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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투쟁’ 이재명호 ‘방 안의 코끼리’ 벗어나야 부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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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6호 05면

[여의도 톺아보기] 민주당 지지율 20%대로 하락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지난 9일 오후 국회에서 검찰의 대장동 불법 대출 봐주기 수사 의혹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지난 9일 오후 국회에서 검찰의 대장동 불법 대출 봐주기 수사 의혹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전방위 대여 투쟁’에 나섰다. 지난 4일엔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 이후 6년 만에 대규모 장외 집회에 나선 데 이어 지난 8일엔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책임을 물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강행 처리했다. 검찰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검수완박2’ 법안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대선 패배 이후 ‘닥치고 투쟁’ 중인 민주당에 대한 민심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윤석열 정부의 크고 작은 실정에도 반사이익을 전혀 누리지 못한 채 지지율이 정체·하락하고 있다. 최근 전국지표조사(1월 30일~2월 1일)에선 민주당 지지도(29%)가 20%대로 추락하면서 국민의힘(36%)과의 격차도 오차범위를 넘어섰다.

민주당에 대한 호감도 또한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지난해 8월 이재명 대표 체제 출범 후 최근까지 30%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이 대표의 직무 수행 평가도 기대 이하다. JTBC 신년 여론조사 결과 이 대표가 직무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37.9%에 불과했다. 지난 대선 때 득표율(47.8%)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이 대표에게 실망한 지지층이 이탈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반면 ‘이 대표에게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응답은 62.6%에 달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런 여론조사 결과가 함축하고 있는 건 현재 민주당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메시지다. ‘30년 집권’을 부르짖던 민주당이 5년 만에 정권을 잃었다는 것만으로도 지금 민주당은 ‘어둠의 시간’에 빠져 있는 게 현실임에도 깊이 반성하고 성찰하긴커녕 오로지 대여 투쟁에만 매몰돼 있는 모습에 민심이 박한 평가를 내리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뭐가 문제고 어떻게 변화를 꾀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에 도취돼 현실에 안주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 대표는 대선 패배 직후 재보궐선거로 여의도에 입성한 뒤 곧이어 당대표로 선출됐다. 이처럼 이례적인 일이 벌어진 기저에는 24만 표의 ‘초박빙 패배’가 자리 잡고 있다. 이로 인해 ‘이재명=성공한 대선후보’라는 방어 논리가 지배하면서 왜 정권을 빼앗겼는지에 통렬한 자기반성은 사라진 채 이재명 방탄과 투쟁에만 집중하게 됐고 결국 이게 민주당 지지율 정체와 하락의 서곡이 됐다.

민심과 동떨어진 프레임에 매몰돼 있다는 비판도 적잖다. 민주당은 이 대표 검찰 수사에 대해 ‘정치 보복, 야당 탄압’ 프레임을 들고나왔다. 하지만 대장동 특혜와 성남FC 후원금, 대북 송금 등 이 대표와 연루된 각종 의혹은 당과는 관련이 없는 것들이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발생한 지역 토착 비리 사건일 뿐이다. 그럼에도 이 대표 개인 비리 의혹에 맞서 당 전체가 방탄에 나서다 보니 ‘정치 보복’ 프레임이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악성 팬덤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정당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열성 지지층 확보에 힘을 쏟기 마련이다. 그러나 서로 혐오하고, 좌표를 찍고, 문자 폭탄을 보내고 욕설하는, 맹목적 강성 지지층인 악성 팬덤은 결국엔 짐만 될 뿐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은 그동안 문재인 팬덤(대깨문), 이재명 팬덤(개딸)과 같은 강성 지지층에 끌려다니면서 중도의 민심을 잃었다는 비판을 뼈아프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민주당이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회복하고 ‘부활의 길’을 걷기 위해선 어떤 노력과 처방이 필요할까. 첫째, 누구나 알고 있지만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방 안의 코끼리’에서 벗어나 ‘민주당다움’을 회복해야 한다.

지금 민주당은 ‘내로남불, 방탄, 투쟁, 사당화, 입법 독재, 악성 팬덤, 586 운동권 정당’ 등 부정적 이미지가 지배하고 있다. 이를 탈피하려면 가치의 대전환이 필수다. 특히 반성·민주·민생·책임·실용·서민·도덕의 가치로 거듭나는 게 급선무다. 말로만 김대중 정신과 노무현 정신을 앞세우지 말고 그 정신이 진정 살아 숨쉬는 정당임을 입증해 보여야 한다. 그래야 민심의 눈높이에 맞는 정당, 실력과 성과로 인정받는 대안 정당, 나의 삶을 책임지는 민생 정당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그동안 진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진보 참회록’을 쓰는 것도 이런 대전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둘째, 민주당만의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 프레임이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인식의 틀이다. 조지 레이코프는 『프레임 전쟁: 보수에 맞서는 진보의 성공 전략』에서 미국의 진보 세력이 선거에서 번번이 패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주장을 설파할 프레임을 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젠 민주당도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하는 정치 보복 프레임을 과감히 걷어내고 가치와 도덕성을 중심으로 프레임을 재정비할 때다. 중도층까지 폭넓게 공감할 수 있는 세대교체와 정치개혁 이슈에 앞장서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것이다.

셋째, 양식 있고 깨어 있는 민주당원들이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원내 제1당의 이점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민심을 얻지 못하고 있는 당 지도부와 현역 의원들에게도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이 대표의 3차 검찰 출석 이후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할 개연성이 크다. 기소될 경우 당내에선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도록 한 당헌 80조를 둘러싸고 친명계와 비명계의 논쟁이 가열될 것이다. 여론은 이 대표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지난달 22~23일 YTN·엠브레인퍼블릭 조사에선 63.8%가 ‘검찰 기소 시 이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재 민주당을 흔드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 기소 이후에도 지지율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 채 당 지지율이 25% 밑으로 떨어지고 국민의힘 지지율과도 10%포인트 이상 벌어질 경우 ‘포스트 이재명’ 담론이 힘을 얻게 될 공산이 크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새로운 길로 가기 위한 ‘플랜B’가 작동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김형준 명지대 특임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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