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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지하 둘다 적격" 더 꼬인 GTX-C 창동역…땅파는 돈 누가? [뉴스분석]

중앙일보

입력

 [뉴스분석]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의 도봉 구간(창동역~도봉산역)을 둘러싼 지상·지하화 논란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해당 구간의 지상화와 지하화 모두 적격하다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판정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토교통부가 추진해온 지상화보다는 서울 도봉구와 해당 지역주민들이 요구하는 지하화에 무게가 더 실리게 됐다는 관측도 일부에서 나온다.

 전후 사정은 이렇다. 정부가 지난 2020년 10월 덕정(경기도 양주)과 수원 사이 74.8km를 잇는 'GTX-C노선 기본계획'을 승인할 당시에는 도봉 구간이 지하화로 돼 있었다. 지하에 건설되는 신설구간을 도봉산역~과천역 인근 사이 37.7㎞로 명시한 것이다.

 그런데 그해 말 민자사업자 선정을 위해 국토부가 공개한 '민간투자시설사업 기본계획(RFP)'에선 해당 구간을 지상화해도 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도봉 구간을 지상으로 통과하겠다고 제안해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창동역~도봉산역 구간을 경원선 노선을 따라 지상으로 운영하고, GTX 창동역도 지상에 설치한다는 내용이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창동역은 1호선 승강장이 지상 1층, 4호선이 지상 3층에 있는데 GTX역만 지하 40~50m 깊이에 설치하면 환승 거리와 시간이 상당히 늘어난다”며 “이러한 문제를 고려해서 변경한 것”이라고 밝혔다.

2021년 1월 감사원 앞에서 'GTX-C 노선 도봉 구간 지상화 반대'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021년 1월 감사원 앞에서 'GTX-C 노선 도봉 구간 지상화 반대'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봉구와 지역주민들이 환경오염·소음피해 등을 내세우며 당초 기본계획대로 지하화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 감사원에 해당 사안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고, 지난해 5월부터 실제로 감사가 진행돼 일부 사업 관계자에겐 징계가 요구됐다.

 당시 국토부는 감사원의 권고에 따라 KDI에 해당 구간의 지상·지하화 방안에 대한 적격성 조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가 최근에 나온 것이다. 그런데 둘 중 하나만 적격이 아니라 둘 다 적격으로 나오면서 상황은 오히려 더 꼬이게 됐다.

 주민들이 요구하는 지하화가 적격성까지 갖추면서 정부가 이를 외면하기 더 어려워진 탓이다. 사실 민자사업자가 제안한 대로 도봉 구간을 지상으로 통과하는 게 사업비 절감과 공기 단축에 더 효과적인 건 맞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도봉구와 지역주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하화를 강행할 경우 각종 인허가 절차에서 어려움을 겪는 등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어려울 거란 우려가 나온다. 이렇게 되면 3월 실시협약 체결과 연내 착공이라는 목표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GTX-A노선 지하구간 건설 현장. 연합뉴스

GTX-A노선 지하구간 건설 현장. 연합뉴스

 또 애초 기본계획에서 변경된 중요 사항을 지역 주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책임도 피하긴 어렵다. 이 때문에 정부가 결국 지하화로 방침을 바꾸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지하화로 변경할 경우 추가로 소요되는 사업비, 그리고 늘어나게 될 공사 기간이다. 철도업계에선 지하화로 전환하면 4500억~5000억원가량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자사업자인 현대건설 컨소시엄 측은 만약 지하화로 바꿀 경우 정부 측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국토부가 추가사업비를 지원하려면 기획재정부와의 쉽지 않은 협의 과정이 필요하다. 게다가 지상화 대신 지하화로 바꾸면 설계 기간은 물론 공사 기간도 더 길어지게 돼 완공 역시 늦어질 수밖에 없다. 국토부의 고심이 깊은 이유다.

 안재혁 국토부 수도권광역급행철도과장은“아직 특정 방안을 정한 건 없다”며 “기재부, 현대건설 등과 협의를 통해서 합리적인 방안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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