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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난입해 151명 인간사냥…"자업자득" 말 나온 테러의 땅 [지도를 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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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한 국가의 지방 도시입니다. 어디일까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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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정보를 드리자면,

힌트

소설 『연을 쫓는 아이』 주인공 아미르가 성인이 된 뒤 아버지같았던 라힘 칸을 만나러 간 곳
②내셔널지오그래픽 표지에 실린 초록 눈의 아프간 소녀 샤르바트 굴라가 체포된 장소
③페르시아어로 ‘고지대에 있는 요새’란 의미

[사진제공=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제공=내셔널지오그래픽]

답은 파키스탄 북서부 도시 ‘페샤와르’입니다. 이곳에선 파키스탄 탈레반(TTP), 발루치스탄 해방군(BLA), 이슬람국가(IS) 등 극단주의 세력이 주도하는 테러가 끊이지 않는 곳이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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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현지시간) 페샤와르의 이슬람사원에서 자살폭탄 테러로 1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과거 실크로드가 지나던 요충지이자 고대 왕국의 수도로 번영을 누리던 이곳이 21세기 테러의 장이 된 이유는 뭘까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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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샤와르, 악명 높은 테러의 장

“피와 공포의 날들이 돌아오고 있다.”

1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페샤와르 이슬람사원의 자살폭탄 테러에 대해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렇게 전했습니다. 매체는 “한동안 고요와 평화가 깃들었던 페샤와르에 다시 자살 폭탄 테러가 돌아온 것 같다”했습니다.

원래 페샤와르는 유혈이 낭자한 대규모 테러가 끊이지 않던 곳입니다. 최악의 테러는 2014년 12월 TTP가 저지른 학교 총격 사건입니다. TTP는 육군 부설학교의 문을 부수고 수업 중인 교실에 난입해 “어린이들이 책상 밑에 숨어 있다. 죽여라”고 외친 뒤 한 명 한 명 찾아내 조준 사격하는 방식으로 8시간 동안 ‘인간 사냥’을 이어가는 광기를 부렸죠. 이때 학생과 교사 151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2014년 페샤와르 학교에서 벌어진 총격 테러로 사망한 151명의 교사와 학생의 사진 앞을 한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2014년 페샤와르 학교에서 벌어진 총격 테러로 사망한 151명의 교사와 학생의 사진 앞을 한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2020년엔 페샤와르의 이슬람 학교에서 폭발이 일어나 15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2015년엔 시장 한복판에서 폭탄이 터져 33명이 사망했고, 2013년엔 페샤와르의 교회와 성당에서 자살폭탄 테러로 15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2008년·2010년·2011년·2012년엔 페샤와르 주재 미국 영사관이 공격을 받아 사상자를 냈죠. 노벨평화상을 받은 시민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가 2012년 총에 맞은 곳도 페샤와르 인근의 밍고라 마을이었습니다.

한동안 파키스탄의 테러 뉴스가 잠잠했던 건 파키스탄 정부가 2014년 대테러 전쟁을 선포하고 TTP를 아프가니스탄으로 몰아낸 덕분이었습니다. 지난해 6월 파키스탄 정부와 TTP가 맺은 휴전협정도 한몫했죠. 하지만 지난해 11월 TTP는 정부와의 휴전을 파기하며 파키스탄 전역에 테러를 재개하겠다고 선언했고, 페샤와르에서 그 시작을 알렸습니다.

페샤와르 인근 마을에서 TTP에게 총격을 당했던 파키스탄 시민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AP=연합뉴스

페샤와르 인근 마을에서 TTP에게 총격을 당했던 파키스탄 시민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AP=연합뉴스

유독 페샤와르에 테러 집중된 까닭은

페샤와르에 이슬람 무장세력이 자리잡기 시작한 건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1979~89) 때입니다. 아프가니스탄 다카에서 카이바르 고개만 넘으면 파키스탄 영토인 페샤와르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페샤와르는 아프가니스탄 피란민에게 가장 가까운 피난처였던 셈이죠.

아프가니스탄 피란민이 밀려들어오면서 페샤와르엔 파키스탄 최대 난민촌인 쟈로자이 난민 캠프가 구축됩니다. 터전이 마련되자 피란민뿐 아니라 소련군과 싸우겠다는 이슬람 용병들이 아랍권 각 국가에서 몰려듭니다. 페샤와르는 이들을 위한 군사 훈련 거점이 됩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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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파키스탄 정부는 이곳에 무장 세력이 숨어드는 것을 알고도 묵인합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알카에다와 IS 등이 페샤와르에 은신하는 것을 눈감아줍니다. 같은 해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고 탈레반을 축출했을 때도 탈레반 잔당이 페샤와르에 들어오자 방관하죠. 당시 미국 정부는 “파키스탄이 테러범의 은신처를 제공하고 있다”고 맹비난했지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파키스탄이 제공한 은신처인 페샤와르에서 명맥을 유지해오던 이슬람 무장 세력들은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자 활개를 치며 조직적으로 대규모 테러를 감행하게 됩니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은 정권을 탈환한 뒤 첫 번째 조치로 전국 감옥에서 2300명 이상의 무장 세력을 석방했습니다.

힘을 얻은 무장 세력이 그간 자신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했던 파키스탄 정부를 서방과 공조하는 배교자로 간주하고 무력 투쟁의 대상으로 지목한 건 아이로니컬한 일입니다. 특히 13개의 무장 단체가 결속한 TTP는 파키스탄 정권 전복과 샤리아법을 바탕으로 하는 이슬람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며 극단적인 테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페샤와르 이슬람 사원에서 벌어진 자살폭탄테러로 지붕이 무너져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30일 페샤와르 이슬람 사원에서 벌어진 자살폭탄테러로 지붕이 무너져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파키스탄 정부의 비호와 지원이 없었다면, 이슬람 무장 세력이 지금처럼 세를 불리지 못했을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그래서 일부 언론은 반복되는 테러로 고통받는 파키스탄을 두고 “자업자득”이라 평가합니다.

인도-파키스탄 갈등이 무장세력 키워  

파키스탄 정부가 노골적으로 탈레반을 지원한 건 1989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뒤입니다. 당시 아프가니스탄에서 군벌 간 내전이 벌어졌고, 파키스탄은 종교적·민족적 동질성이 강한 탈레반을 후원한 겁니다.

탈레반을 지원한 가장 큰 이유는 인도 견제입니다. 인도와 앙숙인 파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에 친(親) 인도 성향의 정부가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 탈레반을 밀어줬던 겁니다.

파키스탄탈레반(TTP)의 자살폭탄 테러 이후 파키스탄 보안관리가 현장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EPA=연합뉴스

파키스탄탈레반(TTP)의 자살폭탄 테러 이후 파키스탄 보안관리가 현장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EPA=연합뉴스

인도 언론 더힌두는 “파키스탄 정부는 수년간 ‘좋은 탈레반’을 지원하고 ‘나쁜 탈레반’과는 싸우는 전략을 썼다”면서 “이 정책은 결과적으로 탈레반 세력 자체를 키웠고 파키스탄 정부를 위협하게 만드는 치명적 오류를 저질렀다”고 지적했죠.

파키스탄의 ‘좋은 탈레반, 나쁜 탈레반’ 정책 속엔 이슬람 무장 세력들 간 차이가 있으며 “모든 탈레반이 테러리스트는 아니다”는 주장이 담겼습니다. 특히 파키스탄 정보부(ISI)가 통제할 수 있는 집단을 ‘좋은 탈레반’으로 구분했고, 이들과는 일종의 합의와 화해가 가능하다고 봤습니다. 지난해 TTP와의 휴전 협정도 이런 정책 하에 이뤄졌던 겁니다.

“테러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 필요”

외신들은 파키스탄 정부가 ‘좋은 탈레반’이 누구인지 찾아내려는 노력을 멈춰야 할 때라고 지적합니다. 더컨버세이션은 “테러 세력과의 대화 시도는 효과가 없다는 사실은 이미 자명해졌다”면서 “대화 시도는 테러 세력에게 정당성을 부여하고 인력과 자금을 조달할 시간을 벌어줄 뿐”이라고 강조했죠.

지난달 30일 세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운데 검은색 상의)와 파키스탄 육군 참모총장이 병원을 방문해 자살폭탄테러로 부상당한 경찰관을 만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세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운데 검은색 상의)와 파키스탄 육군 참모총장이 병원을 방문해 자살폭탄테러로 부상당한 경찰관을 만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외교 전문지 디플로매트 역시 “파키스탄 정부는 TTP와 대화를 시도하려는 오랜 접근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면서 “TTP에겐 조국인 파키스탄보다 종교와 민족 공동체인 탈레반과의 관계가 훨씬 중요하다”고 설명합니다. 더 힌두는 “테러리즘과 극단주의에 대해 선별적으로 싸우고 선별적으로 은닉하는 파키스탄의 정책이 득보다 실이 많다”며 “테러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TTP의 배후 세력으로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지목되고 있죠. 콰자 아지프 파키스탄 국방장관은 지난달 31일 의회에서 “TTP는 아프가니탄 탈레반과 함께 미국과 동맹국에 맞서 싸웠다”면서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은 TTP에 빚을 갚아야 하며, TTP가 국경 너머 파키스탄에서 무엇을 하는지 눈감아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디플로매트는 “파키스탄에 대한 TTP의 공격이 계속될 경우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이 전쟁을 벌이는 건 시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파키스탄 테러 조직 소탕을 위해 아프가니스탄과의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파키스탄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과 협력해 테러에 대처한다면 상황이 훨씬 좋게 바뀔 수 있다는 거죠. 마이클 쿠겔만 윌슨센터 남아시아연구소장은 “가장 성공적인 대테러 대응은 진원지를 공략하는 것”이라며 “TTP 지도부가 있는 아프가니스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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