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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낡은 규제에 묶인 ‘세계 3위 AI 국가’의 꿈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26호 30면

두 달 만에 1억명 돌파 챗GPT발 AI 충격

반도체처럼 AI도 벤처 생태계가 경쟁력

1년 넘게 공전 중인 차등의결권 풀어야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가 참여한 미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오픈AI의 ‘챗GPT’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챗GPT는 오픈AI가 지난해 11월 말 출시한 생성 AI 최신 모델이다. 생성 AI는 글이나 문장, 이미지 같은 기존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콘텐트를 만들 수 있다. 머신 러닝(기계학습)으로 인간의 언어와 지식을 습득해 대화(chat)하듯 답을 준다. 챗GPT는 출시 두 달 만에 월간 이용자 수 1억 명을 돌파했다.

실력도 뛰어나다. 미국 변호사 자격시험과 의사 면허 시험까지 통과했다. 논문도 쓰고 프로그램 코딩까지 할 수 있다니 놀랍다.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생각했던 예술과 창작 분야에서도 AI 바람이 거세다. 오픈AI의 이미지 생성 AI인 달리(DALL-E)는 그럴듯한 그림을 그리고, 구글의 뮤직LM은 원하는 음악을 만들어준다. 이미 동영상 생성 AI도 나와 있어 대본만 주면 AI가 영화나 드라마를 만드는 시대도 머지않았다고 한다.

뉴욕타임스는 챗GPT와 같은 AI의 등장에 대해 “마치 인터넷 태동기 같다”고 보도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도 “AI 기술은 인터넷이나 개인용 컴퓨터(PC)의 첫 등장만큼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고 평가했다.

검색 시장부터 달라질 것이다. ‘정보의 민주화’를 가져온 이제까지의 웹 검색을 넘어 앞으로는 AI의 정보 재가공을 기반으로 통찰력 있는 답변을 얻는 시대가 올 것이다. 키워드 중심이던 검색 시장의 패러다임은 대화형 검색과 이미지 검색으로 빠르게 바뀔 전망이다. ‘검색의 제왕’ 구글이 대화형 AI 서비스 출시를 선언하고, MS가 챗GPT와 결합한 새로운 검색엔진 ‘빙’을 내놓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국가와 기업, 개인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AI는 일자리에도 충격이 예상된다. 챗GPT가 보여주듯이 생성 AI는 방대한 문서를 습득하고 요약하며,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내용을 만드는 능력이 뛰어나다. 빌 게이츠는 “사무직 일자리 손실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AI를 활용해 AI보다 한 발짝이라도 더 나아가려는 노력 없이는 어떤 사무직 일자리도 안전할 수 없다. 그렇다고 너무 두려워할 일도 아니다. AI 시대엔 ‘어떤 질문을 하느냐’가 더 중요해진다. 질문 능력과 내공을 키우면 AI 시대를 버텨내는 힘이 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광주에서 대한민국을 세계 3위 AI 국가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담은 ‘광주 AI 선언’을 발표했다. AI 시장 규모는 매년 급성장해 2030년쯤엔 2000조원의 거대시장을 형성할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 선점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기업 환경이다. 기업이 마음껏 창의성을 발휘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AI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걸림돌이 없어야 한다. 개인정보를 지나치게 규제하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수도권 규제와 대학 규제가 인재 양성의 발목을 잡는 일도 없어야 한다. AI·빅데이터 분야 대학원에 지원자는 몰리지만 이런저런 규제 탓에 정원을 못 늘리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이기려면 다양한 강소기업이 참여하는 반도체 생태계가 중요하듯이 AI 역시 몇몇 IT 대기업만으로는 부족하다. AI와 데이터를 잘 아는 스타트업과의 협업이 필요하다. 벤처업계의 숙원인 복수의결권(차등의결권) 도입을 허용하는 정부 법안이 1년 넘게 국회 법사위를 넘지 못하고 있다. 세계 3위 AI 국가의 꿈이 이루어지려면 이런 규제 본색부터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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