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예비경선 희비 엇갈려
![국민의힘 당대표 본경선에 진출한 황교안·천하람·안철수·김기현 후보(왼쪽부터)가 10일 국회에서 공정 경쟁 서약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2302/11/3eb2fa2e-a306-4962-a10d-0dc2d9f406a2.jpg)
국민의힘 당대표 본경선에 진출한 황교안·천하람·안철수·김기현 후보(왼쪽부터)가 10일 국회에서 공정 경쟁 서약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발표된 3·8 국민의힘 전당대회 예비경선(컷오프) 결과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친윤계 약세, 이준석계 약진’이었다. 특히 최고위원 컷오프에서 계파별 희비가 뚜렷하게 교차했다. 탈락한 박성중·이만희·이용 의원은 ‘윤심’을 앞세운 강성 친윤계 현역 의원들이었다. 더욱이 박성중(서울 서초을)·이만희(경북 영천청도) 의원은 각각 수도권(선거인단 비율 약 37%)과 대구·경북(약 21%)에 기반을 두고 있는 만큼 내심 지역 표심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하고 있던 터였다. 이용 의원도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 수행팀장을 맡아 핵심 친윤계로 분류됐다.
이 같은 친윤계의 대거 낙방에 대해 당 안팎에선 윤심 논란이 커진 데 대한 역풍이란 평가가 나온다. 친윤계 후보들은 “선거는 결국 조직력 싸움”이라며 현역 의원들과 원외 당협위원장들을 대거 포섭하는 전략을 썼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나경원 전 의원 불출마 압박 등에서 보여온 친윤계의 거친 모습에 친윤계 견제 심리가 작동한 것 같다”며 “책임당원이 80만 명 이상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조직 선거도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이준석계 후보 4인방’은 모두 본경선에 진출했다. 당대표 컷오프를 통과한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을 비롯해 최고위원 본경선에 오른 허은아 의원과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 청년최고위원 본경선에 나서는 이기인 경기도의원 등이다. 이들 이준석계 패키지 후보 4인방은 이날 컷오프 통과 후 ‘4인 공동선언문’도 발표했다. 이들은 “저희는 이번 전당대회가 극단적인 형태의 줄 세우기 등 구태로 치러지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꼭 승리해 새로운 정치 문화를 당에 깃들게 하겠다”며 선전을 다짐했다. 이 전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개혁 후보 네 명 전원 본선 진출. 이제 오늘부터 꿈★은 이루어진다”는 글을 올리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다만 당내에선 이날 최고위원 컷오프를 통과한 조수진·태영호 의원과 김재원 전 최고위원, 김병민 전 비대위원, 민영삼 원장 등이 ‘범친윤계’로 분류되는 만큼 본경선에서는 여전히 ‘윤심’이 중요하게 작동할 것이란 관측도 만만찮다. 친윤계 핵심 의원은 “컷오프는 어차피 누군가 밀려나는 경쟁 아니냐. 우리는 후보가 많았고 반면 이준석계는 최고위원 후보 2명에게만 화력을 집중해 통과시킨 것”이라며 “하지만 윤심 타이틀을 붙인 우리 쪽 후보도 5명이나 통과하지 않았느냐. 청년최고위원 선거도 장예찬 후보가 압도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당내에선 3·8 전대 이후 새롭게 구성될 당 지도부에 당대표 외에 최고위원 4명과 청년최고위원 1명이 포함되는 구조 속에서 친윤계와 비윤계가 최고위원 자리를 얼마나 차지할지가 당대표 결과 못지않게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란 분석도 적잖다. 만약 이준석계가 최고위원 2~3자리를 차지할 경우 당내 비주류로 자리를 굳히면서 내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란 점에서다.
그런 가운데 당대표 본경선에 오른 후보들도 이날 본격 레이스에 나섰다. 친윤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김기현 의원은 밑바닥 당심부터 훑겠다는 전략이다. 11일 경기도 용인에서 열리는 보수 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데 이어 12일엔 경남 사천→남해→하동→창원을 돌며 정치적 기반인 부울경 표심을 다질 예정이다. 최근 두 차례 만난 나경원 전 의원과는 ‘김·나(김기현·나경원) 연대’를 공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연히 1등을 할 거라고 확신한다”며 “다만 동맹국인 튀르키예에서 큰 재난이 발생한 만큼 캠프 차원에서 홍보·선전 활동을 최대한 자제하며 차분히 경선을 치를 생각”이라고 말했다.
예비경선 막판 윤심 논란에 주춤했던 안철수 의원은 정책·비전에 초점을 맞추는 본선 전략을 짰다. ‘총선을 승리로 이끄는 대표’를 부각하겠다는 계획이다. 안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외연 확장으로 총선 승리를 이끌고 당원이 자랑스러워할 당당한 대표에는 안철수가 적임자”라며 “지금부터가 진검승부의 시작”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안 의원은 이번 주말 서울·경기 지역을 다니며 ‘수도권 대표론’을 부각할 예정이다. 11일엔 이재명 민주당 대표 지역구(인천 계양을)에서 당원을 만난다. 안 의원 측은 “대야 전선에 최적화된 후보라는 점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이날 두 캠프는 “우리가 예비경선에서 1등을 했다”며 신경전도 벌였다. 컷오프 결과는 통과자만 발표될 뿐 순위와 득표율은 공개되지 않는다. 하지만 “김 의원이 안 의원을 10%포인트 이상 앞섰다고 들었다”거나 “안 의원이 40% 중반대 지지율을 얻으며 1위를 했다는 말이 있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 종일 당내에서 떠돌았다.
천 위원장과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득표력도 변수다. 천 위원장은 친윤계를 비판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고 황 전 대표는 전통 보수 표심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두 후보가 선전할수록 1차 투표(3월 4~7일)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못하고 결선 투표(3월 10~11일)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