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건너온 유용한 생활 소품과 소포장의 신선한 식재료를 파는 가게. 와인과 떡볶이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식당. 편안한 차림의 동네 주민과 외지인이 한데 모여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장소. 동네 슈퍼라기엔 너무 감각적이고, 고급 마켓이라기엔 더없이 편안한 곳. 바로 ‘보마켓(BOMARKET)’의 이야기예요.

서울 이태원 주공아파트 단지 안에 위치한 보마켓 경리단점. 사진 보마켓
동네 슈퍼,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 되다
보마켓은 2014년, 서울 남산공원 안에 위치한 남산맨션 아파트 1층의 작은 슈퍼마켓으로 시작됐습니다. 남산맨션이 준공된 1972년 당시에도, 지금도 남산공원에 아파트를 짓는 건 불가능한 일이죠. 남산맨션은 관광호텔로 인허가를 받은 다음 아파트로 분양하고 이후 다시 관광호텔로 준공 승인을 받았다고 해요. 애초 호텔로 계획된 공간인 데다 주거지역으로부터 떨어진 곳에 있어 인근엔 편의시설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입주민들은 생필품이나 간단한 식료품을 구하기 어려운 불편을 겪어야 했죠. 이것이 바로 보마켓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남산맨션에 살고 있던 유보라 보마켓 대표가 직접 마켓을 연 계기가 됐기 때문입니다.
생필품과 간단한 먹을거리를 구비해 마켓 문을 열었더니 동네 주민들이 누구보다 반겼지요. 보마켓은 곧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감각적인 생활 소품과 맛있는 먹거리, 소탈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가 입소문을 타면서 외지인들도 찾기 시작했고요. 그렇게 보마켓은 동네 슈퍼 이상으로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 공간이 됐고, 지금은 남산점 외에도 경리단점·서울숲점·신촌점 등 서울에서만 네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요.

보마켓의 시작점이 된 남산점 입구. 남산맨션 1층에 있다. 사진 보마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