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늦가을부터 눈을 기다렸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강원도 인제군 원대리 자작나무 숲에 눈이 오길 기다린 겁니다.
지난해 11월,
숲 해설가가 겨울 자작나무 숲을 꼭 보라고 했습니다.
사계절 좋지만,
하얀 눈 속 순백의 자작나무 숲이 으뜸이라면서요.

권혁재의 사진톡톡/자작나무
사실 가을의 자작나무 숲 또한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햇살 받은 노란 잎이 바르르 떨릴 땐
숲이 일렁이는 듯했습니다.
잎끼리 부대끼는 소리는
자르르 자르르했습니다.
왜 이 숲을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이라 하는지 알 듯했습니다.

숲속 교실에서 한참 숲의 일렁거림과 소리에 빠져 있을 때
숲 해설가의 해설이 들렸습니다.
“흰 자작나무에 검은 자욱이 보이시죠? 나무가 스스로 가지를 떨어뜨린 자국입니다. 어차피 밑에서는 광합성을 못하니까 자기가 가지를 떨어뜨리는 겁니다. 그래야만 키가 크니까요. 서로 경쟁하는 상태이니 더 그렇습니다. 이 나무도 벌판에 한두 그루 있으면 밑에 가지가 엄청 많이 갈라집니다만, 여기서는 가지가 없는 키다리 나무가 되었네요.”

원대리의 자작나무가 끝 간 데 없이 훤칠하게 곧추선 이유였습니다.
귀동냥으로 숲 이야기를 들었으니
고마움에 잠깐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인사 끝에 그가 겨울 자작나무 숲이 으뜸이라며
와서 볼 것을 권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