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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만·방시혁 손잡고 김범수 허찔렀다...서울대 3인 'SM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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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방시혁 하이브 의장, 이수만 SM 창업자, 김범수 카카오 센터장. 사진 각사

왼쪽부터 방시혁 하이브 의장, 이수만 SM 창업자, 김범수 카카오 센터장. 사진 각사

 하이브가 이수만 지분을 사들이면서 하이브와 SM이 강력한 연합을 형성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전략적 제휴를 모색했던 SM 경영진은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반대”라며 반발했다. 하이브와 카카오는 SM을 놓고 지분 경쟁을 벌이게 됐다. SM을 업고 K팝을 넘어 ‘글로벌 팝’의 거물로 우뚝 설 하이브냐, SM을 통해 엔터 공룡 기업으로 상장할 카카오냐.

SM 유산(레거시) 얻은 하이브

다음달 정기 주총을 앞두고 가장 유력한 SM의 주인은 하이브다. 하이브와 SM이 손을 잡는다면 글로벌 K팝 시장을 장악하는 거대 기업이 탄생한다. 지난해 앨범 차트 판매 톱5 중 방탄소년단(BTS), NCT드림, 세븐틴 등이 한솥밥 식구가 된다. 하이브와 SM은 지난해 써클차트 앨범 판매 톱10에 6개(팀) 가수를 올려놓고, 이들만으로 32.7%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지난 1월 가요 시장도 하이브와 SM이 점령했다. 써클차트에 따르면 뉴진스, 르세라핌이 1월 음원 차트를 휩쓸었고 NCT드림은 유일한 보이그룹으로 ‘캔디’를 흥행시켰다. 앨범차트에선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가 189만장의 판매고를 올렸고 뒤이어 뉴진스가 72만장, NCT 127이 64만장을 기록했다.

2022년 써클차트 연간 음반차트 톱10. 이중 하이브 소속은 방탄소년단,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있다. SM도 3개 팀(NCT 드림, NCT 127, 에스파)를 톱10에 올렸다.

2022년 써클차트 연간 음반차트 톱10. 이중 하이브 소속은 방탄소년단,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있다. SM도 3개 팀(NCT 드림, NCT 127, 에스파)를 톱10에 올렸다.

팬도 자연스럽게 한 플랫폼에 모이게 된다. 하이브의 위버스와 SM의 디어유가 통합하면 국내외 인기 아티스트가 총집합한 거대 팬 플랫폼이 탄생한다. 위버스엔 BTS 외에도 YG 소속인 빅뱅, 블랙핑크, 위너를 포함한 77개 팀이 활동하고 있고 JYP와 합작한 디어유에선 트와이스, 스트레이키즈 등이 팬과 소통하고 있다. 지난 10일 카카오 아티스트도 디어유에 입점을 발표한 바 있다.

팬플랫폼도 공룡될까. 하이브의 위버스(왼쪽)와 SM-JYP 합작의 디어유 버블.

팬플랫폼도 공룡될까. 하이브의 위버스(왼쪽)와 SM-JYP 합작의 디어유 버블.

K팝 음원 해외 유통 및 홍보 전문 기업 DFSB 콜렉티브(DFSB Kollective) 임원 버니 조는 하이브와 SM의 만남을 “원 투 펀치”라 표현했다. 그는 “K팝 역사상 내가 들은 소식 중 가장 큰 파급력을 일으킬 것”이라며 “빅3 주요 레코드 레이블인 소니, 유니버설, 워너 뮤직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하이브는 BTS 이후 영리하고 전략적인 거래로 팬과 재무 분석가들을 놀라게 했다”며 “이제 K팝 거물이 아닌 팝 거물”이라고 말했다.

하이브와 SM은 단순히 K팝 산업을 장악한다는 의미를 넘어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관계이기도 하다. BTS의 성장에 힙입어 가파르게 몸집을 불려온 하이브는 이수만을 통해 부족했던 K팝 유산(遺産)을 확보할 수 있다. SM이 H.O.T.부터 펼쳐온 K팝 30년 역사가 고스란히 하이브 품에 들어간다. SM이 해온 ‘SM타운 콘서트’와 하이브의 ‘하이브 레이블즈 콘서트’가 합쳐진다면 강타, 보아부터 엑소, BTS, NCT, 뉴진스, 르세라핌, 에스파가 한 무대에 서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수만은 자신의 원하는 방식대로 SM 경영을 내려놓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방시혁의 존경을 받으며 K팝 개척자로서의 명예를 이어가는 것은 당연하다. 두 사람은 서울대 동문(농공학과 71학번 이수만, 미학과 91학번 방시혁)이면서 엔터 업계 선후배 사이로 교류해 왔다. 방시혁은 이번 이수만 지분 인수에 앞장서며 “평소 이수만에 대한 존경과 존중을 숨기지 않아 왔다”고 말했다.

젊은 피 중심의 카카오+SM

이성수, 탁영준 SM 공동대표는 2020년 3월 선임됐다. 미국 빌보드 ‘2022 인터내셔널 파워 플레이어스(2022 International Power Players)’에 선정됐다.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이성수, 탁영준 SM 공동대표는 2020년 3월 선임됐다. 미국 빌보드 ‘2022 인터내셔널 파워 플레이어스(2022 International Power Players)’에 선정됐다.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카카오 창립자 김범수 센터장도 서울대를 졸업(산업공학과 86학번)했다. 2021년 이수만이 지분을 매각할 당시 직접 협상 테이블에 앉기도 했다.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카카오는 이수만을 배제한 SM 경영진 이성수, 탁영준 공동대표와 결의했다. 신주 123만주를 인수하고 전환사채를 통해 향후 114만주 추가 확보하는 방식이다. 성사될 경우 이수만 지분이 18.46%에서 16.78%로 낮아지면서 최대주주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그림이었다.

그런데 하이브가 개입하면서 카카오의 위치가 애매해졌다. 이수만이 제기한 가처분신청까지 받아들여진다면 카카오는 이번 경쟁에서 크게 밀리게 된다. 그럼에도 카카오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싱가포르 국부펀드에서 1조원 가량을 투자받아 충분한 자금 여력이 있어 SM 인수전이 어떻게 흘러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카카오는 “추가 지분 확보는 현재 계획하고 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SM 경영진은 카카오와의 제휴를 원하고 있다. 아티스트 앤드 레퍼토리(A&R 분야) 전문가에서 대표 자리에 오른 이성수, SM 아티스트를 오래 봐온 매니지먼트 부문 대표 탁영준이 계획한대로 ‘SM 3.0시대’를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SM은 메타버스로 대표되는 미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도 선구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SM은 마블을 연상시키는 SM컬처유니버스 세계관을 쌓아오며 자신들의 콘텐트를 강화해 왔기에 자신들만의 제국을 계속해서 확장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작곡가 유영진, 배우 김민종 등 이수만과 절친한 라인들이 반기를 들긴 했지만 젊은 층은 의견이 다를 것이다. 오랜 이수만 그늘에서 벗어나 젊은 피들의 경영을 이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봤다.

카카오 입장에선 아티스트 풀 확장과 오랜 염원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상장의 의미에서 SM이 꼭 필요하다. SM의 1, 2세대 아이돌IP까지 확보한다면 빈약했던 K팝 아티스트IP가 풍성해지고 카카오가 보유한 웹툰, 공연 등 사업과의 연계도 활발해질 수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을 인수할 경우엔 하이브를 견제할 2위 엔터 사업자로도 올라설 수 있다. 그동안 내수 시장에서의 매니지먼트 회사를 영입해 왔던 카카오에겐 글로벌 엔터사로서도 도약할 기회이기도 하다. 아이유를 제외하고 큰 무대 경험이 없는 카카오 레이블 아티스트에겐 월드투어를 다니는 ‘SM타운 콘서트’를 통해 글로벌 팬층도 흡수할 수 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아직 SM의 지분 경쟁이 끝났다고 보긴 어렵다. 카카오엔터의 추가 지분 매수 등 가능성이 열려있다. 카카오는 카카오엔터 기업공개(IPO)를 목전에 두고 웹툰 수익성을 강화하고 K팝이나 드라마, 영화 등 콘텐츠 사업의 볼륨을 키우는 방향”이라며 “카카오엔터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들이 카카오의 주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SM 지분이 어디로 흘러가든 가요 시장에는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임진모 대중가요평론가는 “SM 지분은 K팝에 대한 세계 시장 지분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주목된다”면서도“그게 완벽하게 득이 될지, 부담이 될지는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임 평론가는 “K팝 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큰 회사가 출현한다는 것은 우리 가요 시장의 지분 확대를 위해선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과연 그게 K팝 퀄리티를 보장하는 가는 별개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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