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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은 우리가 어디서 왔고, 왜 존재하는 지 알려준 사람"[BO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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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사도들
최재천 지음
다윈포럼 기획
사이언스북스

찰스 다윈(1809~1882)이 태어난 지 214년이, 『종의 기원』(1859)이 나온 지 164년이 흘렀다. 다윈이 내놓은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 이론’은 당시엔 가치전복적이고 혁명적이었다. 생물 종의 다양성과 생명체의 정교함의 근원을 파헤치며 생명과 종의 기원, 그리고 진화에 대한 인류의 생각을 뿌리째 바꿨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문적으로 긴 생명도 자랑한다.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로 한국에서 생태학·진화생물학을 개척하고 ‘통섭’ 개념을 정착시킨 지은이는 다윈의 이론을 발전시킨 전 세계 학자 12명을 만나 대담했다. 예수의 제자를 ‘사도’로 칭하듯 지은이는 12명의 다윈주의자를 ‘다윈의 사도’라고 불렀다.

지은이가 이들은 만난 것은 다윈 탄생 200주년을 맞은 2009년. 그래서 다윈에 대한 생각을 묻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이 책에 쓴 내용이 ‘사도’ 개개인의 발언·생각과 일치하는지 등을 확인하며 10년이 훌쩍 지나 이제야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 학자 세계의 시간은 물리학적 법칙이 달리 적용되는 모양이다.

12명의 면면을 살펴보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하나는 다윈주의를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학자들이 세계 곳곳에서 그 폭과 깊이를 확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 하나는 진화론적 통찰이 자연과학부터 철학은 물론 경제학까지 학문 세계 전반에 걸쳐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진화론이 생물학에 머물지 않고 다방면에 걸쳐 영향을 끼치면서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피터 그랜트 로즈메리 그랜트 부부와 만난 저자 최재천 교수. [사진 사이언스북스]

피터 그랜트 로즈메리 그랜트 부부와 만난 저자 최재천 교수. [사진 사이언스북스]

영국 출신인 피터와 로즈메리 그랜트 부부는 다윈이 진화론의 힌트를 얻었던 남태평양의 외로운 섬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50년 가까지 다윈 핀치라는 새를 연구했다. 이를 통해 자연 선택을 통한 진화와 적자생존을 통한 종의 분화, 그리고 생물 다양성 확대 현상을 확인하고 다윈주의를 실험적으로 증명했다.

피터는 캐나다에서 동물학으로, 로즈메리는 스웨덴에서 진화생물학으로 각각 박사 학위를 받았다. 다윈 사상의 의미를 묻자 피터는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를 말해준다”고, 로즈메리는 “사람과 질병에 대해 많은 것을 설명해준다. 제초제에 왜 내성이 생기는 것까지”라고 각각 답했다. 같은 곳에서 같은 연구를 한 부부의 대답이 철학적‧실용적으로 나뉘는 느낌이다. 다윈주의의 넓은 폭을 상징하는 듯하다.

다윈의 진화론은 자연 선택과 성 선택이 두 기둥이다. 과학 사학자‧철학자인 헬레나 크로닌은 성 선택 개념의 형성과 발전의 역사를 정리했다. 런던정경대(LSE)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자연에선 생존에 유리한 자연선택뿐 아니라 번식에 유리한 성 선택도 이뤄진다는 것을 밝힌 저서 『개미와 공작』으로 한국에도 알려졌다. 크로닌은 “다윈은 인간 진보를 상징한다”며 “다윈주의는 과학의 절정일 뿐 아니라 계몽주의의 핵심 유산”이라고 평가했다.

인간의 인지와 언어를 연구하는 진화심리학자 스티븐 핑커는 미 하버드대에서 실험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MIT 뇌 및 인지과학과 교수를 거쳐 하버드대에서 가르치고 있다. 그는 다윈을 “무생물과 생물의 간극을 이어준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리처드 도킨스의 자택에서 그와 최재천 교수가 대담하는 모습. [사진 사이언스북스]

리처드 도킨스의 자택에서 그와 최재천 교수가 대담하는 모습. [사진 사이언스북스]

유전학 관점에서 다윈주의를 재해석하고 발전시킨 유명 과학저술가 리처드 도킨스는 다윈을 “‘우리가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답을 제공한 사람”으로 평가했다. 지구상의 생물이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로 이렇게 발전했다고 설명해준 사람이 바로 그라는 이유에서다. 도킨스는 동물행동학으로 옥스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UC 버클리대와 옥스퍼드대 교수로 일했다.

생물철학자 대니얼 데닛은 의식‧종교, 자유 의지, 문화의 진화 등 오랫동안 철학의 과제로만 여겨온 인문학적 과제를 다윈주의를 바탕으로 재구축해왔다. 데닛은 다윈의 아이디어(진화론)에 대해 “물리학과 화학을 마음과 목적과 생명과 시와 윤리학과 합쳐준다”며 “우리가 아는 모든 것을 통합하는 단 하나의 과학적인 아이디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옥스퍼드대에서 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터프츠대 교수로 일해 왔다.

DNA 이중나선구조를 발견하고 1962년 노벨상을 받은 제임스 왓슨. 현재 '다윈의 사도들' 서평용 사진. [사진 사이언스북스]

DNA 이중나선구조를 발견하고 1962년 노벨상을 받은 제임스 왓슨. 현재 '다윈의 사도들' 서평용 사진. [사진 사이언스북스]

지은이는 이외에도 DNA 이중나선구조를 발견한 1962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제임스 왓슨, 유인원 언어 연구의 개척자인 마쓰자와 데쓰로(松澤哲郞) 일본 교토대 영장류연구소 특별연구원을 만나 그들의 삶과 연구, 그리고 다윈주의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다윈 사상과 생물학을 대중에게 확산하려고 노력해온 스티븐 존스, 다윈주의를 대변해온 과학 저술가 매트 리들리, 사이비 과학에 맞서 다윈주의를 옹호해온 마이클 셔머도 만났다.  『찰스 다윈 평전』의 저자로 다윈의 성격과 행적을 정확하게 확인한 재닛 브라운과도 대담했다. 화석으로 식물 진화 계통수를 추적하는 식물학자인 피터 크레인도 지은이가 만난 사도에 포함됐다.

스티브 존스와 대담하는 저자 최재천 교수. [사진 사이언스북스]

스티브 존스와 대담하는 저자 최재천 교수. [사진 사이언스북스]

지은이는 물론 이 12명은 한결같이 자기 분야에서 굵은 족적을 남긴 인물.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다윈에 대해, 진화론에 대해, 그리고 무엇보다 생명에 대해 차분하게 생각하게 되는 계기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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