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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시티 일대 6배 강풍의 실체…태풍 만난 빌딩풍 '공포 위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0년 9월 7일 제10호 태풍 하이선 (HAISHEN)이 북상한 오전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레지던스 호텔 유리 외벽이 강풍으로 날아온 각종 물품에 부딪혀 유리창이 깨져있다. [뉴스1]

2020년 9월 7일 제10호 태풍 하이선 (HAISHEN)이 북상한 오전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레지던스 호텔 유리 외벽이 강풍으로 날아온 각종 물품에 부딪혀 유리창이 깨져있다. [뉴스1]

부산의 마천루로 불리는 엘시티 일대가 태풍이 불 때 내륙과 비교해 최대 6배 이상 강한 바람이 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운대구 엘시티 일대는 그동안 바람이 고층건물에 부딪히거나 건물 사이로 지날 때 더욱 강해지는 ‘빌딩풍’ 현상을 보였던 곳인데 실제 빌딩풍 강도나 피해 추정 수치가 과학적으로 분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시는 해운대 일대 빌딩풍을 연구한 ‘빌딩풍 위험도 분석 및 예방대응 기술개발 사업’이 사실상 마무리 됐다고 10일 밝혔다. 부산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권순철 연구팀은 2020년부터 행정안전부의 ‘지역 맞춤형 재난 안전 문제 해결 기술개발 사업’에 선정돼 해운대 엘시티 구역과 마린시티 구역을 대상으로 빌딩풍의 강도와 그 움직임을 파악해 왔다.

연구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까지 실측 데이터를 통해 빌딩풍의 발생 환경을 확인하고 그 위험도를 분석했다. 앞서 권 연구팀은 지난해 1~11월 엘시티와 마린시티에 각 5곳씩 자동기상관측장비를 설치해 풍속을 쟀다. 엘시티 구역에선 달맞이길 시작점, 마린시티 구역에선 우신골드메르시아 앞 마린시티3로 교차로에서 가장 강한 바람이 불었다. 달맞이길 시작점은 1분 평균 최대 풍속이 초속 41.97m, 마린시티3로 교차로는 초속 25.49m 나타났다.

빌딩풍 종류. 사진 부산대

빌딩풍 종류. 사진 부산대

연구팀은 엘시티 구역의 달맞이 시작점은 바다에서 불어온 바람이 엘시티와 부딪히며 생긴 박리류(건물을 비켜 나간 바람)와 하강풍이 합쳐지면서 빠른 바람이 만들어진 것으로 판단했다. 달맞이길 시작점은 엘시티의 측면부이자 해안가를 기준으로 후면부에 있다. 또 엘시티 건물 뒤쪽에는 바람이 소용돌이치는 와류풍이 형성돼 풍속이 1.5배 빨라졌다.

마린시티3로 교차로는 고층빌딩 사이로 들어온 해풍이 빌딩 사이를 지나며 골자기풍이 형성돼 풍속이 높게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와 난마돌이 상륙했을 때 두 지역의 바람은 내륙보다 훨씬 강했다. 힌남노 때 엘시티 구역 현대 아쿠아펠리스 앞에서는 3초간 최대풍속 초속 62.4m, 난마돌 때 마린시티 구역 풍원장 앞에서는 3초간 초속 49.76m가 관측되기도 했다. 내륙과 비교하면 아쿠아펠리스 앞 풍속은 6배 정도, 풍원장 앞은 5배 강한 바람이 분 것이다. 초속 50m 이상이면 지나가는 차도 뒤집힐 수 있는 강도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영국 런던의 스트라타 빌딩. 풍력터빈이 설치돼 빌딩풍을 줄임과 동시에 에너지를 생산하는 환경친화적 빌딩이다. 오른쪽이 풍력터빈. 사진 해운대구

영국 런던의 스트라타 빌딩. 풍력터빈이 설치돼 빌딩풍을 줄임과 동시에 에너지를 생산하는 환경친화적 빌딩이다. 오른쪽이 풍력터빈. 사진 해운대구

실제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1월 27에는 엘시티 랜드마크타워동 63층과 64층 사이 유리창이 깨져 주변 도로에 15㎝가량 크기 유리 조각이 떨어지기도 했다. 당시 유리창 파손 원인이 강풍으로 추정됐다. 이날 부산은 대표 관측지점 기준 순간최대풍속 초속 19.2m의 강풍이 불었다. 해운대 지역은 순간최대풍속 초속 11m가 관측됐다.

연구팀은 이런 빌딩풍에 대한 대안으로 ▷예·경보 시스템 구축 ▷방풍 펜스 설치 ▷빌딩풍 환경영향평가를 반영한 건축심의 절차 구축 등을 제안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번 사업을 통해 빌딩풍이 수치로 확인됐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예·경보 시스템 구축이나 방풍펜스 설치 등 여러 가지 대안도 제시됐다”며 “하지만 이것을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추가 연구개발과 함께 여론 수렴 등도 해야 해 실질적인 대안 마련까지는 앞으로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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