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단독개원' 단초될까 시끌…'이재명 방탄' 의심산 이 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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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국회 앞에서 열린 간호법안 제정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보건복지의료연대회원들이 관련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전 국회 앞에서 열린 간호법안 제정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보건복지의료연대회원들이 관련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9일 국회 본회의에 간호법·의료법개정안 등 7개 법률을 직회부한 것을 두고 후폭풍이 거세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한 의회 폭거, 입법 독재"라고 비난했고, 대한방사선사협회 등 보건복지의료연대는 1인 시위를 이어갔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당 본회의 직회부 간호법이 뭐길래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0일 현안점검회의에서 "민주당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 같다. 무엇이든 자기들 목적 달성을 위해선 거부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도 이날 성명을 발표했다.

법사위 국민의힘 간사인 정점식 의원은 기자화견에서 "민주당의 '이재명 방탄'을 위한 의회 폭거가 도를 넘었다. 9일 복지위는 법사위에서 논의 중인 법안 7건을 본회의에 직회부하겠다고 의결했다”며 "민주당은 (7개 법률이 법사위에) 회부된 날로부터 60일 이내 심사를 마치지 않았다며 강행 처리했는데, 왜 하필 이 시점에 본회의 직회부를 결정했나”라고 말했다.

정점식 의원은 성명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조정할 필요가 있는 법안들을 이렇게 직회부하는 것은 국회의 존재 의의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대통령께서 거부권 행사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간호법안은 2005년부터 추진돼 온 해묵은 이슈이다. 2005년 열린우리당 김선미 의원, 한나라당 박찬숙 의원이, 2019년에는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 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각각 발의했지만 제대로 진도를 내지 못하고 폐기됐다.

2021년 3월 민주당 김민석 의원,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이 각각 발의했고, 지난해 5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3개 법안을 합쳐 '위원회 대안'을 만들어 통과시켰다. 이후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돼 계류돼 있었고, 이번에 법사위를 점프해 본회의로 직회부하기로 결정했다. 국회 보건복지위가 법사위에 보낸 지 60일 지난 법안들이다. 직회부 30일 이후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로 회부 여부를 결정하고,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투표로 의결한다.

9일 오전 국회 앞에서 열린 간호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대한간호협회원들이 관련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연합뉴스

9일 오전 국회 앞에서 열린 간호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대한간호협회원들이 관련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연합뉴스

간호법안은 내용만 뜯어보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듯한 법안이다. 의료법·보건의료인력지원법 등에서 거의 그대로 옮겨온 것들이 대부분이다. 제5장(간호사 등의 권리 및 처우 개선 등)은 지금까지 못 보던 것이다. 국가와 지자체가 간호사 확보, 근무 환경과 처우 개선을 위해 병원에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담았다. 또 간호사의 권리, 책무, 인권침해 금지, 일가정 양립지원, 교육전담간호사 배치 등이 들어있다.

법안 조항 중 논란이 될만한 게 별로 없다. 기를 쓰고 통과시킬 만한 것도 아니지만, 기를 쓰고 반대할 만한 것도 아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내용을 보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간호사의 업무 범위는 향후 분란의 소지가 있다. 김민석 의원의 법안에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규정했고, 서정숙 의원 안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지도하에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서정숙 의원 안)라고 담았다. 이 조항이 간호사의 '단독 개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거센 반발에 부닥쳤다. 법안 논의 과정에서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바뀌었다. 본회의 직회부 법안에도 그대로 유지됐다. 이 조항은 지금의 의료법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이와 관련,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최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의료기관 개설을 담은 법률이 의료법이고, 거기에 간호사에게는 개설권이 없다. 그런데 간호법안을 내니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는 것이 아니냐'고 뒤집어씌운다. 앞으로 간호법에 개설권이 생기겠느냐"고 말했다.

신 회장 말대로 간호법안 어디를 봐도 간호사 단독 개업 관련 조항이 없다. 하지만 의사협회는 '앞으로 방문간호센터를 독자적으로 운영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낸다. 심지어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간호법안을 일단 만들어놓고 나중에 방문간호 단독 개원 시스템으로 가려는 게 간호법의 목적으로 보인다. 그게(단독 개원) 필요할지 모르겠다. 한 번도 논의해본 적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의심이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게 아니다. 일부 전문가는 "초고령화 시대에 돌봄을 활성화하려면 방문간호 단독 개업도 고려할 때가 됐다"고 말한다. 그리하려면 의료법을 고치기보다 간호법을 개정하는 게 수월할 수 있다.

한국 의료는 의료법 중심의 일원주의를 유지하고 있다. 이 법률에 거의 모든 게 담겨 있다. 만약 간호법이 최종 통과하면 이 기조가 깨진다. 앞으로 한의사법 등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의사협회는 9일 성명에서 "그간 특정 직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간호법안의 제정은 의료법 체계 아래에서 상호 유기적으로 기능해 온 대한민국 의료체계를 뿌리부터 붕괴시켜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중대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심각한 문제점을 지속해서 지적하면서 국회에 해당 법안의 폐기를 요구해 왔다"고 밝혔다. 보건복지의료연대 소속 조영기 대한방사선사협회장은 10일 "간호법안은 특정 직역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의료법 체계 아래에서 상호 유기적으로 기능해 온 대한민국 의료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주장했다. 보건복지의료연대는 간호법을 저지하려는 13개 단체로 구성돼 있다.

보건복지부는 반대 입장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9일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간호법은 의료법 체계를 완전히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 더 협의했으면 한다"라고 완곡하게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간호법이 의료 분야의 직역 간 갈등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간호법이 민생법안도 아닌데, 민주당이 본회의로 직회부를 결정한 걸 보면 정치적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간호사법 직회부로 인해 의료계와 업무 협의가 잘 되지 않을 것을 걱정한다. 비대면 진료 도입, 의대 정원 확대, 필수의료 확대 등의 논의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간호법 제정은 이재명 대표의 대선 공약이다. 약속을 이행한다는 걸 이번에 분명히 보여줬다"고 말한다. 다른 관계자는 "간호사를 제외한 다른 직역들이 반대한다. 만약 표를 생각한다면 직회부를 안 하는 게 나았을 것"이라며 "법사위에서 간호법안을 8개월 넘게, 의료법 개정안은 2년 넘게 깔아뭉갰다. 다수 의석 정당이 이런 걸 안 하니 무능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이번에 법사위 계류 60일 넘은 법률을 일괄적으로 처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간호와 돌봄을 바꾸는 시민행동'의 박시영 활동가는 10일 성명서에서 "코로나19의 재난적 의료위기 상황에서 환자 생명과 안전을 지킨 영웅들(간호사)이 또 한 번 기적을 이뤘다"며 "의사의 진료 보조라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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