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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탄핵’ 발언 놓고 金·安 공방…“컷오프 내가 1위” 신경전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인 김기현 의원(오른쪽)과 안철수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강서구 ASSA빌딩 방송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 참석해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인 김기현 의원(오른쪽)과 안철수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강서구 ASSA빌딩 방송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 참석해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3·8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난데없이 ‘탄핵’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0일 예비경선(컷오프)을 통해 본경선 진출자가 가려진 뒤 신경전이 더욱 거세진 것이다.

지난 11일 김기현 의원은 경기 용인에서 열린 보수정책 토론회에서 “대선 욕심이 있는 분은 (대표로) 곤란하다”며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부딪치면 차마 입에 올리기도 싫은 탄핵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권 주자로 분류되는 안철수 의원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그러자 다음날인 12일 안 의원은 발끈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김기현 후보의 후원회장이었던 신평 변호사는 ‘안철수가 당대표가 되면 윤석열 대통령이 탈당할 수 있다’고 협박하더니 김 후보가 제가 당대표가 되면 윤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며 “도대체 두 사람은 어떤 정신상태길래 저런 망상을 하느냐. 안철수가 그렇게 두렵느냐”고 적었다. 그러고는 “여당 당대표하겠다는 분이 대통령 탄핵 운운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아마도 전략적으로 당원들에게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싶어 한 것 같은데, 제가 보기에는 오히려 두 사람이 공포에 사로잡혀 있는 듯 보인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캠프의 김영우 선거대책위원장도 “당원과 국민을 협박하는 쌍끌이 협박 정치”라며 “이런 때야말로 대통령실이 나서서 중립을 선언해야한다”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물러서지 않았다. 이날 경남 창원에서 열린 당원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다른 분이라면 몰라도 그동안 탈당과 합당을 수시로 했고, 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적으로 앞장섰던 분이 말씀하니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거듭 공세를 폈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서도 안 의원이 이태원 참사 직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을 주장한 것을 거론하며 “대표가 되고 나면 이상민 장관 탄핵처럼 대통령에게 칼을 겨눌 수 있다는 걱정을 충분히 할 수 있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안 후보는 (대선 때) ‘윤석열은 자격이 없다. 1년만 지나면 윤석열 찍은 내 손가락을 자르고 싶어질 것’이라고 말했다”며 “안 후보의 10년 정치 인생을 보면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는 일이 유독 잦았는데, 윤 대통령과 반목하지 않을지 어떻게 확신하겠느냐”고 썼다.

3.8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인 안철수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책 비전 발표회를 진행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3.8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인 안철수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책 비전 발표회를 진행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탄핵 공방엔 이준석계 후보들도 가세했다. 대표 경선에 나선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 “대통령 탄핵, 탈당 등 결코 등장해선 안 되는 얘기가 나온다”며 “정치엔 금도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전 대표도 “김 의원은 과거 울산시장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논의에 누구보다 앞장서서 탄핵을 찬성했다”며 “지금에 와서 탄핵을 통해 당원들을 협박해 대표를 하려는 모습은 매우 온당치 못하다”고 말했다.

당내 “安, ‘윤안 연대’ 썼다가 경고…탄핵, 쉽게 꺼낼 말인가”

당내 일각에선 김기현 의원의 ‘탄핵’ 언급을 냉랭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안철수 의원이 ‘윤안 연대’라는 표현을 썼다가 대통령실로부터 강한 경고를 받지 않았느냐”며 “아무리 친윤계가 미는 후보여도 탄핵 트라우마가 있는 정당에서 탄핵이란 말을 그렇게 쉽게 꺼내도 되는 것이냐”고 말했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나선 김기현 의원이 12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의창구 당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나선 김기현 의원이 12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의창구 당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컷오프 때 성적을 둘러싼 신경전도 고조되고 있다.

김기현 의원 이날 TV에 출연해 “제가 1등 했다, 1등하고 2등 사이에 큰 격차가 났다, 이런 보도가 있던데 아마 허위 보도는 아닐 것”이라며 “앞으로 결과적으로 김기현이 이긴다는 중요한 지표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대세론’ 강화에 나선 것이다.

그러자 안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득표 순위와 득표율은 철저히 비공개되도록 하고 있다”며 “공정한 선거가 돼야 할 전당대회가 누군가에 의해 심각하게 오염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선관위는 신속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컷오프 직후 ‘대통령실 관계자’ 발로 컷오프 득표율을 언급한 기사가 나온 데 대해서도 “예비경선 결과가 대통령실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선관위는 “예비경선 결과와 관련돼 유포되고 있는 내용은 전혀 근거 없는 허위 사실”이란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김기현 ‘마피아’ 척결 공약…안철수 “시스템 공천” 약속

김 의원은 이날 ‘마(마약)·피(피싱)·아(아동범죄) 척결’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심에서 횡령 등의 혐의에 대해 대부분 무죄를 선고받은 무소속 윤미향 의원을 옹호한 것을 “초록은 동색”이라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정책 비전 발표회를 열고 “투명한 공천 시스템만 짜놓고 내년 총선 공천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며 “저의 (총선) 출마 지역도 공천관리위원회 결정에 전적으로 맡기겠다”고 강조했다. ‘험지 출마’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12일 오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한 후보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간담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 천하람 당대표 후보, 허은아, 김용태 최고위원 후보. 뉴시스

12일 오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한 후보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간담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 천하람 당대표 후보, 허은아, 김용태 최고위원 후보. 뉴시스

컷오프에서 전원 생존한 천하람 위원장(대표 후보), 허은아 의원과 김용태 전 최고위원(최고위원 후보), 이기인 경기도의원(청년최고위원 후보) 등 이준석계 4인방은 이날 이준석 전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기자들과 오찬간담회를 함께 열었다. “개혁 후보 4인방”이라고 스스로 주장하는 이들은 각 후보 이름에서 따온 ‘천아용인’으로 본인들을 소개한 뒤 “변화의 바람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김·안 의원, 천 위원장과 함께 예비경선을 통과한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언론 인터뷰 등 비공개 일정을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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