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이지 않는 슬램덩크 열풍…‘농놀’은 무슨 뜻? [나는야 엔터 상식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K엔터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틸컷. 사진 에스엠지홀딩스

“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 난 지금입니다!”

고교 농구 최강 산왕공고와의 경기 도중 등을 다친 주인공 강백호. 출전을 말리는 안한수 감독에게 강백호는 위와 같은 명대사를 남겼다. 30년 전 연재됐던 농구 만화의 ‘영광의 시대’가 돌아왔다.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슬램덩크’를 원작으로 하는 극장판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연일 극장가를 달구고 있다. 연재 당시 독자였던 30~40대 관객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건 물론이고, 10~20대에서도 ‘슬친자’(‘슬램덩크에 미친 사람’의 줄임말로 영화의 팬을 지칭하는 말)를 양산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지난 11일까지 누적 관객 수 273만명을 기록했다.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중 신카이 마코토의 ‘너의 이름은’(379만명)에 이어 국내 흥행 순위 2위를 달리고 있다. 제임스 캐머런의 대작 ‘아바타: 물의 길’을 제치고 16일 연속 일일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CGV가 아이맥스(IMAX) 상영을 검토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1위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입구 앞에 극장판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 광고가 나오고 있다. 뉴시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열기는 극장 안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지난달 26일 더현대 서울에 마련된 팝업스토어는 문을 열자마자 하루 입장 정원인 800명이 마감됐다. 영화 굿즈를 사려고 전날 새벽부터 기다리며 오픈런(문을 열자마자 입장해 구매하는 행위)을 불사하는 팬도 많았다. 국내판 단행본은 두 달 만에 100만 부가 팔려나갔다. 소셜미디어(SNS)엔 작품 속 배경인 일본 도시 가마쿠라로 ‘성지순례’를 다녀왔다는 글도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영화를 재관람하거나 만화책을 정주행하는 행위 등을 뜻하는 신조어(‘농놀’, ‘농구 놀이’의 줄임말)까지 등장했다.

원작 ‘슬램덩크’는 1990~1996년 일본 만화 잡지 ‘주간 소년 점프’에 연재됐다. 한국엔 1992년 출판사 대원씨아이를 통해 들어왔는데, 당시는 일본 대중문화 개방 이전이라 주인공들의 이름과 학교명 등이 모두 한국어로 번역됐다. 대원씨아이의 편집자였던 장정숙(현재 웹툰스튜디오 레드아이스 대표)씨가 자신의 졸업 앨범을 보며 주인공들의 이름을 구상했고, 그 결과 강백호(사쿠라기 하나미치)·서태웅(루카와 카에데)·채치수(아카기 타케노리)·송태섭(미야기 료타)·정대만(미츠이 히사시) 등 ‘북산고 5인방’의 한글 이름이 탄생했다.

일본 매체도 한국에서의 흥행에 주목하고 있다. 교도통신은 “199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한국인들이 성장해 30~40대가 됐다”며 “이들에게 슬램덩크가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TBS는 “이 같은 문화 교류가 한일 관계를 개선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자타공인 ‘슬친자’가 내는 슬램덩크 문제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