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일 카펜터. 사진 발리스틱
발리스틱골프는 2019년 미국 아이오아주 모닝선이라는 낭만적인 이름의 도시에서 창립한 신규 골프 용품 브랜드다. 단조 아이언과 웨지를 만드는데, 선이 매우 아름다우면서도 기능이 뛰어나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에서는 어패럴 브랜드도 나왔다. 더 현대 서울에 이어 현대백화점 킨텍스점 등에 오픈했다.
창업자인 카일 카펜터(34)는 아직 젊은데도 미학과 공학을 접목한 수준급의 제품을 만든 골프 용품업계의 떠오르는 스타다. 스코티카메론 등을 잇는, 미국을 대표하는 골프 클럽 명장이 될 재목으로 미국 골프계는 보고 있다. 은둔형으로 인터뷰를 하지 않던 카펜터를 설득해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 발리스틱은 작은 도시에 있다. 이유가 있나.
“어린 시절을 보낸 장소이며, 부모님께 처음 골프를 배운 곳이다. 이곳에서 골프 본연의 가치를 처음 깨달았고 그 신념을 바탕으로 발리스틱골프를 설립했기 때문에 의미 있는 장소라 생각해서 본사를 이곳에 두게 됐다. 클럽 디자인이나 신제품 개발시 가장 많은 영감을 많이 받는 장소이기도 하다. 매주 주말에 아내와 친구들과 함께 골프 코스를 돌며 혼자 스케치하는 시간을 갖는다.”

발리스틱 단조 아이언. 사진 발리스틱
- 골프 클럽 제작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뭔가.
“처음에는 타수를 줄이는 것이 좋아 매일 친구들과 10시간씩 골프를 치면서 보냈다. 그러다 골프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게 됐고, 장비 즉, 클럽에 대해 연구하게 됐다. 세계 최고의 클럽 장인을 꿈꾸며 클럽을 직접 분해해 각도 조절, 헤드 수리 등 피팅도 해보고 여러 합금 재질에 대한 연구 및 기술을 독학했다. 성인이 되어서는 본격적으로 금속공학, 공정, 가공 원리, 디자인 등에 대해 전문 시설에서 배웠다. 실전 경험을 위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회사의 에너지 부문에서 메탈릭(Metallic) 엔지니어로 근무하기도 했다.”
“골프는 발사체 움직임에 대한 과학”
- 발리스틱(탄도학)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골프는 탄도학처럼 비행 중 발사체의 움직임에 대한 과학이라고 생각한다. 디자인과 골프 클럽의 방향성을 고민했을 때, 발리스틱골프라는 이름이 가장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세계 최고의 클럽을 만들겠다는 생각에 10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1289번의 실험과 궤적 연구를 했다. 골프 클럽의 각도, 스윙 궤도, 골프공의 궤적 등을 물리학적으로 계산해 최적의 퍼포먼스를 이끌어낼 수 있는 연구결과를 도출했다.”
- 이름 때문에 기술적으로 강한 느낌이 든다.
“발리스틱은 ‘탄도학 즉, 대륙간 탄도 미사일이나 총알 같은 속도로 발사된 물체의 비행’이라는 브랜드 의미를 담고 있다. 발리스틱골프의 궁극적인 목적은 골프공 즉, 발사체를 정확히 명중시키는 데 필요한 세계 최고의 골프 장비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정확성, 품질, 성능, 미학 등을 최고의 수준을 유지함으로써 세심하게 장비를 제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 아이언이 단순하면서 아름답다. 웨지의 선은 섹시하다는 평가다.
“발리스틱의 슬로건은 ‘단순함은 궁극의 정교함’이다. 나는 심플하고 깔끔한 디자인의 클래식한 클럽을 고수하는 정통주의자다. 기본에 충실하고 정통을 추구하는 게 클럽을 가장 돋보이게 만드는 방법이라고 본다. 가장 오리지널한 클럽의 아름다움과 강력함을 현대 기술과 접목할 때 최고가 된다는 신념이 있다. 디자인의 단순함은 항상 발리스틱이 최우선시하는 가치로, 궁극적으로 제품의 정교함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골프 클럽은 근본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골프공을 가장 세게 타격하면서도 미학적으로도 가장 아름다운 클럽을 만드는 것이 내 목표다. 내 생각에 아직 이런 클럽은 없다. 발리스틱을 통해 가장 강력하고 아름다운 클럽을 선보일 예정이다.”
- 브랜드 철학은 뭔가.
“발리스틱골프는 골프의 본질을 추구하는 브랜드다. 신제품을 매년 출시하지 않을 것이다. 기존 모델에서 다자인만 살짝 바꾼 새 제품을 내놓는 건 결국 자사의 기존 모델을 반박하는 것에 불과하다. 혁신적인 기술이 나올 때만 신제품을 선보이려고 한다. 올해는 퍼터가 나온다.”

발리스틱 웨지. 사진 발리스틱
- 왜 다른 브랜드처럼 아이언 로프트 각도를 낮추고 ‘거리가 많이 나는 클럽’이라고 광고하지 않나.
“골프라는 게임을 기념하고 존중하려면 전통적인 로프트 각도를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타이거 우즈의 7번 아이언은 예전 선수들이 썼던 것처럼 로프트가 36도다. 발리스틱의 아이언 MB 모델도 그렇다. 그러나 팬들이 원한다면 로프트 각도를 낮추는 방법도 고려는 하고 있다.”
- 발리스틱은 일본의 대표적인 수제 브랜드 미우라가 연상된다. 두 브랜드의 차이와 공통점은 뭔가.
“타이거 우즈의 아이언을 만든 미우라는 최고의 외관과 퍼포먼스를 내는 아이언을 생산한다. 나는 골프와 장비 디자인의 전통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미우라의 오리지널리티도 나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나는 미국인이지만 일본 클럽 장인들에게 최고의 클럽을 만들기 위한 영향을 받고 있으며, 이를 동기의 원천으로 여겼다. 스코티 카메론이나 밥 보키 등 미국의 명장들도 각각의 장점과 뛰어난 자질이 있다.”
- 퍼터와 웨지 장인은 많은데 왜 아이언 장인은 적은가.
“아이언은 오차범위가 아주 작다. 아이언 디자인은 클럽 헤드가 골프공, 잔디와 상호작용하는 시간이 매우 짧은 것을 고려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