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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없는 틈 노렸다…탱크 2000대 몰고 온 러 30만 병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러시아가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루한스크에서 본격적인 공세에 돌입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럽 주요국 순방에 나선 틈을 노린 것이며, 우크라이나군이 서방으로부터 지원받는 주력전차를 투입하기 전에 공격을 개시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서방에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이 되는 오는 24일을 앞두고 대공세를 펼 수 있다는 관측을 제기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중인 돈바스 루한스크 지역에 있는 러시아 군인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중인 돈바스 루한스크 지역에 있는 러시아 군인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러, 탱크 2000대·30만 병력으로 동부 총공세"   

CNN 등에 따르면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이날 "러시아군이 루한스크 지역에서 포탄과 총탄을 퍼부으며 공세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있다"며 "이는 사실상 러시아가 계획한 전면적인 공세의 일부"라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군이 탱크 등과 함께 중무장한 보병 부대를 전선에 투입하며 진격을 시도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다만, 그는 "우리 군이 러시아군의 공격을 상당 부분 격퇴해 러시아군은 별다른 성과를 걷두지 못했다"며 "상황이 어렵지만, 여전히 우리의 방어군이 통제력을 잃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친러시아 성향의 한 군사 블로거는 "주도권은 전반적으로 러시아군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영국 텔레그래프는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 관리를 인용해 러시아가 탱크 2000대와 병력 30만 명을 몇 주 내 돈바스 공세에 투입할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더해 우크라이나군은 현재 러시아군이 이번 공세에 장갑차 3950대, 포대 2700문, 소련시절 로켓발사대 810문, 전투기 400대, 헬기 300대 등을 투입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의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최근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지금까진 러시아군이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게 막고 있지만 최소 3개의 러시아군 주요 사단이 이 지역(동부 돈바스) 공격 작전에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러시아군의 공세가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EU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A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EU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AP=연합뉴스

젤렌스키, 전투기 지원 관련 "긍정적 합의"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전투기 지원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CNN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전투기 지원 관련 질문을 받고 "긍정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자세한 합의 내용에 관한 말은 아끼면서도 "나에겐 결과물 없이 우크라이나에 복귀할 권한이 없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유럽 순방에서 만난 유럽 주요국 정상들에게 전투기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확전을 우려한 서방은 우크라이나의 이런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었다. 러시아는 영국 등을 향해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보낼 경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그러나 영국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전투기 조종사 훈련 제공을 약속한 데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럽 정상들과 연쇄 회담을 가져 기류가 바뀔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서방은 망설이던 끝에 우크라이나에 주력전차 지원을 결정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유럽의회 연설에서 "우리는 지금 가장 반(反)유럽적인 군대에 맞서 싸우고 있다"며 유럽의 변함없는 연대를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의원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고, 로베르타 메촐라 유럽의회 의장은 EU 깃발을 선물했다.

다만 텔레그래프는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이 "우크라이나군이 당장 영국 전투기 '타이푼'을 조종하는 것은 자전거를 타다가 포뮬러원(F1) 경주용 차를 운전하는 것과 같다"며 전투기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개전 후 처음으로 유럽을 방문했다. 왼쪽부터 젤렌스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A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개전 후 처음으로 유럽을 방문했다. 왼쪽부터 젤렌스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AP=연합뉴스

"프랑스, 젤렌스키 외면하다 만남 급조"  

젤렌스키 대통령은 개전 이후 처음 가진 이번 유럽 순방에서 지난 8일 영국을 가장 먼저 찾았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젤렌스키 대통령 측이 당초 먼저 프랑스 방문을 타진했으나, 프랑스가 이를 무시한 사이 영국이 기회를 잡았다고 보도했다.

또 프랑스가 젤렌스키 대통령의 영국 방문 일정을 뒤늦게 파악한 후 파리 방문 일정을 '급조'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국 방문 뒤 곧바로 브뤼셀로 갈 계획이었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측의 간곡한 요청으로 중간에 파리에 들렸다. 마크롱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중에서도 등급이 가장 높은 '그랑 크루아'를 수여하기도 했다. 

다만,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프랑스 당국자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늘 접촉하고 있고 계속 (젤렌스키를) 초청해왔다"고 밝혔다. 전직 외교관인 미셸 뒤클로 몽테뉴 연구소 특별고문은 AFP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만약 파리에 가지 않았다면, 마크롱 대통령이 외교에 실패했다는 인상을 남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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