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AI법은 손도 못댄 정치권…'챗GPT' 끌고와 "연설문 써달라"

중앙일보

입력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인공지능(AI) 채팅로봇 ‘챗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를 두고 정치권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9일 충북 충주를 찾아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안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챗GPT 기술을 활용해 민주당이 따라올 수 없는 대국민 소통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뉴스1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9일 충북 충주를 찾아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안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챗GPT 기술을 활용해 민주당이 따라올 수 없는 대국민 소통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뉴스1

국민의힘 당권주자 안철수 의원은 9일 당대표 공약에 ‘챗GPT 활용’를 포함시켰다. “챗GPT 기술을 대국민 소통 서비스에 도입, 당의 민원 창구로 활용하여 쉽고 친절한 대응 서비스를 제공하겠다. 민주당이 따라올 수 없는 스마트 정당으로 만들겠다”는 게 안 의원 구상이다.

같은 날 김동연 경기지사도 SNS에 ‘챗GPT, 지켜보고만 있진 않겠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정책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행정을 하겠다”며 “동시에 그에 따른 일자리 문제 등 사회 문제를 보완하는 정책도 함께 준비하겠다”라고 밝혔다.

지난 7일엔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이 민주당이 추진하는 양곡관리법을 비판하기 위해 챗GPT를 활용했다. 그는 챗GPT에게 “법안의 문제점을 설명해달라”고 물은 뒤, “정부의 부채 증가, 과잉 생산 문제, 시장의 비효율성 초래, 공공의 부패 유발, 농업 경쟁력 저하 등 5가지가 주요 부작용으로 보인다”는 답변을 받아내 보도자료를 냈다.

이날 김영환 충북지사도 챗GPT에게 맡긴 연설문을 SNS에 공개했다. “충남지사 연설문을 작성해 달라”는 김 지사 요구에, 챗GPT는 “좋은 아침입니다. 여러분! 모두가 오늘 환상적인 하루를 보내고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시작되는 600자짜리 한글 연설문을 작성했다.

김영환 충북지사.. 사진 충청북도

김영환 충북지사.. 사진 충청북도

이렇듯 정치권에서 챗GPT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작 국회의 AI 입법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2008년 산업발전을 위해 만든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AI법)은 10년간 큰 변화가 없다. 특히 AI 법제의 핵심 이슈라 할 수 있는 ‘인공지능 윤리’에 대해선 2018년 12월에 로봇 윤리헌장의 근거 조항을 AI법에 추가한 게 전부다. 로봇 윤리헌장은 법적 근거가 생긴 지 5년 동안 아직 제정조차 되지 않았다.

21대 국회에서 AI 관련 법안은 3년간 7건이 발의됐다. 2020년 10월 민형배 의원(무소속)의 ‘인공지능 기술 기본법안’을 포함한 7건의 법안들은 인공지능 윤리를 구축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7건의 법안 가운데 2건은 상정조차 안 됐고, 나머지 법안도 법안소위 문턱조차 넘지 못한 상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뉴스1.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뉴스1.

전문가들은 챗GPT와 같은 AI의 사회적 여파가 작지 않은 만큼,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는 법제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챗GPT는 널려있는 텍스트로 귀납적 추론을 하는 만큼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도구가 될 수 없다”며 “악용과 오용을 막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챗GPT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미라 무라티’도 앞서 지난 5일 미국 타임지 인터뷰에서 “AI는 오용되거나 나쁜 행위자들에 의해 사용될 수 있다”며 “AI를 규제하는 것은 지금도 이르지 않다”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