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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 뒤에도 벌써 8명 구했다...韓구조대 '튀르키예 기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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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대지진이 덮친 튀르키예의 안타키아. 이곳에 급파된 한국 해외긴급구호대(KDRT)를 맞이한 건 형체를 알 수 없이 무너져 내린 건물 잔해와 삐죽삐죽 튀어나온 철근 속에 만들어진 깊은 구덩이였다.

대지진 이후 엿새가 지난 12일에도 KDRT는 현지에서 밤낮없이 구호·구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생존자 구조를 위한 ‘골든 타임’ 72시간을 훌쩍 넘긴 상황이지만, 무너진 건물 아래에서 생사의 끈을 붙잡고 있던 피해자들의 기적 같은 생환 소식이 이어진다. KDRT는 지난 9일 구조 활동을 시작한 이후 총 8명의 생존자를 구조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지진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에서 긴급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 해외긴급구호대(KDRT). 현장에선 완전히 무너진 건물 잔해와 어두운 구덩이 안을 파고 들어가면서 구조 작업이 진행 중이다. 사진 KDRT

지난 6일(현지시간) 지진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에서 긴급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 해외긴급구호대(KDRT). 현장에선 완전히 무너진 건물 잔해와 어두운 구덩이 안을 파고 들어가면서 구조 작업이 진행 중이다. 사진 KDRT

KDRT는 튀르키예 정부 요청에 따라 지진 피해가 심각한 동남부 하타이주 안타키아에서 구조 활동을 시작했다. 이 지역은 시리아 접경 지역이기도 하다. 마땅한 숙소를 찾기가 쉽지 않아 베이스 캠프는 현지 셀림 아나돌루 고등학교에 설치했다.

지난 8일 튀르키예 가지안테프 공항에 도착해 군 다목적수송기에서 내리는 대한민국 긴급구호단(KDRT). 국방부 제공

지난 8일 튀르키예 가지안테프 공항에 도착해 군 다목적수송기에서 내리는 대한민국 긴급구호단(KDRT). 국방부 제공

기적 같은 70대 남성 구조 

해외긴급구호대는 지난 9일 첫 생존자를 구조했다. 70대 중반 남성이었던 이 생존자는 지진 발생 사흘만에 발견됐다. KDRT 제공

해외긴급구호대는 지난 9일 첫 생존자를 구조했다. 70대 중반 남성이었던 이 생존자는 지진 발생 사흘만에 발견됐다. KDRT 제공

지난 9일 잔해 더미를 파헤쳐 들어가던 KDRT가 깊숙이 깔려 있던 70대 남성을 구조하며 현지에 희망을 알렸다. 기진맥진한 얼굴로 발견된 이 남성은 다행히 건강엔 큰 문제가 없는 상태로 구조됐다. 현지에선 이를 놓고 “기적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들이 나왔다.  당시는 이미 지진이 발생한 지 사흘이 지난 시점이었고, 튀르키예ㆍ시리아 양국에서 보고된 사망자 수가 1만5000명에 육박했을 때였다.

지난 9일 튀르키예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던 해외긴급구호대(KDRT)가 무너진 건물더미 속에서 2세 여아를 구해내는 모습. 한 주민이 기쁨에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튀르키예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던 해외긴급구호대(KDRT)가 무너진 건물더미 속에서 2세 여아를 구해내는 모습. 한 주민이 기쁨에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격의 환호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KDRT는 뒤이어 아버지와 딸을 구조했다. 특히 딸은 2세 여아였는데 한국 KDRT 대원이 조심스럽게 여아를 안고 나오자 현장에선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이들 역시 지진 발생 이후 건물 잔해 속에서 사흘을 버텼다.

2세 여아 안고 나오자 환호 

KDRT는 지난 9일 40대 남성과 그의 딸인 2세 여아를 구조했다. 이 아버지는 구조된 직후 외투와 담요로 딸의 몸을 감쌌다. 아이의 발에는 장갑이 신겨 있었다. KDRT 제공

KDRT는 지난 9일 40대 남성과 그의 딸인 2세 여아를 구조했다. 이 아버지는 구조된 직후 외투와 담요로 딸의 몸을 감쌌다. 아이의 발에는 장갑이 신겨 있었다. KDRT 제공

구조 직후 아버지는 외투에 쌓인 딸을 꼭 안고 있었다. 아이의 발엔 신발이 구멍 뚫린 장갑이 신겨 있었다. 최저 기온이 영하까지 내려가는 추위로부터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9일 지진으로 인해 무너진 건물에서 한국긴급구호대(KDRT)가 생존자를 구출해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지진으로 인해 무너진 건물에서 한국긴급구호대(KDRT)가 생존자를 구출해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KDRT는 이날 35세 여성과 10세 여아를 추가로 구해 냈다. 35세 여성은 손가락 골절상을 당한 상태였다고 한다. 이로써 KDRT는 생존자 구호 첫 날 총 5명을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구했다.

수백 차례 여진, 위험 계속돼 

튀르키예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에서 구조작업을 하는 한국긴급구호대(KDRT). KDRT 제공

튀르키예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에서 구조작업을 하는 한국긴급구호대(KDRT). KDRT 제공

KDRT가 구조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지역에선 지난 6일 대지진 이후에도 수백 차례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목숨을 건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KDRT는 11일 오후 2시쯤 6번째 생존자를 구조했다. 튀르키예 구조팀과 합동 작업을 벌이던 중 65세 여성을 발견해 구조 작업에 나섰다. 이 여성은 의식이 있는 상태로 발견됐고, 구조 후 인근 병원에 긴급 이송됐다.

이날 저녁에는 모자(母子) 관계인 두 명의 생존자가 추가로 구조됐다. 튀르키예와 시리아 양국에서 보고된 사망자 수는 2만5000여명, 부상자는 8만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기적 같은 피해자 생환이 이뤄진 것이다.

음향탐지기·착암기로 5시간 작업 

지난 11일 지진 피해자를 구조하고 있는 한국 해외긴급구호대(KDRT). KDRT 제공

지난 11일 지진 피해자를 구조하고 있는 한국 해외긴급구호대(KDRT). KDRT 제공

생존자는 각각 17세 남성과 51세 여성으로 같은 건물에서 구조됐다. 당시 KDRT는 음향탐지기를 활용해 이들 생존자의 위치를 가늠하고, 착암기 등 구조장비를 활용해 접근로를 확보하는 고난도 구조 작업을 진행했다. 5시간이 넘는 작업 끝에 생존자를 발견했는데, 17세 남성은 의식이 없는 상태로 하반신이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린 상태였다. 이에 KDRT는 정맥 주사 등 응급조치를 시행한 이후 곧장 병원으로 이들을 이송했다.

외교부·국방부·소방청·코이카 118명

2007년 설립된 KDRT는 해외에서 대규모 재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민관합동해외긴급구호협의회 심의를 거쳐 피해국에 파견된다. 이번에 파견된 KDRT는 외교부·소방청·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 소속 60여명과 육군 특수전사령부를 비롯한 군 병력 50여명 등 총 118명으로 구성됐다. 역대 최대 규모의 구호대로 지난 8일 군 수송기를 타고 튀르키예에 급파됐다.

한국 해외긴급구호대(KDRT) 자격으로 튀르키예에 급파된 118명의 구호대원들은 오는 17일까지 수색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KDRT 제공

한국 해외긴급구호대(KDRT) 자격으로 튀르키예에 급파된 118명의 구호대원들은 오는 17일까지 수색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KDRT 제공

KDRT는 오는 17일까지 현지에서 수색·구조 활동을 이어간다. 단 이후에도 KDRT의 구조 작업이 필요한 상황으로 판단될 경우 정부는 교대 형식으로 구호대를 추가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한국 긴급 구호대는 앞으로도 생존자 유력 구역을 중심으로 고강도 탐색 및 구조활동을 지속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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