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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향한 하이브 vs 카카오 '쩐의 전쟁'…이수만 변심도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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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만(왼쪽) SM엔터테인먼트 전 총괄 프로듀서와 방시혁 하이브 의장. 연합뉴스

이수만(왼쪽) SM엔터테인먼트 전 총괄 프로듀서와 방시혁 하이브 의장. 연합뉴스

하이브가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와 손을 잡으며 ‘K팝 공룡’ 탄생을 예고했지만, 아직 인수가 완전히 끝난 게 아니다. 일단 이수만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 결과가 1차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 전 총괄이 SM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경우 이번 분쟁은 하이브의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하이브는 이 전 총괄의 지분(14.8%·352만3420주)을 이미 확보했고, 주당 12만원의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을 39.8%까지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반면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분 매입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카카오가 하이브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해 공개매수에 나설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작다.

가처분 인용 시 SM의 주가 상승세는 멈출 것으로 보인다. SM의 지난 10일 종가는 11만4700원으로, 하이브 공개매수 가격에 근접했다. 법원의 판단은 카카오의 신주 납입대금일인 다음 달 6일 이전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법원, ‘경영권 방어’인지  ‘정상 경영’인지 판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 전 총괄 측은 상법과 판례를 근거로 카카오에 대한 신주발행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SM이 상당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을 벌여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신주발행을 단순한 경영 목적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수만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는 “기존 주주가 아닌 제3자에게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경우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것이어야 하고,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필요한 한도에서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최소로 침해하는 방법을 택해야만 한다”며 “그러나 이번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결의는 위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지 못한 위법한 결의”라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한 상황에서 제3자에게 신주 또는 전환사채를 발행할 경우 주주의 신주인수권침해로 판단해 무효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대법원은 2008년 “회사의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한 상황에서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것은 상법 제418조 제2항 위반”이라고 봤다. 2018년에도 현 경영진의 지배권 확보를 위해 이뤄진 제3자 신주발행은 기존 주주의 지배권을 현저하게 약화한다며 무효라고 판단했다.

가처분 기각돼도 카카오 승리 보장 못 해  

SM 하이브 카카오 로고

SM 하이브 카카오 로고

해당 논리에 대응해 SM 경영진은 카카오에 대한 신주발행이 “합리적인 사업적 제휴”라고 선을 그었다. SM은 10일 이성수·탁영준 공동 대표이사 및 상위 직책자 25인의 입장문을 통해 “카카오와의 전략적 제휴는 SM 3.0 전략의 실행을 가속화하기 위한 경영 판단에 따른 것으로 최대 주주(이 전 총괄)가 주장하는 경영권 분쟁과는 어떠한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법원이 카카오의 손을 들어줄 경우 어떻게 될까. 2020년 서울중앙지법은 사모펀드 KCGI가 한진칼의 유상증자에 반발해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재판부는 5000억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한진칼의 정관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통합 항공사 경영이라는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이를 상당히 이례적인 판결이라고 본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다 해도 카카오가 가야할 길은 멀다. 이럴 경우 양사의 지분 확보 분쟁이 본격화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KB증권에 따르면 카카오는 얼라인 파트너스 등 우호 지분을 모두 더할 경우 약 29%의 의결권을 보유하게 된다. 하이브가 이수만의 남은 지분을 확보하고,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보유하게 될 지분 43%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카카오가 지분 차이를 좁히기 위해 공개 매수에 나선다면,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더 높은 가격을 불러야 한다. 계획보다 훨씬 비싼 ‘쇼핑’을 하게 되는 처지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카카오 입장에서는 9.05%의 SM 지분이 계륵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카카오 입장에서 SM의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하이브보다 반드시 많은 지분을 취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이브, 공정위 경쟁심사 통과해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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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에겐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심사를 통과하는 관문이 남는다. 현 단계에서 하이브가 취득하기로 한 지분은 14.8%인 만큼 기업결합 신고 대상(15% 이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업결합 신고가 접수되면 공정위는 두 회사의 결합으로 시장에서의 경쟁이 제한되지 않는지, 시장 지배력을 획득해 남용할 우려가 없는지, 기업 결합으로 인한 효율성 증대 효과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따져본다. 그 결과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주식 일부를 처분하게 하거나 결합 당사 회사들이 특정한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하는 등 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다.

자금력 면에서는 카카오가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카카오는 1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싱가포르투자청에서 1조154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충분한 실탄을 갖추고 있다. 하이브의 경우 이수만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차입금 조달했다. 이번 차입으로 과거 금융회사에서 빌린 1200억원에 더해 단기 차입금이 4400억원으로 늘었다.

이수만 전 총괄에게 남겨진 지분 3.6%도 변수다. 하이브는 나머지 지분에 대해서도 풋옵션(특정 시기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지분을 팔 권한)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 전 총괄이 추후 풋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수만이 변심해 또다시 경영권 확보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이수만의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하이브의 공개매수 실패 또는 기업결합승인 결과 등에 따라 또 다른 분쟁 국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3% 이상은 경영권 분쟁에서 충분히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는 의미 있는 지분율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전략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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