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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서른 살, 예술의전당 생일잔치에 클래식 별들이 뜬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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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이 올해 전관 개관 30주년을 맞아 이달부터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진다. 14일 콘서트홀에서 미국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와 리사이틀을 갖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일찌감치 전석 매진돼 합창석까지 추가 발매했다. 사진 예술의전당

예술의전당이 올해 전관 개관 30주년을 맞아 이달부터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진다. 14일 콘서트홀에서 미국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와 리사이틀을 갖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일찌감치 전석 매진돼 합창석까지 추가 발매했다. 사진 예술의전당

1988년 서울 서초동 우면산 기슭의 7만여 평 부지에 예술의전당이 문을 열었다. 당시에는 콘서트홀과 리사이틀홀을 갖춘 음악당과 서예관이 먼저 개관했다. 오페라하우스가 문을 열며 완성된 형태를 갖춘 게 1993년. 올해가 그 30주년이다. 전관 개관 30주년을 기념하는 음악회가 연이어 열린다. 이달 특별음악회 네 공연은 콘서트홀에서 오후 7시 30분에 시작된다.

이달 정경화와 케너, 에셴바흐가 지휘하는 말러 등 풍성 #3·4월에는 테츨라프, 최하영과 손정범, 백혜선 등 공연 #장형준 사장 “지난 30년 되새기고 향후 30년 준비할 것”

독일의 지휘 거장 크리스토프 에셴바흐. 개관기념일인 15일 KBS교향악단과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연주한다. 사진 예술의전당

독일의 지휘 거장 크리스토프 에셴바흐. 개관기념일인 15일 KBS교향악단과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연주한다. 사진 예술의전당

특별음악회의 첫 테이프는 14일 한국 클래식계의 거장이 끊는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74)와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59)의 리사이틀이다. 그리그 바이올린 소나타 3번,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1번,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를 연주한다. 그동안 정경화가 즐겨 연주해온 곡들이다. 정경화는 미국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를 2011년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 처음 만났다. 이후 바늘에 실 가듯 둘은 함께 연주한다. 반주자를 고르는 데 까다로웠던 정경화가 “영혼의 동반자”라고 부를 정도로 신뢰가 돈독하다. 특히 첫 곡인 그리그 소나타 3번은 10년 전 아시아 순회공연의 종착지였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했던 곡. 정경화는 “역사적인 30주년 기념 첫 연주를 맡아 기쁘다. 연주로 축하의 마음을 표현하겠다”고 말했다. 이 공연은 일찌감치 전석 매진돼 합창석을 추가로 열었다.

개관 기념일인 15일에는 독일 거장 지휘자 크리스토프 에셴바흐(83)가 KBS교향악단과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연주한다. 코로나 등 지난 시절의 고난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의미를 담았다. 에셴바흐는 2007년 파리 오케스트라, 2008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2015년 빈 필 내한공연을 지휘했다. 2016년에는 음악감독직을 사임한 지휘자 정명훈 음악감독을 대신해 서울시향 연주회를 이끌었다. KBS교향악단은 2021년 첫 지휘 이래 에셴바흐가 매년 지휘봉을 잡은 오케스트라다.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예술의전당은 1993년 오페라하우스가 문을 열며 전관 개관했다. 사진 예술의전당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예술의전당은 1993년 오페라하우스가 문을 열며 전관 개관했다. 사진 예술의전당

말러 교향곡 2번 4악장의 알토 독창 부분인 ‘원광’이 유명하다. 말러 가곡집 ‘어린이의 마술 뿔피리’에도 실린 노래다. 아주 낮은 음역으로 어둡고 우울하게 시작되지만 희망을 예고하고 장엄한 코랄로 이어진다. 중심부에서 희망이 확고해지고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끝난다. 5악장에서는 소프라노, 알토, 합창의 피날레가 감동적이다. 소프라노 이명주와 메조소프라노 양송미가 ‘부활’에 참여한다. 합창은 고양시립합창단과 노이오페라코러스가 담당한다. 에셴바흐는 “힘찬 출발을 알리고 싶다. 쉽게 만나기 어려운 대규모 작품이 지친 일상에 작은 희망으로 다가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22일 공연하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와 피아니스트 라파우 블레하츠. 사진 Harald Hoffmann

22일 공연하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와 피아니스트 라파우 블레하츠. 사진 Harald Hoffmann

22일에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와 피아니스트 라파우 블레하츠가 2019년 첫 내한 듀오 콘서트 이후 4년 만에 국내 팬들 앞에 선다. 2005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폴란드 피아니스트 블레하츠는 2016년 포즈난에서 열린 비에니아프스키 콩쿠르에서 2위에 오른 김봄소리의 연주를 보고 “함께 연주하고 싶다”는 e메일을 보냈다. 이후 두 연주자는 도이치그라모폰에서 음반을 발매하고 전 세계에서 공연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 김봄소리와 블레하츠는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1번,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3번,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K296 등 독일·오스트리아 거장들의 작품과 블레하츠의 조국 폴란드의 작곡가 시마노프스키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한다. 김봄소리는 “2019년 첫 듀오 콘서트에서의 기분 좋은 긴장감이 아직도 생생하다. 같은 무대에서 연주를 선보이는 만큼 그때의 감동을 뛰어넘는 호흡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24일 열리는 2월의 마지막 특별음악회는 ‘가곡 콘서트’다. 소프라노 박미자·이명주·황수미, 테너 김우경·정호윤, 바리톤 강형규 등 한국을 대표하는 성악가들이 노래한다. 김광현이 지휘하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맡는다. 김동진의 ‘내마음’처럼 예전부터 사랑받던 익숙한 가곡과 김효근의 ‘첫사랑’ 같은 현대 가곡까지 엄선해 부른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관현악곡 연주도 감상할 수 있다.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 기념 공연은 3월 이후에도 계속된다. 3월 8일에는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57)가 IBK챔버홀에서 무반주 리사이틀을 연다. 2019년 서울시향 ‘올해의 음악가’로 선정됐던 바이올리니스트다. 29일 IBK챔버홀에서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첼리스트 최하영과 ARD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손정범의 듀오 리사이틀이 펼쳐진다. 4월 11일 콘서트홀에서는 피아니스트 백혜선(58)의 리사이틀이 열린다.

지난해 임기를 시작한 장형준 예술의전당 사장은 “전관 개관 30주년을 기념해 예술성 높은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지난 30년을 되새기고 향후 30년을 설계하는 중요한 해로 올해를 보내며 좋은 공연으로 관객과 문화예술계에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류태형 객원기자·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ryu.tae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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