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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속 물 6만여t 버려졌다…광주 정수장 ‘밸브’ 미스터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날 광주광역시 내 한 정수장의 공급 밸브 고장으로 5만t 넘는 물이 그대로 버려졌다. 최악의 가뭄으로 당국이 ‘절수운동’을 벌이는 상황에서다. 복구를 위한 갑작스런 단수조처에 20만명 시민과 자영업자 등은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밸브 고장원인은 현재 오리무중이다.

 지난 12일 오후 광주 남구 덕남정수장의 수돗물 유출 밸브가 고장 나 정수장 입구가 물에 잠겨있다. 뉴스1

지난 12일 오후 광주 남구 덕남정수장의 수돗물 유출 밸브가 고장 나 정수장 입구가 물에 잠겨있다. 뉴스1

정수지 물 배수지로 보내는 밸브 ‘고장’ 

13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전 6시쯤 남구 덕남정수장에서 공급 밸브를 전자동으로 여닫는 통신 장치에 문제가 생긴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장치를 복구한 후에도 닫힌 밸브는 열리지 않았다. 이 밸브는 약품처리 과정 등을 거친 정수지 물을 배수지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정수지를 빠져나가지 못한 물은 이날 오전 9시께부터 주변 도로로 흘러 넘쳤다. 배수지 수위는 낮아지고 단수 상황이 이어졌다.

덕남정수장에서 물을 공급받는 남구·광산구 지역 5만5000여 세대(20여 만명)가 직접적인 피해를 봤다. 북구 일부 지역도 물이 끊겼지만, 화순에 위치한 용연정수장 물을 대신 끌어와 단수조처는 10~20분 만에 풀렸다.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영산강유역환경청과 한국수자원공사 등 전문가를 투입해 밸브 장치를 용접 절단 후 봉합하는 방식으로 강제 개방했다. 이상이 확인된지 12시간 만이다. 하지만 정수장에서 배수지까지 물을 공급하는 데만 5~6시간이 걸리다 보니 13일 0시부터 지역별로 수돗물 공급이 재개됐다. 일부 배수지는 고지대라 물이 차는 속도가 더 늦어졌다. 이날 오전 4시쯤 남구 행암동과 효천지구를 마지막으로 광주 전역에 수돗물이 정상 공급되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광주 남구 덕남정수장에서 유출밸브가 고장나 작업자들이 수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2일 오후 광주 남구 덕남정수장에서 유출밸브가 고장나 작업자들이 수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시 관계자는 “단수가 됐던 지역에서는 일시적으로 흐린 물이 나올 수 있으니 일정 기간 수돗물을 흘린 뒤 사용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30년 된 정수장, 노후화 추정

사고가 난 덕남정수장에서 정수한 물은 남구·광산구·서구와 북구 일부 지역 100만명에게 보내진다. 덕남정수장은 1994년 3월에 설치됐다. 고장 난 밸브는 설치 이후 한 번도 잠근 적이 없다고 한다.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고장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30년 가까이 된 시설로 현재까진 노후화로 인한 고장으로 추정할 뿐”이라며 “사고 후 개방은 임시방편이라서 밸브 교체, 보수 등 수리 방안은 전문가들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광주 남구 행암동 덕남정수장에서 정수지 유출밸브의 고장으로 수돗물이 넘쳐흘러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2일 광주 남구 행암동 덕남정수장에서 정수지 유출밸브의 고장으로 수돗물이 넘쳐흘러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아이 씻기러 처가로”

단수로 많은 시민과 자영업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남구에 위치한 한 유명 커피숍은 설거지를 못 해 커피 판매를 중단, 빵 종류 등만 판매했다. 주말에 손님이 몰리는 미용실과 식당 등에는 이용 가능 문의와 예약 취소가 빗발쳐 손해를 입기도 했다.

광주시는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수 1시간여 전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 물 공급 중단을 알렸지만, 시민들은 대응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남구 진월동에 거주하는 박모씨(40)는 “주말을 맞아 아이들과 외출했다가 부랴부랴 귀가했지만, 물을 받아 놓지 못한 채 결국 단수됐다”며 “마트에서 생수를 사 마시다가 늦은 오후에도 물이 나오지 않자 어쩔 수 없이 북구 처가에서 어린 자녀를 씻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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