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규의 머니 스토리
창업 vs 수성
미국과 유럽은 산업화의 역사가 길다. 어림잡아 200년 정도나 된다. 이들 지역 기업 가운데 이름이 알려진 경우는 1대 승계(succession)가 꽤 오래전에 이뤄졌다. 승계 작업 가운데 가장 예민해 여차하면 갈등으로 번지기 십상인 작업이 완료된 셈이다. 지금은 잘 짜인 게임의 룰에 따라 별 잡음 없이 이뤄지는 편이다. 갈등이 있더라도 파열음이 가문 내에서 진정돼 담장을 넘지 않는다. 그런데 세상엔 늘 예외가 있기 마련이다. 프랑스의 명품 왕국 LVMH다. ‘세계 최고 부자’인 베르나르 아르노(74)가 이제야 창업(創業)보다 어렵다는 수성(守成)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가장 민감하고 폭발성이 강한 1대 승계 작업을 시작했다.
팬데믹 전인 2017년, 기자는 영국 런던에서 연수 중이었다. 19세기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더시티(The City of London)가 지척인 학교에 다녔다. 덕분에 런던 금융회사 몇 곳을 둘러볼 수 있었다. 그 가운데는 사모펀드 몇 곳도 들어 있었다. 그해 4월 방문한 한 사모펀드가 의례적으로 내놓는 안내 책자엔 아주 인상 깊은 구절이 있었다.
‘부자 3대 못 간다’는 금언 깨기(Beating the ‘shirtsleeves to shirtsleeves’ adage).
」펀드매니저에게 뜻을 물었다. 그는 “아들과 딸의 갈등을 최소화해 부를 증식시켜 먼 후대까지 물려줄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승계작업을 도와준다는 얘기였다 이어 그는 “지배구조 개편이나 법적인 지분 나누기 등은 승계 과정에서 가장 쉬운 작업”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명품 왕국 LVMH의 창업자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이제 “가장 쉬운 작업”을 끝냈다.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일을 마쳤다.
지배구조가 복잡하면 내부의 갈등에 취약하다. 외부의 공격에 쉽게 당한다. 이를 누구보다 아르노 회장 자신이 너무나 잘 안다. 유명한 에르메스 사냥을 통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