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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유럽·북미·동남아까지? 네이버 커머스, 기대와 의구심 사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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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달 12일 미국 캘리포니아 레드우드시티에 있는 포시마크 본사 스튜디오에서 직원들이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12일 미국 캘리포니아 레드우드시티에 있는 포시마크 본사 스튜디오에서 직원들이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네이버의 글로벌 3.0은 지금 어디쯤 가고 있나.
최수연 대표가 지난해 취임 직후 내놓은 청사진은 이랬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이 일본과 아시아를 공략한 글로벌 1.0, 웹툰·스노우·제페토 등 콘텐트가 주도한 글로벌 2.0을 넘어 이제는 N개의 엔진으로 멀티플 성장하는 글로벌 3.0을 연다.’ 최근 네이버가 공격적으로 투자 중인 커머스는 네이버 글로벌 3.0의 첫 번째 엔진으로 꼽힌다. 네이버는 지난달 북미 최대 C2C(개인 간 거래) 커머스 플랫폼 포시마크 인수(12억 달러, 1조5000억원)를 마무리했다. 네이버 역대 투자 중 최대 규모. 이전 최고 기록은 북미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6억 달러)였다. 최근에도 네이버는 스페인 중고거래 플랫폼 왈라팝의 지분을 추가 매입했다. ‘네이버가 로컬 커머스에 이렇게까지?’ 라는 반응도 나온다.

글로벌 커머스, 타깃이 누구야?  

네이버가 글로벌 커머스로 잡으려는 소비자는 MZ세대다.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 레드우드시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네이버 측은 “포시마크 이용자의 80%가 MZ세대이고, 태생부터 커머스와 커뮤니티를 결합한 유일한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중고거래 플랫폼일 뿐만 아니라, 판매자와 구매자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는 커뮤니티라는 것. 여기에 스마트 렌즈(이미지 검색), 라이브 커머스, 인공지능(AI) 등 네이버의 기술력이 더해지면 더 많은 이용자가 더 오래 머무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MZ세대 데이터가 쌓이다 보면 이들이 지금 필요로 하는 더 많은 사업 모델을 구상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C2C 이상의 사업으로 확장 가능성을 노릴 수 있다는 것.

또 어디에 투자했나

네이버웹툰 중심의 글로벌 2.0에서 자신감을 얻은 네이버는 커머스에서 보다 과감하게, 전방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향후 커머스의 미래는 기술 기반의 로컬·커뮤니티로 보고, 북미·유럽·동남아 투자를 확대하는 중이다.

네이버가 최대 주주에 오른 스페인 최대 리셀 플랫폼 왈라팝. 사진 왈라팝

네이버가 최대 주주에 오른 스페인 최대 리셀 플랫폼 왈라팝. 사진 왈라팝

네이버가 C2C를 눈여겨 본 건 2020년부터. 동남아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 캐러셀(약 760억원) 투자를 시작으로 2021년에는 유럽 벤처캐피탈(VC)인 코렐리아 캐피탈을 통해 스페인의 왈라팝, 프랑스의 베스티에르 콜렉티브에 투자했다. 왈라팝은 1억 1500만 유로(1550억원)로 지분 10%를 보유하다가, 지난달 7500만 유로(1000억원)를 추가 투자해 최대 주주(30.5%)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에서도 캐러셀이나 왈라팝은 가전부터 부동산까지 망라하는 만물상 같은 C2C 플랫폼이다.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가 2020년 3월 출시한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 크림은 MZ 세대의 패션·취향 거래 플랫폼이란 점에서 C2C 영토 확장의 주축을 맡고 있다. 크림은 지난해 상반기 거래액 7200억원 규모까지 성장해 연간 거래액 1조 5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2021년 손자회사로 독립 이후 소다(일본), 쉐이크핸즈(말레이시아) 등 공격적으로 해외 투자를 이어갔다. 싱가포르 키스타테크놀로지의 리벨로처럼 같은 가전 리셀 플랫폼도 포함돼 있지만, 대부분 크림과 같은 패션 버티컬 플랫폼들.

포시마크, 잘 산 거 맞아?

지난해 10월 포시마크 인수 계획 발표 때만 해도 기대보단 우려가 컸다. 당시 밝힌 인수가는 2조 3000억원(확정 금액은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데다 포시마크는 2020년 반짝 흑자 이후 다시 적자로 전환했기 때문. 2021년 영업손실 637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영업손실도 12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메리츠증권은 추산했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포시마크가 올해 네이버에 기여하는 매출액은 5000억원, 영업손실은 800억원 정도 규모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네이버는 ‘적정가에 잘 샀다’고 주장해왔다. 포시마크가 2021년 나스닥 상장 당시 공모가가 주당 42달러, 시초가 97.5달러에 달했지만, 네이버는 17.9달러에 샀다는 것. 이제는 네이버가 어떻게 포시 플랫폼의 가치를 끌어올릴지에 달렸다. 정 연구원은 “네이버가 국내 커머스에서 갖는 가장 큰 강점은 검색인데 (북미에선) 포털사이트 없이 어떻게 그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빨리 답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네이버 실적은?

지난 3일 네이버 실적 발표에 따르면, 2022년 매출은 8조 2201억원, 전년 대비 20.6% 증가했고, 영업이익(1조 3047억원)은 1.6% 줄었다. 부문별 매출로 보면 검색·디스플레이 광고가 포함된 서치 플랫폼이 여전히 네이버 매출의 43.4%(3조 5680억원)를 차지한다. 다만 다른 세 부분 매출도 꾸준히 증가세다.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로 보면 콘텐트 91.3%(매출 1조 2615억원), 핀테크 21.2%(1조 1866억원), 커머스(1조 8011억원) 21.0% 순.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년 만에 줄었다. 줄어든 이유는 콘텐트와 클라우드 부문에서 각각 3700억원, 2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탓이다.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일 컨퍼런스콜에서 “해당 부문 적자를 줄여나가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시마크에 대해서는 “비용 효율화 노력에 따라 1분기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흑자 전환도 가능한 상황”이라고 자신했지만 “전략적으로 어떻게 진행할지는 고민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영업이익 개선 여부는 콘텐트와 커머스가 얼마나 선전하느냐에 달려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근데, 콘텐트는 잘 돼?  

네이버의 글로벌 2.0의 핵심인 콘텐트 사업은 네이버 커머스의 선행 모델 역할을 해왔다. 2014년 웹툰이란 개념조차 없던 시절 네이버웹툰이 미국에 진출해 시장을 개척했고, 2021년 1월 캐나다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1위 스토리테크 플랫폼을 노리고 있다.

인수후 2년이 지나면서 웹소설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작업도 탄력이 붙고 있다. 네이버는 글로벌 영상 사업을 위해 왓패드 웹툰 스튜디오를 설립했고, 1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IP 비즈니스 펀드를 조성해 제작한 영상들이 출격을 앞두고 있다. 영어 로맨틱 코미디 소설 원작 영화 ‘부트 캠프’는 촬영이 끝난 상태. 스페인어 원작 ‘불러바드’ ‘퍼펙트 라이어스’ ‘팔로우 마이 보이스’도 멕시코와 스페인에서 드라마·영화 등 영상화 작업 중이다. 네이버웹툰이 원작 IP를 활용해 스튜디오N에서 영상물을 만드는 것과 같은 방식. 향후 스튜디오N과 왓패드 웹툰 스튜디오 간 시너지 방안도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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