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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모터스 권오수와 선수들 1심 집유…김건희 언급은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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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보유했던 도이치모터스 주식 관련,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운 혐의를 받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대표와 ‘선수’들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도이치모터스는 두창섬유 대표였던 권오수씨가 섬유사업을 접고 2002년 설립한 자동차 딜러사로 2008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사진은 성동구 도이치모터스 본사. 연합뉴스

도이치모터스는 두창섬유 대표였던 권오수씨가 섬유사업을 접고 2002년 설립한 자동차 딜러사로 2008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사진은 성동구 도이치모터스 본사.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2부(부장 조병구)는 10일 권 전 대표와 속칭 ‘주포’로 활동한 김모씨,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부띠끄 투자자문사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이모씨에게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을 위반으로 모두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각 3억원·2억원·3억6000만원의 벌금형도 선고했다. 이들은 1년여 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재판부가 보석 신청을 인용해 풀어줬다.

법원은 이들이 꾸민 일이 결과적으론 ‘실패한 시세조종’에 불과해 옥살이보단 벌금으로 처벌하는 게 적절하다 봤다. 조 부장판사는 “시세조종의 동기와 목적은 인정되나 시세차익을 얻지 못해 실패한 시세조종으로 평가되며 시장질서에 중대한 교란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실형 선고에 이를 정도는 아니나 금전적 제재를 가할 필요는 있다”고 형을 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검찰은 이들이 시세조종을 통해 107억여원에 달하는 부당이득을 얻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는 부당이득의 구체적 액수를 평가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3년이란 시간 동안 정상적인 이유로 주가가 오르거나 다른 사람이 주가를 띄운 일도 섞여있을텐데 이 기간 주가 상승을 죄다 이들 탓으로 돌릴 순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검찰 주장대로 107억원이 인정됐다면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어 공소시효는 15년이나, 액수 평가가 안 되면 시효는 10년이어서 재판부는 2010년 10월 20일 이전의 시세조종은 처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김 씨 이전에 주포 역할을 맡았던 또 다른 선수 이모 씨는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과 관련해선 처벌받지 않게 됐다. 이씨는 “김건희 여사가 2010년 1월 신한은행 주식계좌를 일임했으나 손실만 보고 5월부터는 관계를 끊었다(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고 했던 인물이다. 재판부는 “이씨가 주포로 활동한 1단계와 김씨가 주포로 활동한 2단계 이후는 자금 모집 방식, 이용된 계좌주, 주가 변동 패턴 등이 달라 포괄일죄로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1년 10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 김건희 여사에 대한 의혹에 대해 질의하고 있는 모습. 임현동 기자

지난 2021년 10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 김건희 여사에 대한 의혹에 대해 질의하고 있는 모습. 임현동 기자

 수년간 논란이 돼 왔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전말은 이날 선고로 일부 밝혀졌다. 재판부는 권 전 회장이 “상장회사의 대표로서 사회적 책임을 도외시한 채 자기 회사의 주식에 관한 시세조종행위를 주모”해 김씨가 주포를 맡고 블랙펄 이 대표가 둘 사이 연락을 중개하며 컨트롤타워를 맡아 자금을 동원했다고 봤다. 김씨가 위탁받은 계좌나 블랙펄 직원 계좌 외에도 우리기술 부사장 이모씨의 회사 자금과 가족 계좌, 증권사 직원 김모·한모 씨의 본인·아내·고객 계좌 등이 이용됐다. 수법은 가장매매(스스로 주식 매수·매도 동시 주문)·통정매매(서로 짜고 매수·매도 동시 주문)나 고가매수주문(직전 체결가보다 높은 매수주문 반복)·허수주문(턱없이 높은 호가 제시) 등이다.

김 여사의 이름은 그동안 공판 과정에서 수차례 나왔으나, 이날 선고에서는 거론되지 않았다. 지난 재판 과정에선 2010년 1월 신한은행 직원이 “오늘도 도이치모터스 살게요” 하자 김 여사가 “사세요” 하는 녹취록(지난해 5월 27일 공판), 2010년 11월 선수 김씨가 블랙펄 임원 민모 씨에게 “12시에 3300에 8만 개 때려달라 해줘” 하자 김 여사의 대신증권 계좌에서 3300원x8만 주(=2억6400만원) 매도 주문이 나온 거래 기록(지난해 12월 2일 공판), 2012년 7·8월 김씨와 권 전 회장 사이에서 “물 타실 분 있냐” “내일 산다” 등 문자 오간 뒤 김 여사 계좌에서 1500주·1만 주 매수가 이뤄진 내역(지난해 4월 1일 공판) 등이 공개됐었다. 블랙펄 이 대표는 “권 회장에게 자금을 부탁하니 김 여사의 자금 15억원이 들어왔다”(지난해 4월 8일 공판)고, 권 전 회장은 “김 여사 어머니의 증권계좌를 위탁·일임받아 관리한 적은 있다”(지난해 11월 4일 공판)고 말했다. 검찰은 블랙펄 압수수색 과정에서 ‘김건희’란 이름의 엑셀 파일에 김 여사 명의 대우증권(현 미래에셋)·토러스투자증권 계좌 인출액·잔액과 매각 주식 수량 등이 정리된 걸 발견해 법정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9일 야권 의원들이 김건희 특검 및 10.29 참사 책임자 파면 촉구'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위문희 기자

9일 야권 의원들이 김건희 특검 및 10.29 참사 책임자 파면 촉구'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위문희 기자

한편 이날 선고를 두고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거짓 프레임은 산산이 부서졌다”고,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의 혐의가 더 명확해졌다”고 해석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김 여사는 투자 전문가라는 사람에게 계좌를 맡겼지만 주가 조작 등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 개입한 일도 없다는 것이 진실로 밝혀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진상조사 TF’는 “도이치모터스 공범들의 공소장에 김건희 여사의 이름이 200번 이상 등장한다”며 “특검에 대한 국민 요구는 점점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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