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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척 싱글맘 누 여사, 베트남 극장가 접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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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베트남 가족 코미디 영화 ‘냐 바 누(누의 가족)’가 공감이 쉬운 가족 간 세대 갈등이라는 주제, 배우들의 고른 연기력 등으로 베트남에서 흥행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사진 CJ ENM]

베트남 가족 코미디 영화 ‘냐 바 누(누의 가족)’가 공감이 쉬운 가족 간 세대 갈등이라는 주제, 배우들의 고른 연기력 등으로 베트남에서 흥행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사진 CJ ENM]

CJ ENM이 만든 베트남 가족 코미디 영화 ‘냐 바 누(Nha Ba Nu·누의 가족)’가 베트남에서 역대 흥행 신기록을 다시 쓴다. 12일 CJ ENM에 따르면 CJ의 베트남 법인 CJHK엔터테인먼트가 기획·투자·제작한 이 영화는 전날까지 4237억동(약 228억원)의 극장 매출을 올렸다. 베트남 설연휴(1월 21일~26일) 이튿날인 지난달 22일 개봉해 21일 만에 올린 성과다. 주연·감독을 겸한 베트남 스타 쩐 탄이 전작 ‘보 지아(Bo Gia·아빠 미안해)’(2021)로 세운 기존 흥행 1위 기록(4269억동)을 불과 2년 만에 갈아치울 기세다. ‘냐 바 누’는 12일 역대 흥행 신기록을 경신한다. 이런 깜짝 성적 덕에 이 영화는 올해 전세계 영화 흥행 순위에서도 8위권에 올라 있다(11일, 전 세계 박스오피스 사이트 ‘박스오피스모조’ 집계). 베트남 영화로는 고무적인 기록이다.

‘냐 바 누’는 남편에게 버림받고, 꽃게 국수 가게를 운영하며 가족 3대를 억척스레 이끌어온 ‘누’ 여사(레 장)가 엄격한 생활 태도로 두 딸, 사위 등과 사사건건 부딪치는 소동을 그렸다. 둘째 딸 ‘니’(우옌 안)가 부잣집 아들 ‘존’(송 루안)의 아이를 임신한 후, 사랑의 도피를 하고, 첫째 누(카 누)가 남편(쩐 탄)의 외도 현장을 적발하면서 발칵 뒤집혔던 집안은 결국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며 화해에 이른다.

현지 영화계가 꼽은 ‘냐 바 누’의 흥행 비결은 공감이 쉬운 가족 간 세대 갈등이라는 주제, 쩐 탄 등 배우들의 고른 연기력, 명대사가 틱톡 등 소셜미디어(SNS)에서 입소문을 탄 점 등이다. 올해 베트남 설 연휴가 징검다리 주말을 더해 열흘간 이어진 것도 한몫했다. 제작진은 이 같은 긴 휴가를 내다보고 1년 전부터 가족 관객을 겨냥해 영화를 기획·개발했다고 한다. CJ 관계자는 “베트남은 싱글맘이 많은 데다 많은 여성이 사회 활동을 하며 집안 경제를 책임지는 모계 중심 사회”라며 “싱글맘 누 여사를 중심으로 웃기다가 울리는 흥행 코드가 적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영화 수출 실적 순위에서 베트남은 2019년 10위였으나 2020년 5위로 급상승했다. 지난해 9월엔 남북 군사분계선을 넘어간 로또를 소재로 한 코미디 영화 ‘육사오’가 ‘반도’(2020)의 종전 성적(누적 관객 120만명)을 제치고 베트남 역대 한국영화 최고 흥행 기록(225만명, 누적 매출 1760억동)을 세우기도 했다.

CJ ENM이 투자·배급한 영화가 흥행 기록을 세운 건 ‘수상한 그녀’의 베트남판 ‘내가 니 할매다’(2015)의 흥행 1위 기록 이후 8년만이다. CJ ENM 베트남 법인 관계자는 “한국영화 리메이크판이 흥행하면 베트남인들 사이에 자신들만의 이야기로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래서 ‘냐 바 누’처럼 베트남 현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내세웠다”며 “과거 베트남은 할리우드 대작이나 한국영화를 주로 보던 시장이었는데 최근 자국영화 선호도가 높아진다. 최근에는 우리가 제작한 태국·인도네시아 영화도 베트남 시장에 소개했다. 새로운 영화를 받아들이는 베트남 관객 저변이 확대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CJ ENM은 2011년 영화 ‘퀵’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베트남에서 20여편 현지 영화를 제작하고 80여편의 한국영화를 배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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