근로자(임금근로자) 수가 늘고, 급여도 오르면서 근로소득세수가 증가했다고 설명한다.
실제 국세청 ‘국세통계’를 보면 2021년 귀속 연말정산 신고를 한 근로자 수는 1995만9000명이다. 이들은 평균 4024만원을 총급여로 신고했다. 5년 전인 2016년 귀속 연말정산 때보다 신고 인원은 약 222만 명(12.5%), 급여는 약 664만원(19.8%) 늘었다.
문제는 소득이 투명하게 드러나 ‘유리 지갑’이라고 불리는 직장인의 세 부담만 두드러지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사업자나 자영업자가 주로 내는 종합소득세 수입은 지난해 23조9000억원으로, 5년 전인 2017년 16조원과 견줘 49.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총국세 수입(국세 수입 전부를 합한 액수) 증가율 49.2%와 큰 차이가 없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과세표준 구간을 조정해 중ㆍ저소득자의 세금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소득세제를 개편했다. 하지만 근로자가 체감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기재부는 올해 근로소득세 수입을 올해보다 4.6% 늘어난 60조6000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50조원을 넘어선 지 1년 만에 60조원대로 올라선다는 예상이다. 올해 근로소득세 수입 증가율은 총국세(1%)를 크게 웃돈다.
고물가ㆍ고금리 속에 직장인들 주머니 사정만 더 팍팍해지게 됐다. 수출 경기 둔화,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경기는 빠르게 식어가고 있는데 물가가 진정될 기미는 여전히 보이지 않아서다. 물가 상승분을 덜어낸 실질 소득은 오히려 뒷걸음질하고 있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결과 지난해 3분기 월평균 실질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했다.
한편 증가율로 따졌을 때 지난 5년간 가장 많이 늘어난 세금은 종합부동산세였다. 2017년 1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6조8000억원으로, 3배 불었다. 상속ㆍ증여세(114.7%), 양도소득세(113.2%)가 뒤를 이었다. 주택 가격 상승과 거래량 급증, 문재인 정부 내내 강화된 부동산 세제 영향이다. 이 기간 법인세도 59조2000억원에서 103조6000억원으로 75% 증가했다. 증권거래세는 40%, 부가가치세는 21.6% 각각 늘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인 부양 정책 영향으로 한국 수출 경기가 상대적으로 좋았다. 이 때문에 지난해까지 소득세ㆍ법인세를 중심으로 국세 수입이 크게 늘어났는데 올해는 정반대 상황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우 교수는 “올해 경제성장률은 1%대로 꺾이는 데 반해 물가 상승률은 3%대로 높은 만큼 세수 증가세 둔화, 실질 소득 감소 현상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