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위례·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조사를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서 또다시 포토라인 앞에 섰다. 지난달 10일 수원지검 성남지청 조사(성남FC 후원금 의혹)와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검(위례·대장동 의혹) 조사에 이은 세 번째 검찰 출석이다.
이날 오전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직후 국회를 떠난 이 대표는 오전 11시 22분쯤 차를 타고 서울중앙지검 동문에 들어섰다. 그는 ‘이재명을 지켜내자’ ‘정치검찰 박살 내자’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든 지지자 300여 명을 향해선 차 안에서 손을 흔들었다.
검찰청사 앞 포토라인에 선 이 대표는 외투 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꺼내 읽었다. 그는 “민생에 무심한 정권이 정치검찰을 총동원해 ‘정적(政敵) 죽이기’ ‘전 정권 지우기’ 칼춤을 추는 동안, 곳곳에서 곡소리가 커져간다”며 “‘유검(檢)무죄 무검유죄’ 시대”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 의혹에 대해 “검찰에 조종되는 궁박한 이들의 바뀐 진술 외에 그럴싸한 배임증거는 나오지 않고 있다”고 했다. 쌍방울 의혹에 대해서도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김성태 전 회장이 구속되었는데도 흔적 없이 사라졌고, 이제는 해묵은 북풍 몰이 조작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 많이 억울하고 힘들고 괴롭다”며 “포토라인 플래시가 작렬하는 공개소환은 ‘회술레’ 같은 수치”라고 했다. 조선시대 목이 베이기 전 얼굴에 회칠하고 사람들 앞에 내돌리던 죄인의 처지에 자신의 심경을 빗댄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도 검찰 조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제가 하는 모든 진술은 검찰의 조작과 창작의 재료가 될 것”이라며 “창작 소재를 만들기 위해서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진술서로 대신하겠다”라고 밝혔다.
현역 의원 수십명이 모습을 드러냈던 1·2차 조사 때와 달리, 이날 서울중앙지검 청사 주변엔 민주당 의원이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변호사 2명만 동행했다. 이 대표는 이날 입장문 낭독을 마치면서 “밤을 지나지 않고 새벽에 이를 수 없다. 유난히 깊고 긴 밤을 건너는 지금, 동트는 새벽이 반드시 올 것을 믿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의 정례 여론조사(7~9일)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전주보다 3% 포인트 하락한 31%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2% 포인트 오른 37%였다. 양당 지지율 격차는 6% 포인트 차이로, 추석 직후인 지난해 9월 13~15일 조사에서 7% 포인트 격차를 보인 이후 최대치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은 이날 민주당에 대해 “겹겹이 쳐진 방탄에 의지해 법 위에 군림하려 온갖 정쟁만을 유발하고 있으니 ‘민심’과는 멀어져만 간다”고 비판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에 대해서도 “묵비권을 무기로 사실상 검찰의 수사를 거부하고선, 강성 지지층을 앞세운 장외투쟁에서는 정치보복, 정적제거, 조작수사 운운하며 그저 방탄을 위한 여론전에 혈안”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