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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 10억 넘게 챙겼다더라"…연말 짐싼 은행원 2200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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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주요 은행이 지난해 말 이후 퇴직자에게 1인당 평균 6억~7억원의 퇴직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수천억원을 퇴직 비용으로 지출했다. 금리 상승기 거둬들인 이자 수익으로 은행이 퇴직자에게 목돈을 챙겨주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6일 서울 시내에 설치돼 있는 주요 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 연합뉴스

6일 서울 시내에 설치돼 있는 주요 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 연합뉴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신한‧KB국민‧우리은행 등은 지난해 4분기 실적에 희망퇴직금 비용을 반영해 발표했다. 각 은행은 4분기 직원의 희망퇴직 비용으로 1인당 3억4400만원~4억4300만원을 책정했다. 앞서 지난해 말 이후(신청 기준) 5대 시중은행의 희망퇴직자는 약 2200명이었다. KB국민은행이 713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 NH농협 493명, 신한 388명, 우리 349명, 하나 279명 등 순이었다.

4분기 희망퇴직 비용 총액은 KB국민은행이 가장 높은 2725억원이었다. 1인당 평균 3억8200만원 수준이다. 1인당 희망퇴직 비용으로 계산했을 때는 우리은행이 평균 4억4300만원 수준으로 제일 많았다. 신한은행의 1인당 평균 희망퇴직금은 3억4400만원이었다. 주요 은행 퇴직금은 월평균 임금 최대 36개월치, 수천만원의 학자금‧재취업 지원금, 건강검진 비용 등을 포함한다.

우리은행은 희망퇴직자 대부분이 정년을 앞둔 고연차 직원으로 구성돼 1인당 평균 금액이 컸다. 신한은행은 올해 희망퇴직 신청 대상 직급을 부지점장 이하, 연령은 만 44세로 낮췄기 때문에 1인당 평균 금액이 낮은 편이었다. 하나은행은 올 1분기 실적에 희망퇴직 비용을 반영할 예정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은행원이 받는 퇴직금은 희망퇴직금이 다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퇴직할 때 지급하는 법정 퇴직금도 수억원에 이른다. 법정 퇴직금은 통상 퇴직 전 3개월 임금 평균에 근속연수를 곱해 계산한다. 2021년 각 시중은행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은행의 평균 근속연수는 약 16년이었다. 1인당 평균 급여액은 9700만~1억1200만원(월 808만~933만원)이었다.

올해 대상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1967년생이 희망퇴직을 신청할 경우 근속연수가 길고 월평균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법정퇴직금은 3억원을 넘을 수 있다. 이를 희망퇴직금과 합하면 1인당 평균 6억~7억원의 돈을 수령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 초 주요 은행 퇴직자 중에서도 8억~9억원, 많게는 10억원을 넘는 퇴직금을 받은 사람이 있었다. 은행의 희망퇴직 조건이 지난해와 비슷한 만큼 올해에도 10억원 안팎의 퇴직금을 받은 사람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은행이 수억원대의 희망퇴직금을 지급하면서까지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은행의 디지털화를 통한 장기적인 경영 효율 개선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점포 수 축소와 신규 채용 등을 이유로 매년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다. 은행 내부에선 희망퇴직이 정례화하며 일종의 복지제도로 인식되는 분위기도 일부 있다. 익명의 은행권 관계자는 “희망퇴직 제도를 은행의 장점 중 하나로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금리가 오르며 대출 이자 등 국민 부담이 커진 가운데, 은행 외부에선 은행원 퇴직금과 성과급이 늘어나는 것만큼 소비자 서비스 등 혜택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부정적 여론이 이어지고 있었다. 특히 금리 상승기였던 지난해 은행권은 늘어난 이자 수익을 통해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달성하기도 했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은행권의 실적과 성과 배분에 관해 “어려운 시기에 일부 고위 임원 성과급이 최소 수억 원 이상 된다는 것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유동성 악화한 시기에 당국과 타 금융권이 도와준 측면이 있는데 이를 오롯이 해당 회사와 임원의 공로로만 돌리기에 앞서 구조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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