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하이힐은 어디로 갔을까? 中 하이힐 실종 사건 전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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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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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길거리에서 하이힐이 사라졌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해 솽스이(雙十一, 중국 최대 쇼핑 축제) 티몰(天貓,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 신발 판매 순위 100위 안에 하이힐 제품은 겨우 3개만 이름을 올렸다.

사진 바이두

사진 바이두

하이힐을 주력 상품으로 선보이던 신발 브랜드들은 위기를 맞았다. 한때 가장 잘나가던 중국 여성화 브랜드 ST&SAT(星期六), 다프네(達芙妮,Daphne), 벨르(百麗,Belle) 중 ST&SAT는 신발 사업을 접었고, 다프네는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했다. 벨르가 남아서 고전 중이지만, 더 이상 젊은 세대에게 각광받는 브랜드는 아니다. 구두 브랜드가 군림하던 중국 여성화 왕좌는 이제 어그(UGG), 닥터마틴(Dr. Martens), 스케쳐스(Skechers)로 대표되는 낮은 굽의 신발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다.

이집트부터 중국까지, 하이힐의 역사

사진 소후

사진 소후

하이힐이 오랜 세월 '선망의 대상'으로 여겨진 이유는 계급과 권력을 대표해 탄생했기 때문이다. 기원전 이집트 귀족들은 신발을 신지 않는 일반 백성과 차별되기 위해 구두를 신었다. 하이힐이 일종의 특권이었던 것이다. 구두가 유럽으로 전해졌던 15세기, 유럽의 거리 곳곳은 진흙과 흙탕물이었고, 사람들은 오물을 밟지 않기 위해 하이힐을 신었다. 하이힐을 신격화한 것은 프랑스다. 16세기 프랑스 귀족들 사이에는 굽이 높으면 높을수록 신에 가깝다는 생각이 성행했다. 하이힐은 오랜 시간 귀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하이힐이 중국에 처음 소개된 것은 민국시대(民國時期)였다. ‘화양연화’, ‘색, 계’ 등 이 시절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는 치파오에 하이힐을 신은 여주인공을 자주 볼 수 있다. 당시 중국에서 치파오와 하이힐은 여성스러움의 상징이었다. 실제로 하이힐은 허리뼈 굴곡을 변화시켜 몸매의 곡선을 강조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1980년대 중국에서 하이힐은 생활 수준을 드러내는 아이템이었다. 주링허우(九零後, 90년대 출생자)의 부모 세대가 젊었을 때 하이힐, 안경테가 큰 선글라스, 나팔바지 등은 모두 세련된 도시 사람들의 상징이었다. 이런 인식이 쭉 이어져 2018년 중국에서 방영된 드라마 ‘유성화원(流星花園)’에는 “여자는 좋은 구두를 신어야 해, 좋은 구두는 좋은 곳으로 데려다주거든”이라는 대사가 등장하기도 했다. 중국 주링허우 여성들에게 하이힐은 성인으로서의 출발을 상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中 2030 여성이 직접 밝힌 ‘하이힐 안 신는 이유’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그런 중국 주링허우 여성들은 역설적이게도 사회에 진입하자마자 하이힐을 벗어 던졌다. 주링허우 여성 천 씨는 중국신문주간(中國新聞週刊)과의 인터뷰에서 “베이징에 막 왔을 때 인상 깊었던 점은 하이힐 신은 사람을 거의 볼 수 없었다는 것”이라며 “베이징 사람들은 꾸미는 걸 별로 안 좋아하나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천 씨는 선양사범대학(瀋暘師範大學)을 졸업한 후 베이징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다. 그는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할 때만 해도 다프네 웨지힐을 고집했다고 한다. 그러나 얼마 안 가 깨달은 사실이 있다. 버스 2 정거장, 지하철 16 정거장을 거치는 출근길에 빠른 환승은 생명인데, 하이힐 때문에 늦는 경우가 생긴다는 점이었다. 제시간에 교통편에 탑승하더라도 사람이 붐비는 출퇴근 길에 한 시간 넘게 높은 구두를 신고 서 있는 일 자체가 고역이었다. 결국 그는 출근 일주일 만에 하이힐에 작별 인사를 고했다.

베이징 시이치(西二旂)에 위치한 IT 회사 매니저 주 씨는 온전히 자신의 선택으로 하이힐을 신지 않는다. 그는 오픈형 사무공간에서 하이힐을 신고 걸어가면 온 회사에 구두 소리가 울려 퍼진다며 자신은 하이힐은커녕 화장도 잘 안 하고 편한 대로 한다고 밝혔다.

베이징의 중심 상업 지구 CBD(Central Business District)에서 마케팅 일을 하는 한 씨는 벌써 5년째 하이힐을 신지 않았다. 그는 “직접 차를 몰고 출퇴근해서 하이힐과는 인연이 없다"라며 “게다가 평소 퇴근 후 곧장 헬스를 하러 가서 옷은 룰루레몬을 입고 신발은 아식스를 신고 다닌다"라고 말했다.

中 MZ세대, 하이힐보다 워커가 더 ‘핫’하다고 생각 

소비자의 수요가 변하면, 제품도 따라서 변화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여성화는 디올 펌프스, 페라가모 발레리나, 셀린느 로퍼 등 모두 낮은 굽의 신발이다. 이에 여성화 업계는 신발의 굽을 낮추고 착용감을 극대화한 제품을 선보이는 추세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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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업이 급속히 발전하고, 효율성을 추구하면서 실용주의는 중국 현대인의 보편적 가치관이 되었다. 요즘에는 의류와 신발 제품을 구입할 때 ‘편안함’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두고 선택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이에 캔버스화, 로퍼, 워커 등 멋스러움과 편안함을 동시에 추구하는 제품이 중국에서 대중화되고 있다.

특히 중국 MZ세대 여성들은 하이힐에 관해 “내가 고통받으면서까지 남을 즐겁게 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 “하이힐을 신기 전 먼저 내가 피곤할 가치가 있는 장소와 상대인지 고려해 본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내가 하이힐을 신든 말든 개의치 않는다"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과거 칸 영화제에는 '하이힐 없이는 레드카펫을 걸을 수 없다'는 불문율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칸 레드카펫을 맨발로 오른 여배우는 물론, 4대 패션위크에서 플랫슈즈를 신고 런웨이를 걷는 슈퍼모델까지 쉽게 볼 수 있다. 중국에서도 바자 아이콘 파티에서 드레스에 워커를 신고 등장한 배우 양쯔(楊紫)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독립적이고 개성 있으면서도 자연스럽고 건강한 모습은 최근 중국 젊은 여성들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이미지다.

물론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 하나 더 있다. 2020년 중국 국무원에서 발표한 ‘중국인 영양 및 만성 질환 현황 보고서(中國居民營養與慢性病狀況報告)'에 따르면 중국 18~44세 여성의 평균 키는 5년 동안 0.8cm 증가했다. 또, 산둥(山東)·베이징(北京)·헤이룽장(黑龍江) 등 북부 지방 여성의 평균 키는 165cm가 넘는다. 중국 여성들이 하이힐을 벗어 던진 이유는 여러모로 ‘필요 없기 때문’인 것이다.

박고운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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