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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품는 하이브, 공정위가 '키맨'…美보다 동남아 심사 더 관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인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나서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키맨’으로 떠올랐다. 하이브는 이수만 SM 대주주 겸 전 총괄 프로듀서로부터 대규모로 주식을 인수하고, 소액주주의 지분까지 사들이기로 했다. 변수는 공정위다. 하이브의 SM 인수는 공정위 심사를 통과해야 가능하다.

10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하이브 사옥 모습. 뉴스1

10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하이브 사옥 모습. 뉴스1

공정위 M&A 심사 확실시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하이브는 이수만 전 프로듀서로부터 SM 지분 14.8%를 4228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10일 공시했다. 여기에 더해 다음 달 1일까지 소액주주들로부터 최대 25.2%의 지분을 공개 매수한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 또는 매출액 3000억원 이상 회사가 자산이나 매출액이 300억원이 넘는 상장회사 주식 15% 이상을 취득하는 경우 공정위에 신고해야 한다. 하이브가 이 전 프로듀서의 지분을 인수하는 것만으론 15%를 넘지 않지만, 공개 매수가 끝나는 시점에선 기업결합 신고가 필수다. 취득 주식 지분이 15%가 넘으면 30일 이내에 신고해야 하는 만큼 하이브 입장에선 기업결합 신고까지 일단 2달여 시간이 남아있다.

공정위는 신고서가 들어올 것을 예상하고 준비에 들어갔다. 심사가 끝나기까지 1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두 회사가 업계 최대 규모인 데다 연예기획사뿐 아니라 여러 사업을 동시에 하고 있어서다. 공정위는 대형 기획사 기업결합을 심사한 경험도 없다.

아이돌·힙합·배우…시장마다 영향 평가

공정위는 회사 간 결합으로 시장지배력이 커졌을 때 독과점 우려가 있는지를 심사한다.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일정 행위를 제한하는 등의 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다. 일차적인 문턱은 시장획정이다. 두 회사의 기업결합으로 영향을 미치는 시장을 세분화하는 일이다. 단순히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하나로 묶어서 따지는 게 아니라 같은 가수라고 해도 발라드‧힙합‧아이돌 등 여러 분야로 나눠 본다는 뜻이다. 심지어 남성 아이돌‧여성 아이돌 시장도 따로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하이브와 SM 모두 굿즈(기념품) 판매는 물론 콘텐트 제작을 겸하는 등 사업 분야가 넓다. 두 회사 결합이 미디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공정위가 종합적으로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을 세부적으로 구분해 보게 되면 독과점 우려가 발생할 변수 또한 많아진다. 공정위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야 하는 만큼 중소 기획사까지 포함해 시장을 정해야 하는지, 두 회사가 어떤 사업까지 진출했는지 등 모두 봐야 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건 신고서가 접수 이후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심판정 모습. 연합뉴스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심판정 모습. 연합뉴스

동남아 경쟁당국, 숨은 변수될 수도

해외 경쟁당국의 판단도 관건이다. 하이브-SM의 경우 미국‧유럽연합(EU) 경쟁당국보다 동남아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상적으론 미국과 EU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는 게 중요하지만, 두 회사가 서구권보다 동남아 시장에서 강세를 보여서다. 베트남‧태국 등 아시아권에서 K팝이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해당 국가에서 시장지배력이 과도하다는 판단이 나올 수 있다. 만일 베트남 경쟁당국이 기업결합을 불승인하면 해당 국가에서 영업이 불가능하다. 익명을 원한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는 “통상적인 기업결합과 달리 동남아 경쟁당국에서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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