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통 과자인 ‘한과’가 있듯 일본에는 화과자가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자신들의 문화를 일컬을 때 ‘화할 화(和)’자를 쓰는데요. 화과자(和菓子)의 ‘화’ 역시 같은 의미로 ‘일본식 과자’를 뜻합니다. 화과자는 일본 나라시대(710~794) 때 중국 당나라의 불교문화가 일본에 전파되면서 같이 들어온 당과자를 변형한 것이에요. 당시 화과자는 신에게 바치는 제물 중 하나였고, 설탕이 귀하다 보니 왕족 또는 일부 귀족만 먹을 수 있었어요. 에도시대(1603~1867)부터 설탕이 대규모로 수입되기 시작되면서 전국적으로 설탕이 들어간 화과자를 즐길 수 있게 됐고, 지금의 형태로 발전했죠.
민유빈 학생기자와 배가은 학생모델이 서울 강서구에 있는 화윤공방에서 화과자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김지윤 대표는 “화과자는 한과처럼 주로 찹쌀가루·멥쌀가루·밀가루(박력분) 등을 사용해 만드는데요. 식물·동물·해·달 등 다양한 자연 요소로 디자인하고 섬세한 비주얼로 만드는 게 특징입니다. 봄에는 핑크색 벚꽃, 가을에는 주황색 감 등 계절감에 맞는 색을 넣기도 하죠”라고 했어요. “우리나라에서 화과자는 명절·상견례 등 중요한 날에 선물하는 고급 과자 및 디저트로 사랑받죠. 반죽으로 화과자를 만드는 게 클레이 놀이하는 것 같고 비주얼도 예뻐 어린이·커플들이 많이 공방 클래스에 참여해요. 일본에서는 ‘첫맛은 눈으로 먹고, 끝 맛은 혀로 느낀다’는 말이 있을 만큼 화과자를 고급 과자로 인식합니다.”
유빈 학생기자가 “화과자의 종류에는 어떤 게 있나요?”라고 물었어요. “화과자는 종류만 1000개 이상이에요. 재료·조리 방법도 다양해서 크게 수분 함량에 따라 생과자(수분 함량 40% 이상), 반생과자(수분 함량 20~40%), 건과자(수분 함량 20% 이하)로 나눴죠. 생과자는 쫀득하고 말랑말랑하며, 보관 기간이 짧아요. 건과자는 반죽을 굽거나 건조해 바삭하며 생과자보다 오래 보관할 수 있는데요. 시장이나 뻥튀기 가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센베(전병), 강정과 비슷한 오란다 등이 속하죠. 빵과 비슷한 식감을 가진 반생과자는 만화 캐릭터 도라에몽이 좋아하는 도라야끼, 델리만쥬로 잘 알려진 만쥬 등이 대표적이에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생과자의 한 종류인 ‘고나시’를 새해맞이 토끼·해돋이·복주머니·동백꽃 디자인으로 1개씩 총 4개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고나시는 멥쌀가루·찹쌀가루·박력분·백앙금을 섞어 치댄 후 찜기에 쪄서 만든 쫀득한 반죽으로 겉을 감싸고, 백앙금으로 속을 채운 뒤 따로 조리하지 않고 그대로 먹는 생과자예요.” 가은 학생모델이 “팥앙금은 아는데 백앙금은 처음 들어봐요”라고 했죠. “백앙금은 흰 강낭콩을 삶아 으깬 것을 당 처리한 것으로, 춘설앙금과 백옥앙금이 있어요. 춘설앙금은 수분이 적고 단단하며 고나시 반죽과 속앙금에 사용해요. 백옥앙금은 춘설앙금보다 수분이 많고 부드러우며 주로 고나시보다 부드러운 네리끼리에 사용해요. 생과자를 만들 때 속앙금으로 팥앙금을 써도 되지만, 겉반죽이 검게 변할 수 있죠. 백앙금은 만들기 어려워서, 시중에 판매되는 것을 많이 사용해요.”
생과자엔 고나시 이외에도 네리끼리·우이로우·셋빼·요깡 등이 있습니다. “‘네리끼리’는 반죽에 찹쌀가루·물·설탕을 섞어 녹인 ‘규히’와 볶거나 중탕해서 수분을 날린 백앙금이 들어가요. 부드러운 식감과 질감이 특징이죠. ‘우이로우’는 멥쌀가루·찹쌀가루를 설탕물에 녹이고 쪄서 만든 반죽을 사용하는데요. 반죽에 앙금이 들어가지 않아 투명하죠. 그래서 팥앙금을 속에 넣으면 지저분해 보여 백앙금만 사용해요.”
“‘셋빼’는 일본식 찹쌀 모찌로, 우리나라 찹쌀떡과 다르게 반죽에 달걀흰자 머랭이 들어가요. 쫄깃하면서 부드러워 마시멜로와 비슷한 식감을 자랑하죠. ‘요깡’은 양갱의 일본식 발음으로, 해조류가 원료인 한천가루를 불려 설탕·앙금·물엿을 넣고 끓인 뒤 틀에 굳혀 만듭니다. 탱글탱글하고 쫀득하며 우리에게 익숙한 팥 연양갱과 다르게 백앙금을 이용해요. 특히 반죽에 앙금을 넣지 않고 만드는 킨쿄쿠칸(투명요깡)은 셋빼의 겉장식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고나시 반죽은 백앙금(춘설앙금)·멥쌀가루·찹쌀가루·밀가루(박력분)·설탕을 50:3:1:1.5:4 비율로 섞어 만듭니다. 백앙금이 500g이라면 멥쌀가루·찹쌀가루·밀가루·설탕은 각각 30g·10g·15g·40g 넣으면 되죠. “백앙금과 각종 가루를 볼에 담아 가루가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될 때까지 섞고 치대줘요. 그다음 동그랗고 납작한 모양으로 적당량 나눠 찜기에 올립니다. 골고루 익도록 가운데를 뚫어 도넛 모양으로 만들어주면 더 좋아요. 센 불에 50분 정도 찌고 꺼낸 후 한 번 더 치대면 고나시 반죽이 완성됩니다. 반죽이 마르지 않게 즉시 고나시를 만드는 게 좋고, 바로 안 쓸 거라면 랩·비닐 등을 씌워 냉장실에 넣어주세요. 단, 일주일을 넘기면 상할 수 있으니 빨리 만드는 게 좋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 앞에 반죽·백앙금 200g·으깬 호두·검은깨·실리콘매트·삼각봉·고명틀·저울·가는체·식용색소·밀대 그리고 여러 종류의 세공펜(마지팬)이 준비됐어요. 실리콘매트를 깔고 4개의 고나시 속에 들어갈 백앙금을 20g씩 동그란 네 덩어리로 만듭니다. 이때 으깬 호두를 취향대로 넣는데요. 앙금 덩어리 겉으로 호두가 튀어나오지 않도록 둥글게 잘 빚어야 해요. 반죽도 각각 24g씩 떼어내, 총 네 개의 반죽 덩어리를 준비해요. 남은 반죽은 장식에 쓰이니 여분을 충분히 둡니다.
가장 쉬운 토끼부터 만들어봤어요. “흰색 식용색소를 첨가한 반죽 덩어리를 밀대로 밀거나 손으로 밀어 얇게 펴준 뒤 속앙금을 올리고 동그랗게 감싸주는데요. 이렇게 반죽으로 속앙금을 감싸는 걸 ‘포앙’이라고 해요. 포앙 후 동그란 기둥 모양의 세공펜으로 밀면서 눌러 토끼 귀를 새기고, 그 아래 검은깨를 붙여 눈을 만들어요. 반원 모양을 낼 수 있는 세공펜을 검은깨 밑에 눌러 웃는 입을 표현했죠. 양쪽 볼에는 물에 탄 핑크색 식용색소를 얇은 붓으로 터치해 줍니다. 손톱 크기의 반죽을 체에 넣고 누르면 복슬복슬하게 나오는데, 이를 이쑤시개 옆면으로 동그랗게 긁어내세요. 동그란 기둥 모양 세공펜으로 살짝 구멍을 내고 집어넣으면 토끼 꼬리 완성. 빨간색 식용색소를 섞은 반죽에 꽃 모양 고명틀을 눌러 떼어내고 꽃술 모양을 내는 세공펜을 가운데에 눌러 빨간 꽃장식을 만들어 붙이세요.”
두 번째는 해돋이 고나시입니다. “반죽 덩어리를 반으로 떼어 한쪽에 흰색, 다른 한쪽엔 하늘색 식용색소를 섞어요. 각각 하얀 하늘과 푸른 바다가 되는 거죠. 두 반죽 덩어리는 얇게 펴서 다시 이어줍니다. 이때 반죽과 반죽이 만나는 경계선의 한쪽 면을 엄지로 살살 밀어 흐릿하게 만드는데, 이를 ‘그러데이션’이라고 해요.” 그러데이션한 쪽을 겉으로 오게 한 뒤 포앙하고, 물결 모양 떡도장(스탬프)을 가볍게 찍어주세요. 그 위에 여분의 반죽에 알맞은 색을 섞어 고명틀로 찍은 태양·학·잎을 올려요. 유빈 학생기자가 “반죽에 식용색소를 사용하는 이유가 있나요?”라고 질문했어요. “핑크색 백년초, 노란색 단호박·치자 등 천연가루도 쓰는데요. 천연가루를 쓰면 건강에도 좋고, 은은한 향도 나지만, 색이 잘 나오려면 많은 양이 필요하죠. 그래서 적은 양으로도 발색이 잘되는 식용색소를 활용해요.”
동백꽃 고나시 만들 때는 삼각봉을 사용합니다. 선을 그을 때 사용하는 삼각봉은 둥근 모서리, 날카로운 모서리, 날카롭게 2줄이 있는 모서리로 돼 있어요. 빨간색 식용색소를 섞은 반죽을 포앙하고, 5개의 동백꽃잎을 만들기 위해 날카로운 모서리 부분으로 선을 그을 부분에 표시해줍니다. 표시를 해야 선을 그을 때 올바른 위치에 삼각봉을 가져다 댈 수 있어요. 포앙한 반죽을 들어 위에서 아래로 돌려주면서 가볍게 삼각봉으로 누르면 꽃잎 모양이 나타나죠. 꽃술은 토끼 꼬리 만들 때처럼 가는 체에 넣고 누른 노란색 반죽을 이쑤시개로 떼어내어 가운데 부분에 올려줍니다.
복주머니 반죽 덩어리는 8g씩 3등분해서 각각 흰색·초록색·핑크색 식용색소를 넣어요. 세 개의 반죽을 다시 바닥에 펴서 이어준 뒤 경계선에 그러데이션을 만들어줍니다. 속앙금을 넣고 동그랗게 포앙한 뒤 삼각봉으로 색의 경계에 한 줄, 초록색과 핑크색 부분에 추가로 각각 3줄씩 넣어요. 여분의 반죽을 조금 떼어내 흰색을 섞어 고명틀로 토끼와 리본을 찍어내고, 콩알만큼 동그랗게 떼어낸 반죽에 원하는 색을 넣어 리본 가운데 부분을 만들죠. 노란색을 섞은 반죽에는 원형·‘福(복)’자 고명틀을 찍어 토끼와 함께 복주머니에 장식합니다. “세공펜과 고명틀은 종류가 다양한데요. 온·오프라인에서 구매 시 ‘화과자’ ‘쿠키’ ‘홈베이킹’ ‘떡’ 등 관련 단어가 적힌 것 중 원하는 모양을 찾아 사용하면 돼요.”
직접 만든 고나시를 한입 베어 물자, 달달하고 쫀득쫀득해 소중 학생기자단의 입맛을 사로잡았죠. “고나시 같은 생과자는 상온에 두면 쉽게 상할 수 있어 되도록 빨리 먹거나 냉장고에 보관해요. 냉장 보관은 3일, 냉동 보관은 2~3주 가능하죠. 꺼내서 실온에 자연 해동해 그대로 먹으면 된답니다.” 가은 학생모델이 고나시는 물론, 다른 화과자와 어울리는 음료가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했어요. “화과자는 차(茶)와 잘 어울리는 디저트예요. 특히 녹차 잎을 빻아서 분말을 물에 타 먹는 말차와 잘 맞죠. 말차는 쓰고 떫은데, 화과자의 단맛이 이를 중화해요. 이외에도 쓴맛이 있는 녹차·커피 등이 화과자와 찰떡궁합이에요.”
고나시 만들기
고나시는 화과자 중 생과자에 속하며, 떡처럼 쫀득한 식감이 일품인데요. 김지윤 대표가 알려주는 방법으로 집에서 고나시를 만들어 보세요.
1. 백앙금(춘설앙금)·멥쌀가루·찹쌀가루·밀가루(박력분)·설탕을 50:3:1:1.5:4 비율로 섞어 치댄다.
2. 동그랗고 납작한 모양으로 적당량 나눠 찜기에 올려주는데, 가운데까지 골고루 익도록 도넛처럼 가운데를 뚫어주면 더 좋다.
3. 센 불에 50분 정도 찌고 꺼낸 후 한 번 더 치대주면 고나시 반죽 완성.
4. 만들어진 반죽을 그냥 사용하거나 식용색소로 조색 후 속에 앙금을 감싸준다. 그대로 먹어도 되지만 장식을 하고 싶다면 남은 반죽을 이용해 세공펜과 고명틀로 꾸민다.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화과자 취재를 한다고 했을 때 평소 정말 해보고 싶던 주제라 ‘야호!’ 소리를 질렀습니다. 백화점에서 예쁜 화과자들을 봤던 기억이 나서 꼭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거든요. 김지윤 대표님이 화과자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시고, 고나시 만드는 법도 잘 가르쳐주셔서 재미있었어요. 제가 만들었어도 먹기 아까울 정도로 비주얼이 예뻤죠. 기회가 되면 선물용으로 만들어 가족과 친구들에게 선물하고 싶습니다.
민유빈(서울 율현초 5) 학생기자
화과자 비주얼이 정말 예쁘다는 걸 알고 있어서 이번 취재가 기대됐어요. 하지만 김지윤 대표님이 만드신 화과자들을 구경한 후 만들기 어려울 것 같아 걱정됐죠. 여러 도구를 이용해 고나시를 만들어봤는데, 클레이 놀이하는 것 같아 재미있었어요. 만든 것 중에 가장 마음에 든 건 귀여운 토끼 고나시였어요. 저의 노력이 많이 들어가서 정말 먹기 아까웠답니다. 소중 친구들도 생각보다 간단한 화과자 만들기에 도전해 보길 바라요.
배가은(서울 중대초 4) 학생모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