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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억중 100억 北송금…의문 풀 김성태 '금고지기' 11일 온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태국에서 압송되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금고지기’ 김모씨의 입국 시점이 11일 오전으로 확정됐다. 쌍방울그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유착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법조계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5년 이상 쌍방울그룹의 재경총괄본부장을 역임해 온 김씨는 일찍이 대북송금 의혹 등과 관련한 그룹의 자금흐름을 밝힐 키맨으로 지목돼 왔다.

검찰은 지난 3일 김 전 회장을 일단 기소하면서 여러 개의 1인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해 6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적용하고 이 중 최소 800만 달러(약 100억원)를 북한에 준 것으로 보고있지만 정확한 자금의 흐름을 규명하지는 못한 상태다.

김성태 측, “北자금 갚기 위해 돌려막기”

해외 도피생활 중 태국에서 체포된 쌍방울 그룹의 실소유주 김성태 전 회장이 지난달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압송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 계열사와 쌍방울 직원 명의로 세워진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 대북송금용으로 쓴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해외 도피생활 중 태국에서 체포된 쌍방울 그룹의 실소유주 김성태 전 회장이 지난달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압송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 계열사와 쌍방울 직원 명의로 세워진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 대북송금용으로 쓴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10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회장은 북한에 송금한 100억원대의 자금 대부분을 페이퍼컴퍼니의 차입금으로 충당했다고 진술했다. 쌍방울·KH그룹 계열사와 제2금융권 등에서 고금리로 빌린 돈을 북한에 주고 그 원리금을 변제하기 위해 각 페이퍼컴퍼니의 자금으로 돌려막으면서 횡령 혐의를 받는 액수가 연쇄적으로 늘었다는 게 김 전 회장 측의 주장이다. 

실제로 김 전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동원한 페이퍼컴퍼니의 재무제표에는 다양한 출처의 자금이 등장한다. 김 전 회장이 직원 명의로 설립한 오목대홀딩스의 경우 2019년 말 기준 KH그룹 계열사인 ㈜와이케이파트너스로부터 38억원(이자율 7.5%), 제2금융권인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으로부터 90억원(이자율 15.2%) 등 총 153억원을 빌렸다.

김 전 회장은 자신이 실소유한 베스트마스터 1호투자조합과 친동생인 쌍방울 부회장 김모씨 등의 쌍방울 계열사 지분(나노스 주식 395만주)을 담보로 제공하는 등 자금 마련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였다. 2019~2021년 또다른 비자금 저수지로 불린 칼라스홀딩스, 착한이인베스트, 희호컴퍼니, 고구려37 등에서도 비슷한 공정이 이뤄졌다. 검찰은 이렇게 마련된 635억원의 비자금이 대북송금과 변제금 용도 등으로 쓰인 것을 파악하고 공소장에 담았다.

 ‘김성태 페이퍼컴퍼니’ 대북송금 개요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성태 페이퍼컴퍼니’ 대북송금 개요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7억, 2억, 2800만원…아태협에 아낌없이 지원

검찰은 김씨를 상대로 이 전 과정이 오로지 대북송금 자금 마련을 위해서만 진행된 것인지, 대북송금 액수는 지금까지 진술한 ‘800만 달러+α’가 전부인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돈의 종착지가 또 있을 수 있다는 게 검찰의 의심이다. 영수증이 확보된 800만 달러 외에도 김 전 회장이 북측에 전달했다는 돈의 액수가 조금씩 늘고 있는 데다 그간 쌍방울이 경기도 대북사업의 수행자가 되기 위해 들어간 부대 비용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북측에 건넨 돈의 세탁 경로도 검찰이 확인해야 할 지점이다. 검찰은 이미 쌍방울그룹이 일부 자금을 경기도와 북한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했던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를 통해 북측에 건넸다는 점을 확인했다. 안부수 아태협 회장은 2018년 12월 쌍방울로부터 총 7억원의 자금을 수령했다. 이중 7만달러를 직접 평양에 가 김영철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안 회장은 2019년 1월 중국 심양에서 쌍방울과 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경제협력 관련 합의서를 작성할 때도 14만5040 달러와 180만 위안(약 3억3000만원)을 송명철 조선아태위 부실장에게 전달했는데, 쌍방울은 이때도 자금을 마련해주고 직원들을 시켜 돈을 밀반출 하도록 조직적으로 도왔다. 쌍방울은 또 아태협이 경기도의 ‘북한 묘목 지원사업’ 등을 추진하던 2018년 10월 2억원, 2018년 12월 7억원, 2019년 2월 2800만원 등을 아태협에 제공했다. 김 전 회장의 지인은 “김 전 회장이 총액과 용처는 기억하겠지만 구체적인 조성 방법까지 진술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검찰 입장에선 김 전 회장의 모든 혐의 입증에 김씨의 진술이 절실한 증거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단둥에서 북한에 지원할 묘목을 보고 있는 (왼쪽부터) 안부수 아태협회장,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왼쪽 3번째는 안부수 회장과 북한 대남공작기관인 국가보위성 소속 이호남을 이어준 조선족 박모씨. 사진 독자제공

중국 단둥에서 북한에 지원할 묘목을 보고 있는 (왼쪽부터) 안부수 아태협회장,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왼쪽 3번째는 안부수 회장과 북한 대남공작기관인 국가보위성 소속 이호남을 이어준 조선족 박모씨. 사진 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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