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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우다푸’, 보석 불티나게 팔리는데 돈은 못 버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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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절은 중국에서 금이 가장 불티나게 팔리는 기간이다. 중국인들이 금을 좋은 설 선물이자 안정적인 투자 수단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춘절 기간 중국 백화점에서는 금을 사기 위해서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 행렬을 쉽게 볼 수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국제 금값이 상승하면서 주얼리 브랜드의 순금 액세서리 가격이 그램당 500위안(한화 약 9만 원)을 돌파했다. 춘절 당일(1월 24일) 저우다푸(週大福,Chow Tai Fook) 등 주요 보석 판매기업의 금값은 그램당 550위안(한화 약 10만 원)이었으며 계속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 저우다푸 공식 홈페이지

사진 저우다푸 공식 홈페이지

코로나19 이후 금값은 전반적으로 상승했고 몇 차례 급등했다. 금값이 오르면서 금을 취급하는 주얼리 브랜드의 실적도 덩달아 올랐다. 그중에서도 중국 최대 보석 판매기업 저우다푸의 상승세가 무섭다. 저우다푸의 2021년 회계연도와 2022년 회계연도의 매출 증가는 24%와 41%에 달했다. 직전 몇 년의 10% 초반대의 성장률을 크게 웃돌고 있다.

매장 수 증가도 주목할만하다. 저우다푸는 방역 통제가 가장 엄격했던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본토 시장에서 448개의 신규 매장을 열었으며 총 매장 수는 7016개에 달했다.

저우다푸의 中 MZ세대 사로잡기

사진 바이두

사진 바이두

저우다푸의 무서운 상승세에는 중국 MZ세대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세계금협회가 발간한 '2021 중국 골드 주얼리 소비조사 백서(2021中國黃金珠寶消費調查白皮書)'에 따르면 금 액세서리 소비자의 76%가 25~35세이며, 금을 소비할 의향이 있는 18~24세는 2016년 16%에서 2021년 59%로 대폭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세대의 취향에 맞는 금 액세서리를 만드는 것이 업계의 중요임무가 된 것이다.

저우다푸 특유의 금빛으로 반짝이는 순금 액세서리는 그동안 중년층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곤 했다. 이에 저우다푸는 최근 몇 년 동안 금 액세서리를 세련된 무광 재질로 바꾸는 것은 물론, 조각, 상감, 법랑 등 중국 전통 공예 기법을 더해 젊은 세대가 추구하는 차분한 고급스러움을 추구했다.

제품 디자인이 고급화되면서 저우다푸의 판매량도 상승했다. 2023 회계 연도 상반기에 저우다푸의 ‘전승’라인 제품은 중국 금 액세서리 판매의 약 40%를 차지했다. 이중 MZ세대 소비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저우다푸는 최근 밀레니얼 여성을 겨냥한 중저가 브랜드 'SOINLOVE'를 선보이기도 했다. SOINLOVE에서 출시한 토끼 모양 펜던트는 티몰 저우다푸 공식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금 액세서리 판매 순위 2위를 차지했으며, 월 판매량은 1600개 이상에 달했다.

사진 저우다푸 공식 홈페이지

사진 저우다푸 공식 홈페이지

또한 저우다푸는 ‘어벤져스’, ‘주토피아’, ‘헬로키티’ 등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캐릭터는 물론 고궁박물관, 대영박물관 등 유명 기관과 협업해 콜라보 제품을 선보이면서 SNS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런 다양한 시도 덕분에 저우다푸의 금 액세서리는 중국에서 젊은 세대에게까지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실제로 저우다푸의 금 액세서리 매출 비중은 2020년 60.9%에서 2022년 76%로 크게 상승했다.

제품 불티나게 팔리는데… 이익률은 하락

제품이 잘 팔리면 브랜드가 이익을 얻는 건 자연스러운 이치다. 그러나 저우다푸의 이익률은 예전 같지 않다. 저우다푸의 조정 후 매출총이익률은 2018년 회계연도 27.2%에서 2022년 회계연도 23.4%로 하락했으며 2023년 회계연도에는 22.4%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저우다푸 측은 "매출총이익률 하락은 도매업과 금 액세서리 제품 비중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봉황망

사진 봉황망

중국 본토 시장에서 주얼리 판매는 주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이루어진다. 오프라인 매장이 많을수록 노출도가 높아지고 매출 역시 높아진다는 얘기다. 최근 저우다푸는 사업 확장을 위해 가맹점 수를 늘리고 있다. 2022년 말 기준 저우다푸의 전체 매장 중 가맹점의 비율은 무려 76%를 차지한다. 그러나 가맹점을 열면 중간상이 차익을 내야 하므로 이윤이 줄고 회사의 매출총이익률에 영향을 끼친다.

가맹점이 급증하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관리하고 일관된 가격 체계를 유지하는 데도 어려움이 생겼다. 특히 샤오훙수 등 SNS에서 자신을 '내부자'라고 지칭하며 영업하는 계정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들은 직영점에서 운영하는 ‘보상판매’ 프로그램을 거치지 않아도 할인을 해주어 직영점을 찾는 손님이 더욱 줄고 있다. 또한 보상판매 정책에 대한 매장 직원의 설명이 모호하여 고객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금 액세서리 제품의 비중이 늘어난 것도 문제다. 2023 회계연도 상반기 저우다푸의 순금 제품의 매출은 12.7% 증가했지만, 세공 보석, 백금 및 합금 제품의 매출은 11.1% 감소했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순금 제품의 총이익률은 10~20%로 다이아몬드 제품의 총이익률 60%보다 한참 떨어진다.

저우다푸의 무서운 상승세, 언제까지 갈까?

사진 즈후

사진 즈후

현재 중국 보석 산업은 집중도가 낮고 압도적인 일인자가 없는 상황이다. 아이미디어리서치 CEO 겸 수석 애널리스트 장이(張毅)는 집중도가 높지 않은 시장일수록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일수록 제품 품질과 마케팅 능력이 강한 브랜드가 시장 점유율을 가져가기 쉽다. 일례로 저우다푸는 2021년까지 솽스이(雙十一, 중국 최대 쇼핑 축제) 기간 온라인 쇼핑 플랫폼 티몰의 보석 브랜드 판매 순위 1위를 놓친 적이 없지만, 지난해 1위 저우다성(週大生)과 2위 저우성성(週生生)에 밀려 3위를 차지했다.

야오커연구원(要客研究院) 원장 저우팅(週婷)은 중국 보석 산업이 ‘금’으로 시작했지만 어려움 역시 ‘금’에서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 액세서리가 팔리는 이유는 금 자체의 가치가 높아서인데, 이 때문에 중국 보석 기업이 브랜드 가치를 구축하는 데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것이다.

결혼은 금 액세서리 소비를 이끄는 중요한 요인으로, 전체 소비의 약 30%를 차지한다. 그러나 중국의 혼인신고 건수는 2013년 이후 10년 연속 감소했다. 2021년 중국의 혼인신고 부부 수는 2013년 1347만 쌍보다 43% 감소한 763만 쌍에 그치면서 3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비혼 인구의 경우 가처분소득의 감소가 금 장신구 소비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중국 보석 시장의 꾸준한 성장은 주로 중국의 경제 발전과 평균 가처분 소득의 증가에 기인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중국인의 평균 소득이 감소하고 소비 의욕이 줄어들었다. 주얼리는 특히 소비 단가가 높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영향받을 수 있다.

저우팅은 코로나19 이후 저우다푸의 판매 실적이 급격히 증가했지만, 이는 외부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았으며 어느 정도 우연성이 있기에 장기간 지속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는 앞으로 보석 시장은 품질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며 브랜드 고급화가 필연적인 추세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시 말해 현재 저우다푸가 직면한 문제는 해당 브랜드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 보석 산업의 전반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금값 상승과 결혼인구 감소 등 격변을 겪고 있는 보석 업계에서 저우다푸가 계속 왕좌를 지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고운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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