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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호 총장 “상생위 참여, 전태일 열사라면 했을 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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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민주노총이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 노동운동의 상징인 전태일 열사를 기념하기 위해 설립한 전태일재단의 핵심 임원인 사무총장의 활동에 대해서다. 민주노총은 지난 8일 양경수 위원장 명의로 전태일재단에 보낸 공문에서 “윤석열 정부가 구성한 상생임금위원회에 재단의 사무총장이 참가한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민주노총의 요구는 두 가지다. 전태일재단 한석호 사무총장의 상생임금위 참가 철회와 한 총장의 재단 사무총장 사퇴다. 그러면서 “납득할 만한 조치가 없다면 민주노총은 전태일재단과의 사업에 대해 후속 조치를 진행할 것이라는 점을 알린다”고 했다. 다음 달 2일까지 회신하라는 시한도 통첩했다.

한 총장은 민주노총의 주장에 대해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반박했다. 그는 “상생임금위에 들어가서 지불능력 바깥의 하위 50%의 소득(임금)보전을 중심에 올려 놓고 기를 쓰겠다는 것인데, 임금 삭감 방식으로 논의가 전개되면 반론을 제기하며 거수기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왜 그렇게 심각하게 공격당해야 하나”라고 썼다.

한 총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도 “이게 전태일 열사가 했던 일 아닌가. 상생임금위가 아니라 다른 위원회라도 참여해 기를 쓰고 뭔가 해야 한다”며 “욕을 먹더라도 해야 한다. 전태일 열사는 그걸(욕먹는 것) 겁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은 기업대로, 노조는 노조대로 상생을 위해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식 노동운동 방식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을 표했다. 한 총장은 “저소득 노동자의 임금이나 소득을 올릴 민주노총의 방법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며 “투쟁을 통해서 돌파한다고 하는데, 아직도 그런 식”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의 이중적 태도도 비판했다. 한 총장은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부하에서도 15개의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상생임금위 참여를 문제 삼는 것은 ‘선택적 참여’라는 것이다. 한 총장은 대통령 직속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로부터도 본회의 위원으로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민주노총의 입장을 고려해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상생임금위만큼은 참여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한 총장의 입장이다.

민주노총이 문제로 삼은 상생임금위는 윤 정부의 노동개혁 핵심 과제인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임금체계 개편 등의 해법을 찾기 위해 지난 2일 발족했다. 학계와 노동계, 경영계를 망라하는 전문가 13명과 기획재정부 등 7개 부처 차관보·실장급이 참여해 총 23명으로 꾸려진 사회적 논의체다. 한 총장도 전문가 위원으로 참여했다. 한 총장은 민주노총 산하 금속산업연맹 조직실장,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을 지냈다. 정의당의 비상대책위원직도 겸하고 있다.

전태일재단 발기인인 김동만 전 한국노총 위원장은 “(전태일 열사의 모친인) 이소선 여사도 생전에 ‘전태일재단은 전체 노동자의 것이지 특정 노동단체의 것이 아니다’고 얘기한 바 있다”고 말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 교수는 “기득권 보호를 위한 다수의 정부 위원회 자리를 지키면서 사회적 대화 참여를 거부하는 행태는 큰 문제”라며 “민주노총이 고민해야 할 문제는 상생의 연대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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