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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국민당 중국 방문에 대만 정부 “주권 훼손 행위” 비판

중앙일보

입력

쑹타오(宋濤) 중국 대만판공실 주임(오른쪽)이 9일 저녁 베이징 댜오위타이댜(釣魚臺) 호텔에서 샤리옌(夏立言) 국민당 부주석과 만났다. 사진 대만 국민당 홈페이지 캡처

쑹타오(宋濤) 중국 대만판공실 주임(오른쪽)이 9일 저녁 베이징 댜오위타이댜(釣魚臺) 호텔에서 샤리옌(夏立言) 국민당 부주석과 만났다. 사진 대만 국민당 홈페이지 캡처

대만 야당인 국민당의 중국 방문을 놓고 대만 내 여론이 갈리고 있다. 국민당과 중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 하에 교류 확대와 평화 추구에 한목소리를 냈지만 대만 정부는 ‘주권 훼손 행위’라고 비판했다. ‘제로 코로나’ 정책 철폐로 중국과 교류가 재개되는 시점에서 대만 정치권의 다른 목소리와 여론의 향배가 양안(兩岸ㆍ중국과 대만) 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샤리옌(夏立言) 국민당 부주석은 9일 저녁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호텔에서 쑹타오(宋濤) 중국 대만판공실 주임을 접견했다. 샤 부주석은 이 자리에서 “현재 양안 경색이 단기간 해소되긴 어려울 것이며 정치적 갈등이 경제 무역과 민생으로 파급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대 요구안’을 제시했다. 과거 합의한 민생 협정을 이행하고, 양안 교류의 불편과 비용을 줄이며, 긴장 완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샤 부주석이 밝힌 민생 협정은 1992년 민간기구인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와 대만 해협교류기금회가 홍콩에서 합의한 ‘92 컨센서스’를 지칭한다. 당시 양측 민간 협회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되 명칭은 각자 해석에 따라 사용하자는 데 합의했고 당시 대만 국민당 정부와 중국은 이를 양안 관계의 원칙으로 삼아왔다.

지난 8일 오후 샤리옌 대만 국민당 부주석이 대표단과 함께 중국 베이징 셔우두 공항에 도착했다. 사진 중국대만망 캡처

지난 8일 오후 샤리옌 대만 국민당 부주석이 대표단과 함께 중국 베이징 셔우두 공항에 도착했다. 사진 중국대만망 캡처

하지만 2016년 민진당 정부가 집권한 이후 차이잉원 총통은 1992년 합의안을 인정하지 않았고 중국과 대만 간 공식 소통 채널도 차단됐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대만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국민당이 코로나19 방역 완화를 계기로 다시 중국 지도부를 찾아 ‘92 컨센서스’ 존중을 거론한 것이다. 샤 부주석은 정치적 목적은 없다고 강조했지만 내년 1월 치러질 대만 총통 선거에 대한 사전 포석이란 해석이 나왔다.

쑹타오 주임은 “‘92 컨센서스’를 견지하고 양당 관계의 발전과 대만 해협의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쑹 주임은 “시진핑(習近平) 총서기가 강조한 대만 문제 해결을 위한 당의 총체적 전략을 올해 철저히 이행할 것”이라며 “대만 동포를 존중하고 교류와 협력을 심화해 쌍방간 발전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이 지난해 9월 발간한 ‘대만백서’에서 대만 통일 후 홍콩식 ‘일국양제’(一國兩制ㆍ한 국가 두 체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양측 모두 언급이 없었다.

대만 정부는 양측 회동에 대해 즉각 비판 성명을 내놓았다. 중국 사무를 총괄하며 한국의 통일부에 해당하는 대만 행정원 대륙위원회(MAC)는 “양안이 상호 종속되지 않는 것이 대만 정책의 현주소”이며 “쑹주임이 대만 총체 방략을 언급한 것은 대만 주권의 존엄성을 훼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대만 정당 인사의 교류는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무력에 반대하는 대만의 확고한 입장을 반대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의 평화 유지 정책은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만은 중국과 별개의 주권국으로 이를 인정하는 바탕 위에 중국과 관계 개선이 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한 셈이다.

지난달 17일 발표된 대만민의기금회 여론조사에서 민진당 지지율은 26.1%(짙은 녹색), 국민당 21.5%(파란색), 지지정당 없음(21,3%)로 나타났다. 사진 대만민의기금회 홈페이지 캡처

지난달 17일 발표된 대만민의기금회 여론조사에서 민진당 지지율은 26.1%(짙은 녹색), 국민당 21.5%(파란색), 지지정당 없음(21,3%)로 나타났다. 사진 대만민의기금회 홈페이지 캡처

대만 여론조사기관인 민의기금회가 실시한 최근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민진당은 26.1%, 국민당은 21.5%(1월 17일 발표)로 나타났다. 2020년 2월 민진당 41.1%, 국민당 12.8%로 28.3%포인트까지 벌어졌던 지지율 격차가 3년 만에 4.6%포인트로 좁혀졌다. 지난해 12월 조사에선 민진당 24.7%, 국민당 25.1%로 역전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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